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 266

가랑잎

가랑잎 사납게 불어대는 늦가을바람에 가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던 갈잎이 떨어져 이리저리 바람에 끌려 다니다 한 곳에 멈췄습니다. 가지를 떠난 가랑잎은 한겨울 펑펑 내린 눈 속에 덮인 채 발발 떨며 겨울을 보냈습니다.  마침내 긴 겨울이 지나고 따듯한 봄이 왔습니다. 겨우내 소복하게 덮였던 눈이 녹아 땅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가랑잎도 따듯한 햇볕을 받아 기지개를 켜고 소리쳤습니다. “아아! 봄이다. 봄!”이때 땅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영차! 영차!”가랑잎이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땅에 떡잎이 흙을 밀고 올라오면서 내는 소리였습니다. 가랑잎이 잎 대를 쑥 내밀어 떡잎을 도와주었습니다. 떡잎이 흙을 밀고 나와 팔을 벌리고 하품을 하다가 가랑잎이 한쪽 흙을 밀어내며 도와주는..

문학방/동화 2025.01.13

옆 사람 4 / 아름다운 동승자

옆 사람 4 / 아름다운 동승자 나는 퇴근길에 서울역서 무궁화호 1호차 31번 석에 앉아 내가 지은 판타지 탈장르 돈>이라는 제목의 책 가운데 한 곳을 읽고 있었다. 내용의 한 토막에------- ‘오만 원짜리 한 장에도 벌벌 떨던 내가 일억도 아니고 십억도 아니고 백억이 통장에 들어왔다. 그 기쁨을 무슨 자로 잴 것이며 그 기쁨을 무슨 그릇으로 담아낼 것인가. 그런 돈을 가져본 자만이 기쁨의 크기를 알리라’ ‘아내도 모르게 산을 사고 아무도 모르게 산을 팔아 백억을 가진 부자가 된 거다. 밥을 굶어도 배부르고 세상이 온통 내 것 같고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걸 행복이라고 하는 걸까?’  ‘하늘을 보아도 웃음이 나오고 화장실에 가서도 웃음이 나온다. 친한 친구한테 자랑도 하고 싶다. 그러나 이 ..

문학방/수필 2025.01.08

실패를 교훈 삼는 사람

실패를 교훈 삼는 사람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 우디앨런이 한 말에 실패를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안이하게만 살았다는 증거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막상 실패를 하게 되면 겁에 질려 용기를 잃습니다. 실패는 값비싸게 치르고 받는 교훈입니다.  한 번의 실패로 두 개의 교훈을 얻는 사람이 있고 한 번의 실패로 폐인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패를 교훈 삼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하지만 실패를 절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영영 못 일어섭니다.

문학방/수필 2025.01.08

뒤죽박죽 인생

뒤죽박죽 인생 뒤죽박죽 사는 인생잘난 놈도 죽고 나면 땅 반평에 누워 썩고못난 놈도 죽고 나면 반평 땅에 묻혀 썩고그렇게 흙으로 돌아갈 인생 내가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모르고뒤죽박죽 이리저리 굴러 다니다언제 어디서 죽을지도 모르고 그래도 웃고 울며 친구 삼고 즐기다순서없이 가는 것이 인생 아닌가. 아직 살아 있음에 족하나몸뚱이는 흙으로 들어간다 치고내 의식과 영혼은 어디다 맡길 건가?그만은 알고 가야 하지 않는가  허허 당신도 나도 아직 영원인 줄 알고 살지 않는가어차피 뒤죽박죽 인생어울려 즐겁게 웃고 삶이 어떤가?

문학방/시 2024.12.22

띠 동갑 이야기 / 쥐띠(子) 부부

띠 동갑 이야기 / 쥐띠(子) 부부 서울 쥐가 단풍 구경을 하려고 부여행 고속버스를 탔습니다.같은 자리에 얌전하고 깔끔한 시골 쥐가 와서 앉았습니다.서울 쥐가 옆 눈으로 힐끔거리다 시골 쥐한테 들켰습니다.예쁜 시골 쥐가 생긋이 웃으며 물었습니다.“뭘 보세요?”“아닙니다. 미안해요.”“미안할 것 없어요. 나 예쁘지요?”“예, 예뻐요.”시골 쥐가 당돌하게 말했습니다.“옆 손님도 멋져요, 꽃 미남이에요.”“그렇습니까? 제 이름은 서훔입니다. 아가씨 이름은?”“서훔이라고요? 제 이름은 지은이에요.”“지은이? 이름이 예쁩니다.”“원래 이름은 쥐은인데 사람들이 지은이라고 불러요.”“하하, 그렇습니까? 내 이름은 원래 서생원인데 훔치기 잘한다고 서훔이라고 부릅니다.”“어머머, 훔치기를 그렇게 잘하신다고요?”“무엇이든..

문학방/소설 2024.12.21

엄마하고 아빠가 싸움 났어요

엄마하고 아빠가 싸움 났어요  “선생님 우리 엄마 아빠는 날마다 싸워요.”담임선생님이 물었습니다.“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 아빠가 왜 날마다 싸우신다는 거야?”“선생님은 무엇이든지 다 아시지요? 왜 싸우시나요?”“글쎄다. 왜 싸우실까?”“우리 엄마는 천당이 있다고 하시고 아빠는 그런 거 없다고 하며 싸우시는 거예요.” “그래?”“선생님은 뭐든지 아시잖아요. 엄마가 맞나요 아빠가 맞나요?”“…….”“선생님 누구 말이 맞나요?”“나도 그건 잘 모르겠다.”“선생님도 모르시면 누가 알아요?”선생님이 대답을 못하자 집으로 돌아가며 민수가 말했습니다. “장우야, 우리 선생님 엉터리야. 그지?”“응, 선생님이 그런 것도 모르시면서…….”“그렇지? 선생님 엉터리지?”장우가 뚜벅뚜벅 걸어가며 대답했습니다.“엉터리 같아...

문학방/동화 202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