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와 종달새 / 1. 얌체 뻐꾸기
뻐꾸기 부부가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마주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암 뻐꾸기가 예쁜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습니다.
“올해는 알을 어느 새네 집에다 낳을까요?”
가만히 생각을 하던 수뻐꾸기가 대답했습니다.
“글쎄? 개개비, 때까치, 멧새, 노랑할미새, 종달새…….”
“작년에는 개개비네 집에서 길렀는데 올해는 종달새네 집이 어떨까요?”
“종달새가 시끄럽기는 해도 깔끔하긴 하지. 수컷이 제 영역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둥지로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문제지만.”
그렇습니다. 종달새 수컷은 자기 세력 영역을 정해 놓고 삽니다. 종달새 수컷이 수직으로 하늘 높이 솟아 올라가 ‘찌지쪼조조 어쩌구저쩌구’ 노래하는 것은 그 지역이 자기 구역이니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입니다.
남편 수뻐꾸기가 자리를 뜨면서 말했습니다.
“종달새 둥지가 어디 좋은 데가 있는지 알아보고 올게.”
아내 암 뻐꾸기가 상냥하게,
“알았어요. 빨리 알아보고 오세요. 알을 곧 낳아야 해요.”
수뻐꾸기는 종달새보다 높이 날아 풀숲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저기, 저기가 좋겠어.”
숲속 종달새 둥지에는 종달새 알 네 개가 조르르 보였습니다. 마침 하늘에서 지저귀던 종달새 수컷도 먹이를 찾아 어디론가 가고 둥지는 아무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수뻐꾸기가 급히 달려가 암 뻐꾸기한테 알렸습니다.
“지금이 기회야, 종달새 둥지가 비었고 알들만 있어. 빨리 둥지로 가!”
암 뻐꾸기가 급히 날아 종달새 둥지로 갔습니다. 그리고 알 네 개 가운데 하나를 발로 밀어서 밖으로 내보내 굴려버리고 그 자리에다 알을 낳아 네 개를 채웠습니다.
그러는 동안 수뻐꾸기는 암 뻐꾸기가 내보낸 알을 멀리 굴려다 숨겼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종달새 둥지에는 뻐꾸기 알이 자리를 잡았고 멀리 먹이를 찾아다니던 암 종달새가 돌아와 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종달새는 자기 알이 바뀐 것도 모르고 숫자만 세고 자기 알로 알고 네 개의 알을 발로 굴리며 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수컷 종달새는 하늘 높이 올라 자기 영역을 지키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찌배 찌배 삐르르르 쪼르르 찌르찌르 쪼르르!”
암 종달새는 수컷이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알들이 깰 때까지 열이틀 동안 발로 굴리고 쓰다듬고 열심히 품었습니다.
열이틀이 지나자 알에서 새끼들이 부리로 얇아진 껍질을 콕콕 쪼며 (啐啄同時라 함)머리를 내밀었습니다. 그제야 품기를 마친 암 종달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소리쳤습니다.
“아아 해방이다! 얘들아, 이제 네 힘으로 까고 나와라.”
뻐꾸기와 종달새 / 2. 악마같은 뻐꾸기새끼
종달새는 날개를 저으며 파란 하늘을 높이 날아 먹이를 찾아 떠났습니다. 수컷 종달새는 기뻐하며 알에서 기어 나오는 새끼들을 둘러보고 말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너희들한테 먹이를 물어다 주어야겠지? 요 귀여운 내 새끼들!”
종달새 부부가 멀리 먹이를 찾아 떠난 사이에 둥지 속의 알들은 모두 깨어났습니다. 가장 먼저 깨어 목을 빼고 둘러보던 뻐꾸기 새끼가 중얼거렸습니다.
“요것들이 몇 마리야? 세 마리네. 하루에 하나씩 내쫓아야겠지. 흐흐흐.”
바로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은 털이 질퍽하게 젖은 채였습니다. 한 마리가 빨갛고 간들간들한 목을 길게 뽑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종알거렸습니다.
“아아! 파랗고 아름다운 하늘이다아!”
그 소리에 다른 새끼도 목을 빼고 게슴츠레한 눈을 껌벅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하늘이네.”
그것을 보던 뻐꾸기 새끼가 속으로 말했습니다.
“요것들이 제법 새 모양이 되어 가네. 히히히.”
조금 전에 하늘을 보고 좋아하던 새끼는 암 종달새였습니다. 암컷은 날 때부터 연약하게 보였습니다. 그 다음에 다른 종달새 새끼가 눈을 깜박이며 날개를 쭉 펴고 톡톡 털면서 소리쳤습니다.
“하늘이다. 하늘이다. 날아가고 싶은 하늘이다.”
그 소리에 뻐꾸기 새끼가 비웃었습니다.
“네깟 것들이 하늘을 난다고? 어림도 없지. 내가 누군지 아냐?”
알 속에서 깨어난 종달새 병아리들은 한동안 젖은 털을 말리며 눈을 깜짝거렸습니다. 그러나 새끼 뻐꾸기는 다른 병아리들과 달리 몸집이 크고 잠깐 사이에 물기를 털어버리고 날개를 펴고 제법 새처럼 머리를 휘둘렀습니다.
그러는 사이 네 마리 새끼들이 오글거리는 둥지로 수 종달새가 날아와 이리저리 흩어진 껍질을 물어내어 말끔하게 치워놓고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수 종달새가 떠난 하늘 멀리서 암 종달새가 먹이를 물고 왔습니다. 그것을 본 새끼 뻐꾸기가 다른 새끼 종달새 병아리들한테 말했습니다.
“너들 내 말 잘 들어. 엄마가 먹이를 주면 입에 물고 삼키지 마. 알았지?”
막내로 깨어난 병아리가 물었습니다.
“왜?”
“이유는 묻지 말고 입에 물고만 있어. 알았지?”
“암 종달새 병아리도 종알거렸습니다.”
“왜 먹지 말라는 건데?”
새끼 뻐꾸기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습니다.
뻐꾸기와 종달새 / 3. 너! 주둥이 벌려 봐!
“이유는 묻지 마! 내 말 안 들으면 가만 안 둔다는 것만 알아!”
둘째로 깨어난 종달새 병아리가 대답했습니다.
“알았어.”
이때 어미 종달새가 먹이를 물고 와서 네 마리 새끼들 입에다 먹이를 조금씩 넣어주고 또 먹이를 구하러 멀리 날아갔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던 새끼 뻐꾸기가 명령하듯 말했습니다.
“너희들 내 말대로 입에 물고 있지? 입에 있는 것 다 뱉어!”
두 마리는 입에 물고 있던 먹이를 뱉었습니다. 그러나 막내는 먹이를 삼켜 버려서 입에 물고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새끼 뻐꾸기가 화를 냈습니다.
“너! 주둥이 벌려 봐!”
막내 종달새 병아리가 입을 벌렸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한 새끼 뻐꾸기가 부리를 휘둘러 막내 병아리를 둥지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힘이 약한 종달새 병아리는 쫓겨났습니다. 새끼 뻐꾸기가 남은 두 종달새 병아리한테 말했습니다.
