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소설 47

서랍속의 아이들. 41 / 우정(21) 하나님이 보여준 봉투 (끝)

서랍속의 아이들. 41 / 우정(21) 하나님이 보여준 봉투 (끝) 말이라는 소리에 덕구는 또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하하하, 말? 타고 다니는 말이라고?”“네, 주인님을 태우고 다니는 말입니다.”“정말 그런가?”“그러합니다. 제 등을 타시지요.” 준태는 정중히 엎드려 등을 돌려댔습니다. 덕구는 기가 막혀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주인님, 타십시오.”“농담이 심하군. 친구.”“농담도 아니고 친구도 아닙니다. 주인님.”“나 보고 어찌 하라는 건가?” “저를 타고 교회로 가십시오.”“하하하,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웃겠나. 이건 장난도 아니고…….”“장난이 아닙니다. 주인님.” 준태는 겸손하고 진지하고 장난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덕구도 마음을 정했습니다.“자네가 주인님이라고 하면 나는 친구님 하..

문학방/소설 2025.06.17

서랍속의 아이들. 40 / 우정⑳ 하나님과 돈 거래

서랍속의 아이들. 40 / 우정⑳ 하나님과 돈 거래 그러나 준태는 정색을 하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애원하듯 말했습니다.“주인님, 제가 진심으로 절을 올립니다.”간호사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습니다.“친구 분끼리 농담도 이상하게 하시네요, 호호.” 준태가 정색을 하고 말했습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저는 친구를 주인으로 모시게 된 것이 한없이 기쁠 뿐입니다.” 덕구가 더 어이없어 꾸짖듯 말했습니다.“이봐, 됐어. 농담 그만 하고 좀 쉬게.”“주인님, 농담이 아니고 나는 친구도 아닙니다.”“친구가 아니면 뭔가?”“말입니다.” 이 대답에 간호사도 웃고 덕구도 웃어댔습니다. “말? 자네가 말이라고? 하하하.”그러나 준태는 조금도 변함없이 정중하게 대답했습니다.“주인님, 하나님한테 저를 사셨으니 저는 주인님을..

문학방/소설 2025.06.16

서랍속의 아이들. 39 / 우정⑲ 친구는 수혈중

서랍속의 아이들. 39 / 우정⑲ 친구는 수혈중 말이 된 준태는 주인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눈물까지 흘리며 애절하게 부르짖었습니다. “주인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정신 차리세요! 일어나세요. 주인님!” 그래도 주인 덕구는 꼼짝 않았습니다. 준태는 다시 있는 힘을 다해 크게 소리쳤습니다.“주인님! 주인니임!!”그러면서 눈을 번쩍 떴습니다. 예쁘고 하얀 천사가 이마에 부드러운 손을 얹으며 물었습니다. “정신이 드시나요?”아주 부드럽고 친절한 목소리였습니다. 준태는 다시 눈을 감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어찌 된 거야, 여자 목소리가……?’이어서 누군가가 머리를 조심스럽게 만지며 손을 잡고 물었습니다. “제 말이 들리면 손가락을 움직여 보세요.” 준태는 손가락을 움직였습니다. 그 사람이 기쁜 소리를 질렀..

문학방/소설 2025.06.15

서랍속의 아이들. 38 / 우정⑱ 천사 합창대

서랍속의 아이들. 38 / 우정⑱ 천사 합창대 친구를 구원하고 말을 타고 오는 이여지옥 갈 죄수가 구원 받아 말이 되어친구를 등 업고 싱글벙글 오는구나말을 타고 오는 이여 구원 받은 천사여 셀 수 없이 많은 합창대원이 눈같이 빛나는 하얀 옷을 입고 분홍 꽃구름 무대를 타고 바람에 실려 오며 고운 소리로 이렇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합창대원은 모두가 꽃처럼 아름답고 성결해 보였습니다.덕구가 말에서 합창대를 향해 내려 큰절을 올렸습니다. 가장 높고 화려한 자리에서 천사가 다가와 손을 잡고 일으켰습니다.“어서 오너라. 나의 제자여!”“오! 주님. 감사합니다.” “너는 세상에서 특별나게 큰일을 한 바는 없지만 네 믿음이 너를 구하였다. 친구까지 살렸으니 얼마나 귀하냐. 오늘은 환영 합창대의 노래를 들으며 천국..

문학방/소설 2025.06.14

서랍속의 아이들. 37 / 우정⑰ 말이 된 친구를 타고

서랍속의 아이들. 37 / 우정⑰ 말이 된 친구를 타고 빛 가운데서 말씀이 들렸습니다.“네 주인이 저기 오느니라.”준태는 우물우물 중얼거렸습니다.“저 사람은 제 친구입니다.” 빛 가운데서 호통이 터졌습니다.“이런 건방진 놈, 나는 이미 네 주인한테 너를 팔았느니라. 저 주인이 사지 않았다면 너는 이미 지옥 불쏘시개가 되었을 것이니라. 저 사람은 네 주인일 뿐 친구가 아니니라. 주인한테 반말을 한다든가 불경한 마음을 품으면 즉시 잡아다 불에 던져버릴 것이니라. 알겠느냐? 천지 창조 이래 나한테 종을 사간 사람은 오직 하나, 저 주인이 처음이고 마지막이다. 네가 품고 있는 봉투는 주인이 나한테 돈을 갚은 증표니라.” “말씀 명심하겠사옵니다.” 그 사이에 덕구가 천사의 인도를 받고 가까이 왔습니다. 천사가 말..

