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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 19 / 이상한 고슴도치

옆 사람 19 / 이상한 고슴도치 31번석 내 옆자리에 새까만 망태기 모자에 새까만 마스크를 하고 털이 복슬복슬한 회색 목도리에 까만 털 오버를 들쓴 아가씨가 앉았다. 고슴도치를 연상시켜서 첫인상이 제로였다. 그런데다가 놀랍게도 손톱이 게딱지같이 길고 긴데다 회토색칠을 했는데 그 위에 뭘 또 붙여서 손톱인지 거북이 등인지 이상하기만 했다. 별 사람이 다 있네 하고 생각하는데 자리에 앉은 지 5분쯤 스마트 폰에 빠졌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2호칸 앞으로 부지런히 걸어갔다. 그런데 들고 온 가방을 내 옆자리에 둔 채였다. 별로 크지도 않은 가방만 동그마니 두고……. 아가씨는 화장실이 있는 2호 칸으로 간 뒤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가방에 신경이 쓰였다. 가방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누굴 믿고 그렇..

문학방/수필 2025.05.05

서랍 속의 아이들. 5 / 세상에 가장 맛있는 국맛

서랍속의 아이들. 5 / 세상에 가장 맛있는 국 하루는 학교에서 가장 먼 산속 마을 외딴집에 사는 민구네 집을 방문했다. 십리도 넘는 마을이지만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은 많았다. 그 가운데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 박민구다. 부반장도 하고 반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는 아이라 가정이 원만할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민구네 집은 동네에서 외따로 떨어져 있었고 초가집 한쪽 귀퉁이가 주저앉아 산비탈을 타고 있는 커다란 코끼리 등 같았다. 그런데 지붕 위에는 달덩이 같은 박이 여기저기 타고 뒹글뒹굴 곧 아래로 굴러 내릴 것만 같이 보였다. 집에는 민구 아버지만 있고 어머니는 안 보였다. 민구가 아버지한테 선생님이 오셨다고 하자 시커멓고 수염이 덥수룩한 삼십은 넘어 보이는 민구 아버지가 놀란 눈으로 인사를 했다. ..

문학방/소설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