“너들 물고 있는 거 다 뱉어!”
두 마리 종달새 병아리는 입에 물고 있는 것을 뱉었습니다. 그것을 새끼 뻐꾸기가 다 홀딱 집어 먹었습니다. 그것을 본 암 종달새 새끼 병아리가 말했습니다.
“그건 왜 네가 먹어?”
새끼 뻐꾸기가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묻지 마! 쬐그만게!”
오빠 종달새 병아리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들한테는 물고만 있으라고 하더니 네가 먹어?”
“그래, 내가 먹었다. 내가 힘이 빨리 나야 너희를 도울 수 있는 거야.”
“난 배고픈데…….”
새끼 뻐꾸기가 윽박지르고 말했습니다.
“엄마가 오면 배고프다고 하지 마! 알았지? 말하면 막내처럼 내쫓을 거야!”
“그럼 엄마가 주는 먹이 먹어도 돼?”
“안 돼! 물고 있어!”
“먹고 싶은데…….”
“먹으면 내쫓는다. 알았지?”
“…….”
종달새 병아리들은 말도 못한 채 가슴에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형은 뭐야? 저만 먹고…….’
해가 질 때쯤 어미 새가 먹이를 물고 돌아왔습니다.
“아기들아, 배고프지? 먹이 줄게.”
어미 종달새가 입에 먹이를 가득 물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몸집이 가장 큰 새끼 뻐꾸기가 입을 짝 벌리고 받아먹었습니다. 그래서 어미 종달새 입에는 먹이가 조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두 마리한테 나누어 입에 넣어주고 말했습니다.
“네 큰형이 먼저 뺏어 먹고 조금밖에 안 남았다. 이거라도…….”
뻐꾸기와 종달새 / 4. 남의 속도 모르고
어미 종달새는 급히 멀리 날아갔습니다. 배가 너무 고픈 암 종달새 병아리는 입에 넣어 준 먹이를 꼴깍 삼켜 버렸습니다. 그것을 본 새끼 뻐꾸기가 소리쳤습니다.
“너 삼켜버렸지?”
종달새 병아리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새끼 뻐꾸기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습니다.
“배가 고프다고 오빠 말을 안 들어?”
“오빠, 미안해, 미안해.”
“미안하다고 하면 다인 줄 아냐? 너 같은 건!”
새끼 뻐꾸기가 부리를 쑥 내밀어 아기 종달새를 둥지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아기 종달새는 둥지에서 밀려나가지 않으려고 버티면서 말했습니다.
“오빠, 다시는 안 그럴게 이러지 마.”
“다시는 안 그런다고? 한번 배반하면 두 번 하게 되어 있어!”
또 부리로 아기 종달새를 밀어댔습니다. 그 모습을 겁먹은 눈으로 바라보던 남은 맏이 종달새가 말했습니다.
“형, 너무 그러지 마. 용서해 줘. 다시는 안 그런다고 하지 않아?”
그러나 새끼 뻐꾸기는 들은 체도 않고 아기 종달새를 둥우리 밖으로 밀어내고 말았습니다. 쫓겨난 아기 종달새가 둥지로 오르려고 버둥거리며 애원했습니다.
“큰오빠, 작은오빠 나 살려 줘, 여기는 무서워.”
작은오빠라고 불린 병아리 종달새가 새끼 뻐꾸기한테 사정했습니다.
“형, 동생을 살려주면 안 될까? 너무 불쌍하다.”
새끼 뻐꾸기는 단호했습니다.
“안 돼!”
둥지로 기어오르던 아기 종달새는 힘이 빠져서 뚜르르 굴러 떨어졌습니다. 병아리 종달새가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형! 너무 해. 동생을 저렇게 버려두면 죽는단 말야!”
“죽으면 죽으라지, 무슨 걱정이냐? 너도 조심해!”
“…….”
병아리 종달새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미 종달새는 아빠 종달새와 풀숲에서 자고 일어나 둥지로 왔습니다. 둥지 밖에 굴러 떨어져 죽은 아기 종달새를 보고 둥지 안에다 대고 물었습니다.
“저 애가 왜 저렇게 나가 있니?”
병아리 종달새가 대답을 하려고 입을 벌렸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새끼 뻐꾸기가 눈을 부릅뜨고 말을 가로챘습니다.
“엄마, 아빠. 저 애는 고집쟁이에요.”
어미 종달새가 물었습니다.
“고집쟁이라니?”
“우리 둘 사이에서 안고 자자고 했더니 수컷하고 같이 자기 싫다고 고집을 부리고 둥우리 밖으로 기어 나갔어요.”
뻐꾸기와 종달새 / 5. 원래 수컷들은 그런 거다
아빠 종달새가 껄껄 웃었습니다.
“그것이 벌써 철이 들었던가 보우. 암수를 가릴 줄 알았으니 말이오.”
어미 암종달새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글쎄 말예요. 목숨을 내놓고 달아났으니 사람보다 낫지 않아요? 호호호”
엄마 아빠가 하는 소리를 들으며 속이 상한 병아리 종달새가 소리쳤습니다.
“엄마, 아빠! 그게 아…….”
그게 아니라고 하려는데 새끼 뻐꾸기가 입을 막았습니다.
“엄마, 아빠 이 동생이 장난을 너무 쳐서 도망을 친 거예요.”
병아리 종달새가 그게 아니라고 말하려 했습니다.
“엄마, 아빠 그게 아니…….”
남의 속도 모르고 아빠 종달새가 그 말을 막았습니다.
“알았다. 알았어. 원래 수컷들은 그런 거다. 수컷이 장난이 심하면 안 되지만 말이야.”
병아리 종달새는 더 답답했습니다.
“아빠! 그게 아니고…….”
아빠 종달새가 말했습니다.
“그렇게 아니라고 해도 다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하하.”
병아리 종달새는 울고 싶었습니다. 몸집이 큰 형이 동생들 먹이도 다 빼앗아 먹고 말 안 듣는다고 둥지 밖으로 밀어냈다는 말이 하고 싶은데 아빠 종달새마저 들어주지 않아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새끼 뻐꾸기가 엉뚱한 소리를 했습니다.
“아빠, 어제 밤에 저 애가 막내를 따라 둥지 밖으로 나가려는 걸 제가 간신히 막았어요.”
어미 종달새가 칭찬을 했습니다.
“잘했다. 네가 큰형이니까 그래야지, 앞으로도 잘 해라.”
병아리 종달새는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엄마 아빠 종달새는 새끼 뻐꾸기 말만 들어주고 자리를 뜨면서 말했습니다.
“기다려라, 빨리 나가야 먹이를 잡을 수 있다. 배고파도 참아라.”
종달새 부부가 먹이를 찾아 멀리 떠난 다음 새끼 뻐꾸기가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너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마! 알았지?”
“…….”
“오늘 나를 기분 나쁘게 했으니까 너 아침은 굶는다. 알겠니?”