문학방/소설 2025.06.13

서랍속의 아이들. 36 / 우정⑯ 지옥에서 받은 봉투

서랍속의 아이들. 36 / 우정⑯ 지옥에서 받은 봉투 활활 타는 지옥 불의 뜨거운 바람이 확확 불어와 얼굴을 달구었습니다. ‘저 불속에서 내 인생은 끝나는 게 아닌가.’ 준태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그 순간 빛 속에서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고개를 들라!” 잔뜩 오므라진 목을 빼고 올려보던 준태는 깜짝 놀랐습니다. 빛 가운데 좁쌀영감한테 덕구가 써준 차용증이 또렷이 보였습니다. 빛 속에서 음성이 들렸습니다.“이것을 아느냐?” “네, 네.”“네가 이것을 왜 가지고 있었느냐?”“그건…….”“네가 훔친 것이냐?”“아니옵니다.” “어째서 이걸 품고 다녔느냐?”“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그랬습니다.” “네 딴에는 친구를 위하여 착한 일을 한다고 한 것이었더냐?”“그런 건 아니고…….” “친구 빚..

문학방/소설 2025.06.12

서랍속의 아이들. 35 / 우정⑮ 줄줄이 지옥 불로 사라지다

서랍속의 아이들. 35 / 우정⑮ 줄줄이 지옥 불로 사라지다 그러자 그 가짜 목사의 행실이 드러났습니다. 여자가 말한 것보다 더 나쁜 짓을 많이 저질렀습니다. 빛 가운데서 벼락같은 소리가 터졌습니다. “이래도 거짓말이란 말이냐?”“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가짜로 목사 행세는 하였지만 많은 사람들한테 하나님을 전도하고…….” 변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빛 가운데서 명령이 떨어졌습니다.“저 자를 불속에 던져라!”검은 사자가 그를 불속으로 던졌습니다.“아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불속으로 들어가 지글지글 타다가 사라졌습니다. 빛 가운데서 다음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너한테 묻겠다. 너는 내가 몇 번씩 불렀다. 소리를 못 들었느냐?”“못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줄 알면 제가 하나님을 ..

문학방/소설 2025.06.10

서랍속의 아이들. 34 / 우정⑭ 가짜 목사의 변명

서랍속의 아이들. 34 / 우정⑭ 가짜 목사의 변명 검은 사자가 이번에는 목에 십자가를 걸고 목사 가운을 설친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빛 가운데서 우렁찬 소리가 물었습니다.“넌 무슨 일을 하다가 왔느냐?” “저는 세상에서 하나님을 위하여 많은 선교를 하고 큰 교회를 세우고 설교와 봉사를 하였습니다.”“그렇게 훌륭한 일을 많이 한 네가 어째서 이리로 왔느냐?” 그러면서 빛에서 검은 사자를 꾸짖었습니다.“어찌하여 너는 이런 실수를 하였느냐? 이 사람은 세상이 존경하는 목사가 아니더냐?”사자가 대답했습니다. “이 자는 목사 가운을 입고 하나님 이름을 팔면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가 독약을 마시고 잡혀 왔습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거룩하고 깨끗한 척하면서 강도보다 무서운 음모를 꾸몄고 혼자 있을 때는 하나님을 비..

문학방/소설 2025.06.09

서랍속의 아이들. 33 / 우정⑬ 네 죄를 고하라

서랍속의 아이들. 33 / 우정⑬ 네 죄를 고하라 시커먼 저승사자는 바람처럼 빠르게 달려가면서 소리쳤습니다. “빨리 따라와, 이놈아!” 준태는 절름절름 그 뒤를 따랐습니다. 사방이 컴컴하고 으스스한 골짜기를 지나 하루 종일 달려 한 곳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빛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앞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높은 보좌가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보좌는 눈이 부셔서 바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시커먼 사자가 준태한테 명령했습니다.“이놈아, 무릎 꿇고 큰절을 올려라.”준태는 아무 말 못하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습니다. 빛이 쏟아지는 높은 중심에서 우렁우렁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고개를 들라아아!” 준태는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았습니다. 빛이 너무 강하여 말하는 이의 얼굴은 볼 수 없고 빛만..

문학방/소설 2025.06.08

서랍 속의 아이들. 32 / 우정⑫ 저승사자 출현

서랍속의 아이들. 32 / 우정⑫ 저승사자 출현 덕구는 눈앞이 캄캄한 중에 언뜻 생각이 나서 말했습니다.“제 피를 수혈해 주실 수 없을까요? 저는 O형입니다만.”“확실합니까?” “초등학교 때 선생님 그러셨습니다.”“이 환자는 혈액이 특수해서 오형이라 하더라도 수혈이 가능할는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오형은 아무한테나 줄 수는 있지만 다른 혈액은 받을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직 제가 이런 경험을 해 보지 않아서 어떨는지 모르겠습니다. 수혈을 하다가 안 맞으면 생명에…….” “어차피 시간이 없는데 가만히 두고 죽는 것을 보느니 제 피라도 주어보고 싶습니다. 안 맞아서 죽더라도 해 보시지요.”의사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곁에 있는 경찰관한테 물었습니다.“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맞..

문학방/소설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