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564

미련한 왕

옛날 왕실에 멍청한 소리만 하다가가끔 영리한 소리를 하는 광대가 있었습니다.왕은 그가 하도 멍청한 소리를 하기 때문에자기의 지팡이를 주면서자네보다 더 멍청한 사람을 보면 이것을 주라고 하였습니다. 여러 해 후에 왕은 임종을 맞게 되었습니다.너무 긴 여행이라서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모이라고 했습니다.이때 광대가 말하였습니다.왕은 외국의 귀족들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에는꼭 전령관을 보내어 길을 준비하였는데지금은 다시 못 올 길을 떠나면서 무슨 준비를 하셨습니까?왕은 그제야‘아차 내가 아무런 준비를 못하였구나’하고 깨달았습니다.그러자 광대는‘그렇다면 이 지팡이를 받으십시오.나보다 더 어리석은 사람을 이제야 발견했군요’하고 말했다고 합니다.

문학방/동화 13:44:08

서랍 속의 아이들. 32 / 우정⑫ 저승사자 출현

서랍속의 아이들. 32 / 우정⑫ 저승사자 출현 덕구는 눈앞이 캄캄한 중에 언뜻 생각이 나서 말했습니다.“제 피를 수혈해 주실 수 없을까요? 저는 O형입니다만.”“확실합니까?” “초등학교 때 선생님 그러셨습니다.”“이 환자는 혈액이 특수해서 오형이라 하더라도 수혈이 가능할는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오형은 아무한테나 줄 수는 있지만 다른 혈액은 받을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직 제가 이런 경험을 해 보지 않아서 어떨는지 모르겠습니다. 수혈을 하다가 안 맞으면 생명에…….” “어차피 시간이 없는데 가만히 두고 죽는 것을 보느니 제 피라도 주어보고 싶습니다. 안 맞아서 죽더라도 해 보시지요.”의사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곁에 있는 경찰관한테 물었습니다.“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맞..

문학방/소설 10:22:08

장미 울타리를 지나며

장미 울타리를 지나며 무더기로 활활 타오르는 빨간 장미 무더기 앞에 서면 가슴이 뜨겁게 타오르고 얼굴도 장미가 된다 장미마다 나를 향해 웃으며 아찌 나 예뻐? 아저씨 나 예쁘지요? 할아버지 나 곱지요? 아찌 어디 갔다 오세요? 아저씨 오늘 누구 만났어요? 할아버지 우리들이 하는 말 들려요? 아찌 아직 젊어요 아저씨 지금이 한창이에요 할아버지 늙었어도 품위가 있어요 하하하하 우리 아찌 멋져!호호호호 우리 아저씨 힘차고 당당해! 허허허허 우리 할아버지 젊고 정정해! 흐드러진 줄장미 앞을 지나면 고것들이 목젖까지 드러내고 웃는 얼굴 깔깔깔 재잘재잘 수다 떠는 소리 귀엽게 아양 떠는 소리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향기로 모여 날아가는 소리!

문학방/시 10:16:44

서랍속의 아이들. 31 / 우정⑪ 친구야 죽지 마

서랍속의 아이들. 31 / 우정⑪ 친구야 죽지 마 덕구가 물었습니다.“누구라고요?”“전화 받으시는 분이 박덕구씨 맞습니까?”“그렇습니다만.”“여기 청산시에 있는 청산병원입니다. 이준태씨를 아시지요?”“예, 압니다. 댁은 누구십니까?” “저는 청산시 경찰서 조문수 경사입니다.”“이준태씨한테 무슨 일이 있습니까?”“매우 위독합니다. 빨리 좀 와 주시지요.”“위독하다고요? 무슨 일입니까? 알겠습니다.” 덕구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아무 것도 생각지 못하고 청산시로 달려갔습니다. 병원 응급실 병상에 준태가 누워 있고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사가 치료를 하고 있었습니다. 덕구가 허둥거리고 오자 경찰이 물었습니다. “박덕구 씨이신가요?”“그렇습니다. 어찌 된 일입니까?”“이 분이 ..