“또 아침을 굶으라고?”
“그래, 엄마가 먹이를 물어오면 받아서 입에 물고 있다가 나중에 내가 뱉으라고 할 때 뱉어. 안 그러면 너도 밖으로 내쫓을 거야. 알았지?”
병아리 종달새는 밖으로 쫓겨나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알았어, 형.”
이렇게 말한 병아리 종달새는 힘이 세기만 하면 형을 한 방에 날려버리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길 자신이 없었습니다.
뻐꾸기와 종달새 / 6. 형 그렇게 웃지 마, 무서워.
어미 종달새는 어디서 잡았는지 왕잠자리를 한 입 물고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먼저 새끼 뻐꾸기한테 먹이고 남은 것을 병아리 종달새 입에 물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바쁘게 떠나면서 말했습니다.
“싸우지 말고 잘 놀아라. 먹이 잡는 대로 돌아올게. 알았지?”
엄마 종달새가 멀리 날아간 다음 새끼 뻐꾸기가 말했습니다.
“뱉어!”
병아리 종달새는 물었던 것을 다 뱉었습니다. 그것을 새끼 뻐꾸기가 날름 집어 먹고 말했습니다.
“다음에 엄마가 오면 그때 먹어. 알았지?”
“정말?”
이렇게 말하는 병아리 종달새는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그 동안 입에 물고 있다가 뱉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먹은 것입니다. 그것을 모르는 엄마 종달새는 병아리 종달새가 굶어서 배고파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배가 너무 고픈 병아리 종달새가 말했습니다.
“형, 뭐 먹을 거 없을까?”
“여기 먹을 게 뭐 있냐? 네가 나를 잡아먹을 수 있으면 잡아먹어 봐.”
“형을 누가 잡아먹어. 형, 그렇게 아무 말이나 하는 거 아니야.”
“네까짓 게 뭘 알아? 형의 속을 네가 알면 네가 형이게, 흐흐흐.”
“형 그렇게 웃지 마, 무서워.”
“뭐가 무섭다는 거냐? 내 웃는 소리가 무섭다고? 그럼 네가 웃어봐.”
“배가 고파서 웃음이 나오지 않아. 엄마가 먹이 가져오면 먹고 웃어 볼게.”
“네까진 게 웃는다고 누가 좋아할 것 같으냐?”
“엄마는 좋아할 거야.”
힘이 없어 비실거리면서도 날개를 펴 보이며 말했습니다.
“형, 나 날개가 이렇게 자랐어. 날아갈 수 있을 거 같아.”
“날아 봐라. 네까짓 게 날겠다고? 흐흐흐.”
“흐흐흐 하지 마, 무서워. 웃지 마, 형.”
이때 어미 종달새가 먹이를 물고 왔습니다. 어미 종달새는 새끼 뻐꾸기한테 먼저 먹이를 먹여주고 남은 것을 병아리 종달새한테 먹였습니다.
“많이 먹어라. 넌 어째서 형처럼 크지 못하고 빌빌거리는 거냐?”
병아리 종달새는 굶어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옆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새끼 뻐꾸기가 무서워서 말을 못했습니다. 그 대신 오늘은 정말 맛있는 점심을 처음 먹어보았습니다.
어미 종달새가 먹이를 구하러 날아가자 새끼 뻐꾸기가 말했습니다.
“너 입 벌려 봐!”
병아리 종달새가 입을 딱 벌려 보였습니다.
“아!”
“물고 있던 거 다 먹었냐?”
“응, 형이 먹으라고 해서 먹었더니 아주 맛이 있었어.”
“또 먹고 싶으냐?”
“응, 또 먹어도 돼?”
뻐꾸기와 종달새 / 7. 불효막심한 뻐꾸기새끼
“생각해 보고.”
“무슨 생각?”
“귀찮게 이것저것 묻지 마. 그 대신 이번에는 엄마가 먹이를 가져와도 물고 있다가 뱉어야 해, 알았지?”
“또?”
“또 또라고? 내가 언제 너 보고 먹어라 말라 했니?”
“그랬잖아. 형, 나도 굶지 않게 해 줘.”
“너 하는 거 봐서.”
이때 알만 낳아 놓고 달아났던 뻐꾸기 부부가 날아와 둥지 곁에 내렸습니다. 그리고 엄마 뻐꾸기가 새끼 뻐꾸기를 보고 말했습니다.
“아가야, 예쁜 아가야.”
새끼 뻐꾸기가 물었습니다.
“누가 아가야예요?”
“네가 아가지.”
“내가 왜 아줌마 아가예요?”
“넌 엄마도 몰라보니?”
“아줌마, 잘 보세요. 난 종달새예요.”
“아니야, 넌 종달새가 아니라 내 새끼다.”
“아줌마 새끼라니!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난 종달새예요!”
이때 하늘 높이 뜬 수 종달새가 찌찌빼르르 삐르삐르하고 소리쳤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뻐꾸기 부부는 숲속을 기듯이 낮게 날아 달아났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습니다.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병아리 종달새는 날개도 제대로 못 펴고 쪼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본 어미 종달새가 아빠 종달새를 보고 말했습니다.
“맏이는 쑥쑥 잘 자라는데 이 애는 왜 이 모양이에요?”
“그렇게 빌빌거리면 세상에 나갈 자격이 없어. 약육강식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나 있겠나. 우생의 법칙에 의해 도태될 건 빤한데 그런 자식을 먹이자고 우리가 고생할 것이 무엇이오. 일찍이 우리 손으로 치워 버립시다.”
“그럴 순 없지 않아요.”
“저렇게 빌빌거리다가는 누구한테 잡혀 먹힐지도 몰라. 건강한 맏이나 잘 키우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저렇게 빌빌거리면서도 살아 있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그렇게 하고 또 며칠이 갔습니다. 한밤중에 새끼 뻐꾸기가 축 늘어진 병아리 종달새를 부리로 툭툭 밀었습니다.
“형, 왜 이래?”
“몰라서 묻냐?”
병아리 종달새는 겁이 덜컥 났습니다.
“형,형! 왜 이래?”
“너 엄마 아빠가 하시는 말씀 들었지?”
“무슨 말?”
뻐꾸기와 종달새 / 8. 나는 엄마 아들 종달새예요
새끼 뻐꾸기가 말해 주었습니다.
“너 같은 건 일찍 없애 버리고 싶은데 차마 살아 있는 것이 불쌍해서 못 없앤다고 하셨잖아.”
“그래서? 왜?”
“넌 내가 처치해 주어야 엄마 아빠가 편해.”
“날 죽이려고?”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
병아리 종달새는 가슴이 떨리고 형이 마귀 같았습니다.
“형, 나 잘할게 이러지 마.”
“너 같은 건 더 살면 엄마 아빠만 고생시키는 거야. 알았어?”
“그래도 죽기 싫어, 형.”
“누가 죽으라고 했니? 내가 하는 대로 둥우리 밖으로 나가서 살아서 돌아와, 알았지?”
