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 261

바람왕 두두 2 / 날아다니는 모자

2. 날아다니는 모자 이때 할아버지가 저쪽으로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휘익 불어 할아버지 모자가 벗겨지며 날아와 나나 머리에 씌워졌습니다. 할아버지가 나나를 화난 얼굴로 꾸짖었습니다. “네가 그랬느냐?” 나나가 아니라고 하려는데 바람이 휙 불어 모자가 다시 할아버지 머리로 날아가 씌워졌습니다. 할아버지가 놀라운 듯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습니다. “별일 다 보겠네. 모자가 날아다니다니, 허허.” 할아버지가 힐끔거리며 골목길로 돌아갔습니다. 바람이 장난을 쳤습니다. “쉬유! 쉬쉿! 슈웅! 재미있지? 나나야.” 나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네 친구들이 부르는 소릴 듣고 알았지. 더 묻지 마. 대신 재미있는 구경시켜줄까?” “무슨 구경?” “황소하고 왕개미하고 싸우면 누..

문학방/동화 2022.10.11

바람왕 두두 / 개미한테 배워라

바람왕 두두 1. 개미한테 배워라 나나는 책에서 이상한 구절을 읽고 머리를 갸웃거렸어요. ‘너희는 개미한테 지혜를 배워라.’ 개미한테 배우라고? 작은 바람에도 날아갈 듯 작고 허리가 가늘고 연탄보다 새까만 개미한테 뭘 배워? 그러다가 개미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어요. 반짝거리는 눈에 안테나 더듬이를 달고 부지런히 일하는 모양이 귀엽기도 했어요. 또 책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 ‘개미가 작다고 우습게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개미가 황소도 이기고 호랑이도 이기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지요?’ 예쁘고 귀여운 나나가 개미가 무슨 힘으로 호랑이를 이긴다는 거야? 거짓말이야 하고 동화책을 읽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창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달그락 달그락 두두 두두.” 창문을 누군가가 달그락달그락 두..

문학방/동화 2022.10.10

나는 가짜 크리스천이었다

나는 가짜 크리스천이었다 머리말 바람둥이는 여자를 꾀자면 공자나 석가모니가 한 말을 써야 한다는 것ㅇ르 다 안다. 그러나 성경으로는 미녀를 사냥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나는 이라는 젊은 주인공은 미녀 사냥꾼이었다. 그는 미녀들이 많이 모인다는 여자대학교 앞 다방에서 자기는 S대학생이라고 속이고 여자를 꾀었다. 그리고 사기를 치고 도둑질을 했다. 그러나 사기 행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피해자의 고발로 경찰에 잡히고 결국은 유치장까지 갔다. 유치장에서는 여자들이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다. 여자 구경을 하자면 여죄수도 참석한다는 교회에 가면 된다는 것을 알고 그는 거짓말을 하여 자기도 기독교인이라고 속이고 예배에 참석한다. 그런데 목사님이 성경을 읽었다.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를..

문학방/논픽션 2022.10.04

뻐꾸기와 종달새의 재판

뻐꾸기와 종달새 / 1. 얌체 뻐꾸기 뻐꾸기 부부가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마주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암 뻐꾸기가 예쁜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습니다. “올해는 알을 어느 새네 집에다 낳을까요?” 가만히 생각을 하던 수뻐꾸기가 대답했습니다. “글쎄? 개개비, 때까치, 멧새, 노랑할미새, 종달새…….” “작년에는 개개비네 집에서 길렀는데 올해는 종달새네 집이 어떨까요?” “종달새가 시끄럽기는 해도 깔끔하긴 하지. 수컷이 제 영역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둥지로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문제지만.” 그렇습니다. 종달새 수컷은 자기 세력 영역을 정해 놓고 삽니다. 종달새 수컷이 수직으로 하늘 높이 솟아 올라가 ‘찌지쪼조조 어쩌구저쩌구’ 노래하는 것은 그 지역이 자기 구역이니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입니..

문학방/소설 2022.10.02

꾀꼬리 부부의 사랑

꾀꼬리 부부의 사랑 첫날밤 지리산 깊은 숲속에 아주 맑고 예쁜 소리로 노래를 잘 불러서 온갖 새들의 인기를 누리는 암 꾀꼬리가 살았당게. 아따 고것이 노래를 을매나 잘 부르는지 산속의 꿩이며 산비둘기, 파랑새, 부엉이들이 모두 암꾀꼬리한테 반하여 짝짓기를 하자고 난리였당게. 그 가운데 나이도 한 살 어린 수꾀꼬리가 밤낮으로 따라다니며 프러포즈를 해싸서 아무래도 누군가와 결혼을 했다고 하면 편할 것 같아서 수꾀꼬리한테 이런 다짐을 했당게.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있응게 별것들이 다 괴롭혀서 못 살것다. 네가 그렇게 졸라대니 너라도 남편이라고 해 둬야겠응게 혼인 날짜 잡고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리자. 그 대신 내 요구대로 지키겠다고 맹세 혀.” 이 말에 수꾀꼬리 팽수는 가슴이 터질 듯 기뻤당게. “정말이라랑..