문학방/소설 2025.06.05

뽕나무 밭(桑田)

뽕나무 밭(桑田) 뽕나무 뿌리는 밑으로 내리지 않고 옆으로 깔고 뻗어나간다 중국 절강성은 전체가 뽕나무 밭이다 거기 태호라는 큰 호수는 뽕나무 밭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뽕나무 밭이 꺼지고 태호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뽕 밭이 바다가 되었다고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부르고 성어가 되었다 기원전 1400년대 그 지역은 沈國(심나라)이었다 그런데 나라가 가라앉았다 하여 姓성 沈심 자를 잠길 침( 沈 )자로 부르게 되었다. 중국 동남부 대지는 뽕나무밖에 다른 나무는 자라지 못한다 이유는 땅 아래가 바닷물이 차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기에는 그 대륙 일부가 바다에 가라앉을 것이다 상전벽해가 아니라 상국벽해(桑國碧海)가 될 것이다 내가 절강성 소강성 광동성 일대를 돌아보고 내린 결론이다..

문학방/수필 2025.06.05

서랍속의 아이들. 30 / 우정⑩ 친구 이름으로 바치는 십일조

서랍속의 아이들. 30 / 우정⑩ 친구 이름으로 바치는 십일조 “만약 자네 아들이 죄를 지어 용서를 다 해 주었더니 그 자식이 고맙다는 말은 안 하고 ‘난 당신과 모르는 사이요, 난 당신을 아버지로 인정할 수 없소. 난 아버지 없는 사람이오.’한다면 자네는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 자식이 내 자식이라면 아무리 잘나고 재주가 뛰어나도 집에서 내쫓을 것일세.”“그럴 때도 내 자식이네 하고 안아주고 용서해야 하지 않을까?” “자식이 제 아비를 부정하는 놈을 가만 둘 수 있나. 당장에 나가서 거지가 되어 길바닥에서 죽더라도 난 용서하지 않을 걸세.”“바로 그거야.”“그거라니?”“하나님 맘을 그래도 모르겠나?” “허허, 이 사람 나한테 전도하려고 최면 거나?”“그런 최면에 걸리는 사람은 행운아야.”“그만 두고 ..

문학방/소설 2025.06.02

서랍속의 아이들. 29 / 우정⑨ 내가 네 하나님이다

서랍속의 아이들. 29 / 우정⑨ 내가 네 하나님이다 “이 사람아, 그 따위 종이쪽지가 무엇이 그리 대단한가. 꾼 건 꾼 거고 갚을 건 갚아야지. 그게 신용 아닌가.” “자네는 그래서 큰 부자가 못 되는 거야. 겨우 밥술이나 먹게 되니까 별짓을 다 하는구먼.”“난 부자보다 남의 신세 안 지고 착하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일세.”“그 마음을 보고 하나님이 도우시는 거야.”“자네도 그런 말을 할 줄 아는가?”“왜?” “하나님이고 뭐고 다 소용없다 하지 않았던가.”“그랬지. 하나님 팔아 헌금 모아 제 맘대로 쓰는 부자 목사한테 불만이 있고 산속에 앉아 입만 가지고 신도들 시주받아 어디다 쓰는지도 알 수 없는 주지승한테 돈 바치는 것이 불만이니까.”“그분들은 다 자선에 쓰는 거라네.” “난 모르겠네. 자네 ..

문학방/소설 2025.06.01

서랍속의 아이들. 28 / 우정⑧ 닫힌 입엔 열쇠도 없다

서랍속의 아이들. 28 / 우정⑧ 닫힌 입엔 열쇠도 없다 “그러시면 내일 돈을 가지고 오겠습니다.”“이 사람아,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영감은 약간 화가 난 목소리였습니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영감이 까치소리를 냈습니다.“오지 마!” 다음 날 덕구가 돈 보따리를 들고 좁쌀영감을 찾아갔습니다. 눈앞에 돈다발을 펴놓자 영감이 당황한 소리로 거칠게 말했습니다.“이 돈 가지고 가서 차용증을 사오시게.”“네?”“난 그 차용증이 없으면 절대로 받을 수 없네.” “차용증이 무슨 소용입니까? 신용이 더 중요하지요. 받으세요.”“아닐세. 받아도 사 년 뒤에 받을 테니 가지고 가서 기다리게.”“이자도 깎지 않고 예전처럼 한 달에 사십만 원씩 계산했습니다.” 좁쌀영감은 더 단호히 거절했습니다.“이자고 뭐고 필요..

문학방/소설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