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수필 51

옆 사람 16. 기분 나쁜 여자

옆 사람 16. 기분 나쁜 여자 내가 수원으로 이사하여 무궁화호로 퇴근한 지가 6개월이 넘었다. 한 달에 20일씩 6개월 120일, 옆자리 동승자가 120명이다.  120명 중 남자가 반 여자가 반이었던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이 와서 곁에 앉을 때마다 받은 인상이 다르다. 마스크를 쓰고 눈만 보이는 옆 사람, 남자들의 경우 눈썹과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맘씨가 보였다. 예를 들면 눈썹이 M형인 남자는 너그럽고, W형은 거칠고, ―형은 친절한 편이었다.  눈매도 이렇다. M형은 사악하고 V형은 사납고 ―형은 친절하면서도 간사한 편이었다. 여자들은 또 이렇다. 대개의 여자들은 눈썹이 초승달 형이 많고 가끔 M―형이 있다. 그리고 눈매는 거의가 ⁃형이고 어쩌다 V형이 있는데 V형이 신경 쓰였다. 여자 승객 60명..

문학방/수필 2025.04.12

돈이냐 책이냐

돈이냐 책이냐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은 거절해도 좋으나 책을 빌려달라는 사람은 그냥 보내지 말라. 교육이 돈보다 귀하고 아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돈 몇 푼 꾸어주는 것보다 귀하다. 양이 수염이 났다고 하여 랍비가 될 수 없고 당나귀가 예루살렘에 갔다 하여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성의 근본이 그 인간을 만드는 것.인간이 겉을 꾸며서 속을 바꿀 수는 없다.

문학방/수필 2025.04.09

옆 사람 15 / 군인과 군바리 추억

옆 사람 15 / 군인과 군바리 추억 내 옆 빈자리에 멋진 군인이 앉았다. 매우 늠름해 보이는 출중한 인물이었다. 내가 나이 들다 보니 군인이든 아니든 젊은 사람은 다 내 아들 같고 딸 같아 모두가 잘나고 예뻐 보인다. 나는 군바리 추억이라는 군생활 이야기(별빛 쏟아지는 전선의 밤)를 어느 사이트에 올렸다가 책으로 출판했다. 당시에 얼마나 인기가 대단했던지 다른 사람은 조회수가 200명 이내였는데 내 글은 조회수가 3,000명이 넘고 추천이 157이었다.  그 사이트에서 최고의 추천을 받아 선물도 받은 바 있다. 군인을 보면 지난 날 추억이 떠오른다. 옆 군인한테 말을 걸었다. “책 읽기 좋아하시나요?”“책 말씀입니까?”“네.”“저는 책을 안 좋아합니다. 책과 담 쌓은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아! 이렇게..

문학방/수필 2025.04.07

마음 다듬기 14 / 오자를 보고 웃는 마음

마음 다듬기 14 / 오자를 보고 웃는 마음**************책을 읽다가 틀린 글자가 나오면 재미있다고허허 웃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고화를 버럭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활자로 인쇄했기 때문에어떤 글자는 옆으로 누워 자고,어떤 글자는 완전이 거꾸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어떤 끌자는 아예 엎어져 새까맣게 복자(覆字)로숨어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안타깝고 부끄럽기도 합니다.복자가 새까만 채 뒤집혀 있으면마음에 못이 박힌 것처럼오래도록 지워지지 않기도 합니다. 책을 보면서 누운 글자나 엎어진 글자를 보고웃어주는 마음이기를 권합니다.어떤 편집자든지 일부러 그러지는 않기 때문입니다.활판 인쇄기는 인쇄판이 움직이는 동안 충격을 받아글자가 체통 없이 눕기도 하고 엎어지기도 ..

문학방/수필 2025.03.26

옆 사람 14 / 어! 또 만났네

옆 사람 14 / 어! 또 만났네 지하철 엘리베이터 앞에서 언젠가부터 만나는 사람이 있었다.붉으죽죽한 가죽 개똥 모자를 쓰고 등이 약간 구부정한 영감이다. 우연히 퇴근길에 몇 번을 만났더니 어느 날인가 영감이 나를 보고 놀랍다는 듯 한마디 했다.“어! 또 만났네.” 나도 속으로 ‘그러네, 영감 자주 만나네.’ 하고 형식적으로 머리만 꾸벅해 보였다.  영감은 마치 엿장수나 고물 장수같이 보였다. 이유는 모자 때문이었다. 고물장수나 옛날 엿장수는 그런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서 얼굴이 익은 영감이 어느 날 무궁화호 내 좌석 31번 석을 지나 33번 석으로 지나다가 나를 발견하고 또 “어! 또 만났네.”했다.  그리고 수원역에서 나를 따라 내렸다. 그리고 내 뒤를..