새끼 뻐꾸기는 병아리 종달새를 둥우리 밖으로 힘차게 밀어냈습니다. 언제나 빌빌거리던 종달새 병아리는 날개를 몇 번 펴고 푸드득거리다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종달새 둥우리에는 새끼 뻐꾸기만 남았습니다.
다음 날 종달새 부부가 날아와 둥우리 밖에 죽어 있는 새끼를 보고 새끼 뻐꾸기한테 물었습니다.
“아가야, 저 애가 어떻게 된 것이냐? 왜 저렇게 되었어?”
새끼 뻐꾸기가 태연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어제 엄마 아빠가 하시는 말씀을 듣고 저 애가 스스로 죽겠다고 둥우리를 굴렀어요.”
어미 종달새가 말했습니다.
“그랬구나. 빌빌거리고 자식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제가 알아서 갔다니 다행이지만……. 그래도 불쌍해서…….”
아빠 종달새가 한 마디 했습니다.
“잘 갔어. 하루라도 더 있으면 우리 짐만 되지 뭐, 하나 남은 이 자식이라도 잘 키워서 대장 노릇을 하게 합시다.”
그러면서 새끼 뻐꾸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넌 참 살 생겼다. 어느새 엄마 아빠보다 몸집이 더 커졌어. 마치 뻐꾸기 같다.”
새끼 뻐꾸기가 항의를 했습니다.
“아빠, 나를 뻐꾸기라고 하지 마세요.”
“왜?”
“나는 엄마 아빠 아들 종달새예요. 얼마 전에 웬 뻐꾸기 부부가 와서 나를 보고 자기들 새끼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
“그래서 내가 화를 내고 쫓아 버렸어요.”
“그랬구나. 네가 생김새는 뻐꾸기 같지만 우리 부부가 낳아서 기른 자식이 틀림없다. 넌 내 새끼야 그렇지?”
“네, 아빠 나는 종달새예요.”
이 말을 들은 엄마 종달새가 새끼 뻐꾸기를 품으며 말했습니다.
“귀여운 내 새끼, 누가 뭐래도 넌 엄마 새끼다.”
“엄마, 누가 나를 뻐꾸기라고 해도 나는 엄마 새끼 종달새예요.”
“암암, 그렇고말고.”
어미 종달새는 새끼 뻐꾸기를 뜨겁게 안아주었습니다.
뻐꾸기와 종달새 / 9.
그리고 며칠 후 뻐꾸기 부부가 공격을 해왔습니다. 몸집이 큰 뻐꾸기가 종달새 아빠한테 말했습니다.
“종달아, 그동안 내 새끼 길러 주어서 고맙다.”
엄마 종달새가 날개를 활짝 어깨 위로 끌어올리며 소리쳤습니다.
“뭐라고? 내가 낳아 내가 품어서 키운 내 새끼가 왜 네 새끼냐?”
뻐꾸기가 비웃는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바보 같은 소리, 제 새끼 남의 새끼도 모르는 바보들. 웃겼어! 호호호.”
“뭐라고? 남의 새끼를 제 새끼라고 하는 너는 바보 병신이 아니고?”
수뻐꾸기가 또 비웃었습니다.
“흐흐흐, 좋게 말할 때 내놔! 이 바보들아.”
수 종달새가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바보라고? 네깟 것들이 뭔데 이따위 행패야?”
“내 새끼 찾으러 왔다. 곱게 말할 때 내놓는 게 좋을 거야 흐흐흐.”
엄마 종달새가 제안했습니다.
“우리 아기가 네 새끼인지 아닌지 이 애한테 물어보자.”
“좋아, 그렇게 하지 흐흐흐. 예쁜 우리 아가야, 넌 우리 새끼 맞지?”
새끼 뻐꾸기가 대답했습니다.
“난 뻐꾸기가 아니에요!”
뻐꾸기 부부가 놀라 소리를 쳤습니다.
“뭐! 뭐라고? 네가 뻐꾸기가 아니라고?”
새끼 뻐꾸기가 딱 잘라 말했습니다.
“난 뻐꾸기가 아니고 종달새예요. 당신들은 당장 물러가세요.”
어미 뻐꾸기가 사정하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가야, 넌 뻐꾸기야. 넌 내가 낳은 뻐꾸기란다.”
새끼 뻐꾸기는 쌀쌀맞게 대답했습니다.
“듣기 싫어요. 난 엄마 아빠가 기른 종달새예요.”
“네 몸집이며 털 색깔을 봐라. 네가 어디가 종달새를 닮았니? 넌 나를 닮은 뻐꾸기다.”
“모양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내가 누구를 닮은 것은 상관없어요. 나는 종달새일 뿐이에요”
엄마 종달새가 기가 살아서 말했습니다.
“이 도둑 뻐꾸기들아, 똑똑히 들었지? 우리 아기가 아니라고 하는데 무슨 할 말이 더 있다는 거냐? 당장 물러가!”
뻐꾸기 부부도 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그 애가 우기고 너희들이 자기 새끼라고 우겨도 내 새끼가 네 새끼는 될 수 없어.”
이때 화가 난 아빠 종달새가 소리를 치며 수뻐꾸기한테 달려들었습니다. 수뻐꾸기도 지지 않고 반격했습니다. 몸집이 작고 약빠른 종달새가 부리로 뻐꾸기 등을 콱 쪼아주고 하늘 높이 수직으로 똑바로 솟아올랐습니다. 화가 난 뻐꾸기는 수직으로 날 수가 없으므로 하늘을 한 바퀴 빙 돌아서 종달새를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종달새는 더 높이 날아오르면서 따라오는 뻐꾸기한테 오줌을 찍 싸고 반격을 했습니다.
그것을 본 암 뻐꾸기기 날아올라 종달새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에서는 종달새와 뻐꾸기 부부가 올랐다 내렸다 빙글빙글 돌면서 서로 부리로 쪼고 발로 차기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뻐꾸기와 종달새 / 10.
그 사이에 어미 종달새는 새끼 뻐꾸기를 꼭 끌어안고 둥지를 지켰습니다.
아빠 종달새는 몸집이 작고 빠르고 수직으로 나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뻐꾸기 부부가 달려들어도 쉽게 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늘 높이 오르고 내리는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뻐꾸기도 종달새도 아득히 멀어져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둥지 속의 엄마 종달새가 말했습니다.
“아가야, 고맙다, 넌 자랄수록 뻐꾸기를 닮고 있어서 네가 뻐꾸기라고 할까봐 걱정을 했다. 그런데 네가 엄마 아들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엄마, 나는 뻐꾸기가 아니라 엄마 아들 종달새야.”
그 말에 엄마 종달새는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난 네 말만 들어도 행복하다.”
새끼 뻐꾸기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빠는 몸집이 작아도 빠르게 날 수 있기 때문에 아무 일 없을 거다. 뻐꾸기는 몸집만 크지 아무것도 아니야.”
“엄마도 나를 뻐꾸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지?”
“그럼, 넌 내가 먹이를 물어다 기른 내 새끼인데.”
