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 263

돌에 글자를 파듯

돌에 글자를 파듯 《혼불》 작가 최명희의 원고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난다. 1만 매가 넘는 대하소설을 쓰면서 원고지 칸마다 한 자 한 자 적은 글자에 정성이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그가 생전에 '나는 원고지 칸마다 돌에 글자를 파듯 정성 들여 쓴다'고 했다는 그 말이 그대로 원고지에 살아 있다. 또 그는 한 마디 한 구절을 쓸 때마다 '철자 하나, 부호 하나도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쓴다'고 하였다. 원고지에 씌어 있는 글자는 작품 이전에 겉 사람이고 작품은 속 사람이라고 생각해 오던 나는 그의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원고지 칸에 글씨를 새긴다던 말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용어도 적당히 얼버무려 쓰는 법이 없이 '있어야 할 말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한다'던 그 말대로 그는 빈자리에 들..

문학방/수필 2008.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