문학방/수필 2025.03.08

그 사람이 나이고 내가 그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이런 글을 남겼다그 사람이 바로 나이고 그 사람이 나이다 인간이란 내남없이 세상에 와서  수고하고 번민하다 죽음이라는  무대 저편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그 기억조차 없어지는 것이다.돈을 주는 사람 앞에서 마음이  약해지고 주눅이 들었다. 내가 정직한 땀을 흘려 받는  대가인데도 눈치를 봤다. 돈은 내 영혼까지 지배하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이제야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학교도 직업도 돈도 더 이상 의미가  없는 평등한 세상으로 건너왔다.

문학방/수필 2025.03.05

마음 다듬기 8 / 행복하게 늙는 길

마음 다듬기 8 / 행복하게 늙는 길 사람은 날마다 보면 늙는 것이 안 보인다그러나 1년 뒤에 보면 늙은 것이 보인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크게 일으킨찰스 캐터링은 나이가 80이 넘어서도새로운 기계 발명에 열중했다고 합니다.매사에 적극적이었는데하루는 그의 아들이아버지에게 이제는 좀 쉬시라고 하자캐터링은오늘만 생각하는 사람은 흉하게 늙는다나는 항상 미래를 바라보고 생각한다고 했답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노년 걱정을 하는데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까?하는 건 소망입니다. 불행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며 늙는 길은매사에 불평하고 의심하지 않고절망 경쟁 공포의 독을 마시지 않는 것입니다 누구를 만나든무조건 사랑하고 용서하고 양보하고맘의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사는 길그것이 행복하게 늙는 길입니다.

문학방/수필 2025.02.05

옆 사람 9 / 아이고 답답해

옆 사람 9 / 아이고 답답해 *********************************17시 31분 부산행 무궁화호 1호칸 31번석. 12월 2일 승차하여 창밖을 내다보는 사이 내 옆에 한 아가씨가 나비처럼 아무 기척도 없이 날아왔다. 힐끗 옆모습을 보니 대단한 미인이었다.  “어디서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나타났지? 30분 동안은 기분이 짱이겠는데? 하이에나나 담배통 돼지하고 앉아 가는 것보다 얼마나 즐거운가.”  얼굴을 제대로 보지는 못해도 미인임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곁눈질을 하며 지켜보니 스마트 폰을 들고 있는데 무슨 국회의사당 같은 큰 건물 사진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영국 국회의사당 같기도 하고 독일?  프랑스? 왜 그런 것들만 들여다보고 있을까? “이 사람은 책을 잘 안 보는 사람이다. 이..

문학방/수필 2025.01.18

옆 사람 4 / 아름다운 동승자

옆 사람 4 / 아름다운 동승자 나는 퇴근길에 서울역서 무궁화호 1호차 31번 석에 앉아 내가 지은 판타지 탈장르 돈>이라는 제목의 책 가운데 한 곳을 읽고 있었다. 내용의 한 토막에------- ‘오만 원짜리 한 장에도 벌벌 떨던 내가 일억도 아니고 십억도 아니고 백억이 통장에 들어왔다. 그 기쁨을 무슨 자로 잴 것이며 그 기쁨을 무슨 그릇으로 담아낼 것인가. 그런 돈을 가져본 자만이 기쁨의 크기를 알리라’ ‘아내도 모르게 산을 사고 아무도 모르게 산을 팔아 백억을 가진 부자가 된 거다. 밥을 굶어도 배부르고 세상이 온통 내 것 같고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걸 행복이라고 하는 걸까?’  ‘하늘을 보아도 웃음이 나오고 화장실에 가서도 웃음이 나온다. 친한 친구한테 자랑도 하고 싶다. 그러나 이 ..

문학방/수필 2025.01.08

실패를 교훈 삼는 사람

실패를 교훈 삼는 사람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 우디앨런이 한 말에 실패를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안이하게만 살았다는 증거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막상 실패를 하게 되면 겁에 질려 용기를 잃습니다. 실패는 값비싸게 치르고 받는 교훈입니다.  한 번의 실패로 두 개의 교훈을 얻는 사람이 있고 한 번의 실패로 폐인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패를 교훈 삼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하지만 실패를 절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영영 못 일어섭니다.

문학방/수필 202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