“엄마, 고마워,”
“내가 더 고맙다.”
그러는 동안 아빠 종달새와 뻐꾸기 부부가 합세하여 종달새를 공격하였습니다. 종달새는 뻐꾸기에 쫓기다가 힘이 달려서 하늘 높이, 더 높이 수직으로 날아오르다가 구름에 닿는 순간 숨이 막혀 곧장 밑으로 떨어지면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싸움에서 이긴 뻐꾸기 부부는 자기 새끼를 찾으러 종달새 둥지로 돌아왔습니다. 뻐꾸기들만 돌아오는 것을 보고 엄마 종달새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것들만 돌아오는 것을 보니……. 아빠가 불행하게 된 것 같다.”
새끼 뻐꾸기는 엄마 종달새를 위로했습니다.
“엄마, 걱정 마, 내가 저 뻐꾸기들을 물리칠 거야.”
“아직 너는 싸울 힘이 모자란다. 더 자라야 해.”
새끼 뻐꾸기는 날개를 쫙 펴 보이며 용기 있게 말했습니다.
“엄마, 봐! 내가 이젠 이렇게 크다고!”
“네가 몸집만 클 뿐 싸울 힘은 없어.”
이때 뻐꾸기 부부가 날아들어 소리쳤습니다.
“종달아, 내 새끼 내놔라!”
엄마 종달새도 지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내 새끼를 내놓으라고?”
“흐흐흐, 좋게 말할 때 내놔. 네 짝처럼 되기 전에.”
“너희가 정 그렇게 나온다면 재판을 받자.”
“재판? 그거 좋지. 당장에 재판을 해 보자.”
“재판에서 내가 이기면 너희들은 물러가야 해. 알았지?”
뻐꾸기와 종달새 / 11.
“물론, 반대로 우리가 이기면 깨끗이 내놓는 거다. 알았지?”
“좋다. 재판장한테 가자.”
그렇게 하여 종달새와 뻐꾸기는 재판장 부엉이를 찾아갔습니다.
7. 부엉이 재판장
영감 부엉이는 낮잠을 즐기고 있다가 갑자기 뻐꾸기와 종달새가 시끄럽게 다투는 소리에 깼습니다.
“무엇들이 이렇게 시끄러운 게냐?”
성미 급한 수뻐꾸기가 말했습니다.
“부엉이 어른님, 주무시는데 죄송합니다. 저희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부엉이가 물었습니다.
“무슨 소원을 들어달라는 게냐?”
“우리 새끼를 종달새가 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우리 새끼를 찾아 주십시오.”
“뭐야? 종달새가 네 새끼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고? 허허허 별일이로다.”
“그렇지요? 부엉이 어른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암, 남의 새끼를 자기 새끼라고 안 내놓는 법은 없느니라.”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온갖 동물 재판을 맡아 하시며 명 판결을 하시는 어른의 명성은 온 천하가 다 알고 있습니다. 명 판결을 부탁합니다.”
이때 어미 종달새 나서서 말했습니다.
“저 뻐꾸기가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입니다. 부엉이 어른, 저의 사정을 들어주십시오.”
부엉이가 꾸짖었습니다.
“남의 새끼를 제 새끼라고 잡고 안 놓아준다면서 무슨 할 말이 있느냐?”
“아닙니다. 이 아들은 제가 부화시키고 먹이를 물어다 먹여 키운 제 새끼입니다.”
“그 말이 정말이냐?”
“그 대답은 제 새끼한테 물어주십시오.”
부엉이가 긴 눈썹을 들썩들썩하면서 새끼 뻐꾸기를 바라보았습니다.
“너는 겉으로 보아 뻐꾸기가 틀림없는데 어째서 종달새가 네 어미라고 하는 것이냐? 너는 도대체 누구냐?”
새끼 뻐꾸기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틀림없는 종달새입니다. 엄마 종달새가 저를 먹여 키우셨고 지금도 저를 가장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때 암 뻐꾸기가 끼어들었습니다.
“부엉이 어른님, 저도 저 종달새보다 제 새끼를 더 사랑합니다. 제 새끼를 돌려주십시오.”
부엉이가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습니다.
“뻐꾸기 듣거라. 저 어린 것이 너희 자식이라는 증거를 대 보아라.”
“부엉이 어른, 눈으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을 무슨 증거를 대라는 말씀입니까?”
뻐꾸기와 종달새 / 12.
“모양만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너희가 저 자식을 위하여 무엇을 했는지 말해 보라는 것이니라.”
뻐꾸기 부부는 잠시 말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수뻐꾸기가 대답했습니다.
“부엉이 어른, 씨는 못 속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 아이의 눈이며 등의 털이며 가슴을 보십시오. 모두가 저하고 똑같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건 나도 보아서 아느니라. 저 어린 것의 마음이 너희와 같은 것이냐?”
“…….”
어미 종달새가 가슴이 뛰는 것을 억누르고 말했습니다.
“부엉이 어른, 저렇게 겉모양만 보고 자기 자식이라고 하는 것들은 벌을 내려야 합니다.”
“허허, 겉모양이 같은 것으로 보아 저 뻐꾸기 아들이 맞는 것 같은데 어찌하여 네 새끼라고 우기느냐?”
이때 새끼 뻐꾸기가 나섰습니다.
“부엉이 할아버지. 저는 겉모양은 뻐꾸기 같지만 뻐꾸기가 이닙니다. 저는 종달새입니다.”
“네 말을 믿어도 되겠느냐?”
“네, 정말입니다. 이제 저 뻐꾸기한테 벌을 주어 쫓아버리십시오.”
어미 뻐꾸기가 사정하는 소리를 했습니다.
“아가야, 너는 우리 새끼가 맞다. 너는 종달새한테 속고 산 거야.”
새끼 뻐꾸기가 대답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나를 한 번도 속인 적이 없어요. 내가 엄마를 속여도 엄마는 나를 믿어 주었어요.”
“네가 무엇을 속였는데 너를 믿어주었다는 것이냐?”
“그런 것까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당장 돌아가세요.”
아빠 뻐꾸기도 사정을 했습니다.
“아들아, 넌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너는 나를 닮았고 나는 너를 닮았다. 그래도 내 아들이 아니란 말이냐?”
“나는 누가 뭐래도 종달새예요. 더 이상 우리 엄마를 괴롭히지 말아요.”
아빠 뻐꾸기가 부엉이한테 애원했습니다.
“부엉이 어른님, 우리 애가 알아듣도록 말씀 좀 해 주시지요.”
부엉이가 대답했습니다.
“이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니라. 누가 진짜 부모인지는 너희 스스로가 대답해야 할 것이니라.”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 스스로 제 자식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도 지혜가 부족할 때는 사람의 지혜를 빌려다 썼느니라.”
“그렇게라도 해서 명판결을 내려 주십시오.”
“알았느니라. 내가 일찍부터 들어서 안 이야기지만 옛날 지혜가 뛰어난 솔로몬이라는 왕이 재판을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뻐꾸기와 종달새 / 13.