문학방/동화 2022.10.02

국화가 피는 날 나는 울 거야

국화가 피는 날 나는 울 거야. 어머니 계단을 기어 홈 한 줌 담고 싶은 병아리 입만큼 작고 가녀린 국화 싹 한 포기 정성으로 심으신 국화 싹 한 포기 여름내 자라 어머니 모습처럼 작고 슬픈 얼굴이다 아침저녁 물주며 어머니 삶이 묻은 잎사귀 파란 숨결에 인사드린다 어머니 사시는 나라가 국화 향보다 그윽한 아름다운 나라시냐고 아직도 못다 하신 말씀이 있으실 텐데 어머니는 국화 한 포기에 소망을 묻으시고 눈을 감으셨습니다 남들은 장수가 복이라지만 다 살고 보면 장수만큼 무거운 저주도 없다 하시던 어머님 말씀은 진리였습니다 이제 국화는 파란 하늘에 손을 저으며 멀리 떠가는 구름 너머로 가을을 손짓합니다. 국화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기쁜 모습으로 가을을 기다리며 꽃망울 잉태의 꿈에 하얀 밤을 지냅니다 어머니..

문학방/시 2022.10.02

인간 보링

인간 보링 1. 바보 효자들 누구라도 알 만한 국내 재벌회사 가운데 하나인 정수물산 그룹의 아들 삼형제가 모여 회의를 했다. 큰아들이 먼저 말했다. “아버지가 오래 사셔야 하는데 문제다.” 둘째도 따라 걱정을 했다. “그래요 형님, 아버지가 오래 사셔야 합니다.” 셋째도 말했다. “아버지가 치매인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아버지가 하시던 일 생각나시지요?” 그 사정은 이렇다. 하루는 큰아들을 불러놓고 소리쳤다. “너, 주식 팔아서 어쨌어?” “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주식을 팔다니요?” “그럼 너 말고 누가 있어? 네 동생들은 다 외국에 살고 있고.” “내가 얼마 전에 비행기 타고 미국 갔다 왔잖으냐?” “아버지, 언제 미국을 가셨다는 겁니까? 다리 관절로 친구들도 만나러 나가시지 못하셨는데 미국을 가시..

문학방/동화 2022.08.08

엄마는 무서워

엄마는 무서워 “아빠, 엄마 뿔!” 아빠가 퇴근하여 오시는데 내가 두 손을 양쪽 귀 위에 세우고 눈짓을 하자 아빠는 금방 알아채셨습니다. “뿔?” “엄마, 오늘 여고동창회…….” “알았다. 알았어, 조심!” 아빠가 손을 입에 세워 대고 눈을 껌벅껌벅했습니다. 그리고 살금살금 서재 문을 가만히 열고 들어가 살그머니 닫았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 엄마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시겠지요? 아빠도 나도 누나도 형도 다 엄마한테 절절맬 때가 있어요. 엄마가 방에서 무언지 쿵쾅 우당탕 덜커덩하고 던지는 소리를 내더니 문을 활짝 열고 나를 불렀습니다. “채경아!” “왜 엄마.” “너 들어와 봐.” “왜?” “넌 누구를 닮아서 공부를 그렇게 못하는 거냐?” “나 엄마 아들이야. 엄마 안 닮고 누구를 닮아?” “넌 꼭 그렇게밖..

문학방/동화 2022.08.08

하나님 불만 있어요

하나님 불만 있어요 / 1 하나님 어디 계셔요? 상준이는 교회에 아무도 없고 비어 있는 것을 알고 가만히 들어가 무릎을 꿇고 하나님을 불렀습니다. “하나님, 어디 계셔요?” “하나님, 저 불만 있어요.” “하나님, 듣고 계신가요?” “저 불만이 있다고요.” “하나님, 정말 모르시는 척하실 거예요?” “저 불만이 있어서 왔다구요.” “하나님, 체면 생각해서 아무도 없을 때 온 제 맘 아세요?” “듣고 계신 것 아닌가요?” “저 불만이 있다고요.” “하나님, 정말 계신 거 맞아요?” “저 불만 말씀드리러 왔어요.” “하나님, 하나님, 하나님!” 점심시간부터 해가 넘어갈 때까지 불만을 말하겠다고 하나님을 찾은 상준입니다. 눈을 감고 깜박 졸고 있다고 생각할 때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나이도 어린 녀석..

문학방/동화 2021.06.12

하나님 불만 있어요 수정추가

하나님 불만 있어요 / 1 하나님 어디 계셔요? 상준이는 교회에 아무도 없고 비어 있는 것을 알고 가만히 들어가 무릎을 꿇고 하나님을 불렀습니다. “하나님, 어디 계셔요?” “하나님, 저 불만 있어요.” “하나님, 듣고 계신가요?” “저 불만이 있다고요.” “하나님, 정말 모르시는 척하실 거예요?” “저 불만이 있어서 왔다구요.” “하나님, 체면 생각해서 아무도 없을 때 온 제 맘 아세요?” “듣고 계신 것 아닌가요?” “저 불만이 있다고요.” “하나님, 정말 계신 거 맞아요?” “저 불만 말씀드리러 왔어요.” “하나님, 하나님, 하나님!” 점심시간부터 해가 넘어갈 때까지 불만을 말하겠다고 하나님을 찾은 상준입니다. 눈을 감고 깜박 졸고 있다고 생각할 때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나이도 어린 녀석..

문학방/동화 2021.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