수뻐꾸기기 손뼉을 치며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부엉이 어른님, 어떻게 해서든지 제 아들을 찾아야 합니다.”
부엉이가 종달새한테 물었습니다.
“내가 사람의 지혜를 빌려서 재판을 해도 되겠느냐?”
“부엉이 어른의 뜻이라면 무엇이든 따르겠습니다.”
“좋다, 내가 자다가 깼더니 많이 졸려서 좀 더 자야겠다. 내일 다시들 오너라.”
8. 재판이 열리다
부엉이가 오라는 다음 날입니다.
뻐꾸기 부부는 일찍이 와 있었습니다. 어미 종달새가 새끼를 데리고 오자 수뻐꾸기가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하하하, 내 아들 뻐꾹아! 오늘은 정신 차리고 이 부모를 알아보아라.”
그 소리에 부엉이가 잠에서 깨어 눈을 떴습니다.
“무엇들이 이렇게 새벽부터 시끄러우냐?”
뻐꾸기가 말했습니다.
“부엉이 어른님, 오늘 재판을 받으러 왔습니다.”
부엉이가 종달새와 뻐꾸기를 둘러보면서 말했습니다.
“다시 묻겠다. 어찌하여 종달새 새끼를 너희 새끼라고 하느냐?”
수뻐꾸기가 먼저 대답했습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저 아이를 자세히 보십시오, 누가 보아도 뻐꾸기라고 할 것입니다. 종달새는 몸길이가 18센티로 왜소합니다. 그러나 저 아이이의 몸집처럼 우리는 길이가 33센티이고 몸의 윗면과 멱은 잿빛이 도는 푸른색이고 아랫면은 흰색 바탕에 회색 가로무늬가 있습니다. 꽁지는 이렇게 길고 회색 얼룩이 있으며 꽁지 끝은 흰색, 다리는 노란색입니다. 암컷은 가끔씩 빛깔이 붉은 갈색인 것도 있으며 등에는 검정색 가로무늬가 많습니다. 아랫면은 색이 연합니다. 산지나 평지, 하천부지 숲에서 삽니다. 5월에서 8월까지 우리가 부르는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나는 ‘뻐꾹 뻐꾹’하고 암 뻐꾸기는 ‘삐삐삐삐’하는 소리를 냅니다. 저 아이는 나를 닮은 수뻐꾸기이기 때문에 뻐꾹뻐꾹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한번 노래를 시켜 보시기 바랍니다.”
부엉이 영감이 눈을 지그시 감고 듣다가 말했습니다.
“네가 말한 대로 저 아이는 겉으로 보아 틀림없는 네 새끼 같다만 저 아이가 자기는 종달새라고 하니 아무리 겉모양이 같다고 하더라도 네 말대로 판결할 수는 없느니라.”
수뻐꾸기가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부엉이 어른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저 아이는 우리 새끼입니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어미 종달새는 새끼 뻐꾸기와 어미 수뻐꾸기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무엇 하나 틀리지 않는 뻐꾸기입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재판장 어른님, 아무리 외모가 같다고 하더라도 속이 같아야지 속이 다른데 외모만 가지고 판단한다면 부당합니다.”
뻐꾸기와 종달새 / 14.
부엉이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몸집이나 모양이 똑같으니 판단이 어렵구나.”
수뻐꾸기가 말했습니다.
“재판장 어른님, 공연한 고민 마시고 한 마디로 내 자식이 맞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부엉이가 꾸짖었습니다.
“네 말대로 할 것이면 너희끼리 해결할 것이지 어찌 나한테까지 와서 괴롭히느냐?”
암 뻐꾸기기 샐샐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재판장 어른님, 그게 아니고요. 저 종달새가 얼마나 교묘하게 세뇌를 시켜 놓았으면 제 부모도 모르고 엉뚱한 소리를 하게 하였겠습니까? 교활한 종달새를 벌주시옵소서.”
부엉이가 새끼 뻐꾸기한테 물었습니다.
“내가 끝으로 한 번 더 확인하겠노라. 네가 분명히 종달새가 맞느냐?”
“예, 저는 종달새입니다.”
부엉이가 다시 종달새 어미한테 물었습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묻는다. 저 애가 네 새끼가 틀림없느냐?”
“예, 재판장님, 제 새끼가 맞습니다.”
부엉이가 뻐꾸기 부부한테 다짐을 받았습니다.
“이 종달새가 네 새끼가 맞느냐?”
수뻐꾸기가 불만스럽게 말했습니다.
“재판장님, 어째서 뻐꾸기를 보고 종달새라고 하십니까? 공정하게 호칭해 주십시오.”
“알았느니라. 네 새끼가 확실하다는 말이냐?”
“예, 맞습니다. 제 새끼입니다.”
“그럼 내일 다시 오거라. 내일 확실히 누구의 자식이 맞는지 판결해 주겠다.”
수뻐꾸기가 또 불만을 말했습니다.
“재판장님, 내일까지 미룰 것이 무엇입니까? 내 새끼 내가 데려가겠다는데 어째서 시원한 판단을 해 주시지 않습니까?”
“그럼 내가 이 아이는 종달새가 맞다고 해 버리면 네가 굽히겠느냐?”
“그건 절대 안 됩니다. 내 새끼를 왜 남의 새끼, 그것도 종달새라고 하겠습니까,”
“내일 다시 오라는 말이 싫으면 내일 오지 않아도 좋다. 내일 오는 편이 이기는 것이니라.”
이렇게 하여 재판은 하루가 또 연기되었고 하룻밤은 금세 지나고 다음 날 아침이 왔습니다.
9. 사랑의 하모니
재판을 앞두고 부엉이 영감이 멀리 가 있는 사나운 부엉이 가운데 힘이 가장 센 부엉이 넷을 불러 모았습니다.
“오늘 중대한 재판이 있다. 모두 내 양 옆에 줄맞춰 둘씩 서라.”
뻐꾸기와 종달새 / 15.
이렇게 하여 재판장 부엉이가 만들어 놓은 자리에 뻐꾸기 부부와 종달새가 아들을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뻐꾸기가 의기양양하여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부엉이 재판장님, 오늘은 이놈의 한을 풀어 주십시오.”
종달새도 지지 않고 말했습니다.
“재판장님의 현명한 판결을 기다리겠습니다. 다시는 뻐꾸기가 우리를 괴롭히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부엉이가 이리저리 부리부리한 눈을 굴리며 말했습니다.
“오늘 내가 내리는 판결에 완전히 승복하겠다는 서약을 하라.”
그리고 뻐꾸기 부부를 향해 물었습니다.
“너희는 내 판결을 따르겠느냐?”
“예.”
이번에는 종달새를 향해 물었습니다.
“종달새한테 묻는다. 너도 내가 하는 판결에 이의가 없겠느냐?”
“예, 따르겠습니다.”
부엉이 재판장이 양 옆에 무서운 눈을 부릅뜨고 배석한 네 마리 부영이한테 명령했습니다.
“너희는 저 새끼 뻐꾸기를 각기 둘이 날개를 하나씩 잡아라. 그리고 남은 둘은 새끼 뻐꾸기 다리를 하나씩 잡고 사지를 찢어 죽일 준비를 하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네 마리 부엉이가 달라붙어 두 마리는 날개를 두 마리는 다리를 하나씩 잡아들었습니다. 새끼 뻐꾸기는 부엉이가 양쪽에서 잡아당기기만 하면 두 쪽으로 갈라질 형국입니다. 그렇게 해 놓고 재판장 부엉이가 다짐을 했습니다.
“종달새도 뻐꾸기도 들어라.”
그것을 바라본 종달새는 벌벌 떨면서 부엉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기다렸습니다. 뻐꾸기 부부도 당당한 모습으로 그 모양을 바라보았습니다.
재판장 부엉이가 말했습니다.
“너희가 서로 자기 자식이라고 하니 이 방법밖에 없다. 내가 새끼 뻐꾸기를 두 조각으로 갈라서 각기 가져가도록 해 주고자 한다.”
종달새가 벌벌 떠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재판장님, 너무 하십니다.”
부엉이가 눈썹을 치켜뜨고 반문했습니다.
“뭐라? 내가 너무하다는 것이냐?”
이때 뻐꾸기 부부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재판장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재판장 부엉이가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내가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노라. 누구든지 이 새끼 뻐꾸기를 죽이지 않으려면 너희 셋 중에 누군가가 목숨을 내놓으면 대신 목숨을 거두어 주고 새끼 뻐꾸기를 살려주겠노라.”
종달새가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고 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판장님, 저를 죽이시고 내 아들을 살려주십시오.”
뻐꾸기와 종달새 / 16.
재판장 부엉이가 뻐꾸기 부부를 바라보았습니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뻐꾸기기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재판장님의 결정을 따르겠습니다.”
“너는 제 새끼라면서 어찌 그리도 무정하냐?”
“우리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하는 새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재판장 부엉이가 눈을 부릅떴습니다.
“뭐라고? 종달새는 제 새끼도 아닌 줄 알면서 목숨을 내놓겠다는데 너는 제 자식이라고 우기더니 이제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이냐? 못된 것들 같으니라고!”
재판장 부엉이가 새끼 뻐꾸기를 잡고 있는 부하들한테 명했습니다.
“여봐라. 당장에 새끼 뻐꾸기를 놓아주고 저 뻐꾸기 부부를 잡아라.”
눈 깜짝할 새에 부엉이들이 뻐꾸기 부부를 둘이 하나씩 잡았습니다. 땅바닥에 굴러 떨어졌던 새끼 뻐꾸기가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러자 재판장 부엉이가 판결을 했습니다.
“내가 여러 동물들의 재판을 해 보았지만 제 새끼도 아닌 것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도 내놓겠나는 종달새 같은 모성애는 처음 본다. 목숨을 내놓겠다는 종달새에게는 상을 내리고 새끼 뻐꾸기는 종달새를 어머니로 모시도록 하라.”
재판장 부엉이가 부하들한테 명했습니다.
“뻐꾸기 부부 중에 누가 새끼 대신 죽겠다고 하는지 알아보고 당장에 사지를 찢어 죽여라.”
이때 새끼 뻐꾸기가 애원했습니다.
“재판장님, 그러지 마시고 저를 죽여주십시오. 엄마 종달새는 저를 길러주시었고 뻐꾸기 부모님은 저를 낳아 주셨으니 제가 죽어야 마땅합니다. 저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재판장 부엉이가 껄껄 웃었습니다.
“하하하, 네가 부모 살리겠다는 효심이 대단하구나. 너를 죽여도 좋다는 부모를 위해 네가 죽겠다는 것이냐?”
“예, 그러하옵니다.”
이때 종달새가 간절히 말했습니다.
“현명하신 재판장님, 저를 죽여주시고 내 아들이 친부모를 만나 행복하게 살도록 선처해 주십시오.”
이번에는 어미 뻐꾸기가 나섰습니다.
“아닙니다. 저를 죽여주십시오. 남의 둥우리에 알만 낳아 놓고 기르는 책임을 지지 않은 비양심적인 제가 죽어야 마땅합니다. 제 아들을 종달새한테 맡기시고 저를 죽여주십시오.”
재판장 부엉이가 아주 만족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너희가 비록 보잘것없는 동물이지만 사랑의 깊이와 의리는 사람보다 깊도다. 앞으로 새끼 뻐꾸기를 위해 양쪽 어미가 화합하여 사랑으로 돌보고 서로 돕고 살도록 하라.”
이 판결에 종달새가 기쁨을 참지 못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찌르 찌르 빼르르 빼르르!”
그 소리에 수뻐꾸기도 종달새를 끌어안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뻐꾹 뻐꾹 뻑뻐꾹 뻑뻐꾹!”
암 뻐꾸기도 감격하여 새끼 뻐꾸기를 끌어안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삐삐삐 삐꾹꾸 삐꾹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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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불만 있어요 / 1 하나님 어디 계셔요?
상준이는 교회에 아무도 없고 비어 있는 것을 알고 가만히 들어가 무릎을 꿇고 하나님을 불렀습니다.
“하나님, 어디 계셔요?”
“하나님, 저 불만 있어요.”
“하나님, 듣고 계신가요?”
“저 불만이 있다고요.”
“하나님, 정말 모르시는 척하실 거예요?”
“저 불만이 있어서 왔다구요.”
“하나님, 체면 생각해서 아무도 없을 때 온 제 맘 아세요?”
“듣고 계신 것 아닌가요?”
“저 불만이 있다고요.”
“하나님, 정말 계신 거 맞아요?”
“저 불만 말씀드리러 왔어요.”
“하나님, 하나님, 하나님!”
점심시간부터 해가 넘어갈 때까지 불만을 말하겠다고 하나님을 찾은 상준입니다.
눈을 감고 깜박 졸고 있다고 생각할 때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무슨 불만이 그리 많아서 반나절이나 조르느냐?”
“하나님이세요?”
“그래, 내가 하나님이다. 넌 몇 살이냐?”
“여섯 살.”
“여섯 살이면 아직 학교도 안 들어간 네가 무슨 불만이 그리 많다는 게야?”
“하나님, 이번에 우리 큰형 대학입학시험에서 떨어진 것 아시지요?”
“알지.”
“알면서 그럴 수 있어요?”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느냐?”
“우리 엄마가 큰형 대학에 꼭 붙게 해 달라고 백일 동안 하나님한테 기도한 것 들으셨지요?”
“들었지.”
“그런데 하나님은 안 들어주셨잖아요?”
“안 들어준 게 아니라, 못 들어 주었다.”
“왜요? 무엇 때문에 못 들어주신 거예요?”
“난 입학철만 되면 골치가 아프다.”
“뭐든지 할 수 있는 하나님이 왜 골치가 아파요?”
“들어보겠느냐?”
“하나님, 그래도 할 말이 있어요?”
하나님 불만 있어요 / 2. 하나님은 어떻게 하셨어요?
“미안하다. 네가 내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내가 하나님이었다면 우리 큰형 합격시켰을 거예요.”
“그렇다면 넌 하나님이 될 수 없지.”
“왜요?”
“생각해 보거라. 대학에서 뽑는 정원은 천 명인데 대학 가겠다고 덤비는 학생은 삼천 명이다. 삼대 일인데 모두가 대학에 합격시켜 달라고 나한테 매달린다. 너라면 세 사람 중에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겠느냐?”
“우리 엄마처럼 기도를 열심히 하는 사람 아들을 도와주셔야지요.”
“너의 엄마뿐이 아니라 모든 엄마들이 똑같이 백일, 천일기도를 한다. 너의 형이 붙으면 다른 집 아이가 떨어져야 한다는 걸 생각해 보았느냐?”
“그런 생각은 할 새가 없었어요.”
“한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두 사람을 마음 아프게 하는 일을 어찌 하겠느냐?”
“그런가요?”
“암, 사람들이 남의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것이 문제다.”
“…….”
“왜 말이 없느냐?”
“나 보고 하나님 하라면 안 하겠어요.”
“왜?”
“한 사람 말을 들어주면 다른 사람이 울어야 하니까요. 우리 형처럼 말이에요. 우리 형이 붙으면 다른 형들이 울어야 하지 않아요?”
“어린것이 생각이 깊구나. 내 말을 바로 알아들어서 고맙다.”
“그럴 때 하나님은 어떻게 하셨어요?”
“대학에 입학했다고 다 인생을 잘 사는 건 아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대학에 붙는 것은 누가 더 열심히 공부를 했느냐에 달려 있다. 자기 노력한 만큼 점수를 따서 점수 가지고 붙고 떨어지는 것이니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가끔 시험에 떨어지면 너처럼 불만을 가지고 나한테 원망하며 교회도 안 나오고 다시는 나를 찾지 않는 사람이 있다. 참 답답한 일이지.”
“하나님, 하나 더 물어볼게요.”
“뭐냐?”
하나님 불만 있어요 / 3. 하나님 잘못이 아니야
“절에 가서 절하고 부처 앞에서 비는 사람들은 부처가 도와주나요?”
“어림도 없는 짓이지. 하나님인 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그 돌덩어리가 무얼 알겠느냐? 부처 앞에서 빌면 합격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더 미련한 짓이다. 그런 정성을 가지고 일찍부터 자식 공부를 잘 돌보아 준다면 더 좋을 것이다.”
“하나님은 대학 입학에 떨어진 사람들이 불쌍하지도 않아요?”
“불쌍할 것 없다. 나는 모든 사람한테 한두 가지 재능을 주고 그 재능을 살리는 길을 열어 놓고 있으니까.”
“그런 생각도 하고 계신가요?”
“세상 사람은 다 내 자식이다. 어떤 자식이 귀하고 천하겠느냐? 다 내가 돌보느니라. 그런데도 내가 사람마다 할 일을 맡겨 놓아도 그것을 성실히 하지 않고 제 맘대로 하다가 낭패하는 사람이 있어서 안타깝다.”
하나님은 나한테 이렇게 다짐을 하셨습니다.
“너도 이다음에 대학 시험에 떨어지더라도 내 원망 말아라. 내가 너한테 준 소질과 재능을 살리면 대학 안 가도 누구 못지않게 멋진 사람으로 살 수 있게 되느니라. 대학에 꼭 가고 싶으면 열심히 공부해라. 실력이 모자라는 널 내가 억지로 도와줄 수는 없다. 알겠느냐?”
하나님은 귀찮다는 듯 말했습니다.
“시험철만 되면 아우성을 치면서 나를 부르는 기도 소리가 반갑지 않다. 앞으로는 억지 기도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상준이 눈을 번쩍 떴습니다. 교회 안이 캄캄했습니다. 하나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교회 문을 나서는 상준은 큰형이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고 날마다 공부하는 척하면서 스마트폰에 매달려 게임만 하고 시시덕거리던 생각을 하면서 중얼거렸습니다.
“하나님 잘못이 아니야. 형아 잘못이야. 잘못된 습관을 가진 형을 하나님이 어떻게 도와 줘. 나도 도와줄 수 없어. 어쩌면 아무도 못 도와줄 거야.”
그러면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형은 구석방에서 나오지 않고 엄마는 하나님 원망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도 다 못 믿어. 내가 일주일 동안 급식을 하고 특별헌금을 하고 백일 동안 그렇게 간절히 기도를 했는데 이게 뭐야.”
상준이가 곁에 있어도 엄마는 아는 체도 않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하나님 원망을 하고 있었습니다. 상준이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엄마, 하나님을 원망하고 있어?”
엄마가 일그러진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넌 어디를 쏘다니다가 와?”
“나 하나님 만나고 왔어.”
“뭐야? 하나님이 어디 있다고 그런 소리를 해? 하나님이 있으면 내 기도를 안 들어 주었겠니?”
하나님 불만 있어요 / 4. 하나님한테 조르지 마 / 끝
상준이 머리를 갸웃거렸습니다.
“엄마는 지금 하나님이 없다는 거야?”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난 하나님 만났어.”
“무슨 소리야. 엄마 속상한 줄 모르고.”
“엄마, 형아가 입학시험에 떨어진 이유를 알아?”
“다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아서 떨어졌다.”
“엄마, 하나님 만나 보았어?”
“얘가 왜 이래? 하나님이 어디 있다고 만나?”
“하나님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기도는 왜 했어?”
엄마는 짜증스런 얼굴이 되었습니다.
“너 그런 소리 할 거면 네 방으로 가 스마트폰이나 봐!”
“엄마, 형이 왜 입학시험에 떨어졌는지 알아?”
“넌 아니?”
“알아.”
“엄마를 놀리는 거냐?”
“아니야, 엄마. 형이 공부보다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
“뭔데?”
“형은 스마트폰하고 기계 만들기를 좋아해.”
“그래서?”
“지금 나 보고도 가서 스마트폰이나 보라고 했잖아.”
“그래서?”
“엄마는 형이 공부는 안 하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밤새도록 하는 걸 보고 사람들한테 뭐라고 했어?”
“뭐야?”
“형아가 스마트폰 인테넷의 천재라고 사람들한테 자랑했잖아?”
“내가 언제?”
“형아가 시험에 떨어진 건 엄마 잘못도 있어.”
“쟤가 점점!”
“하나님이 그랬어. 사람한테는 각기 재능을 주었다고.”
“네가 뭘 안다고 그런 소릴 해?”
“하나님이 그랬어. 글쓰기 좋아하고 공부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공부보다 손으로 무엇이든 만들기를 좋아하는 손재주 좋은 사람이 있다고 했어.”
“그래서?”
“엄마는 형이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건데?”
“최소한 공무원이나 법관이나 학교 선생이 되면 바랄 게 없지.”
“형아는 그런 거 안 맞아.”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상준이는 형이 기계 좋아하고 만들기 잘하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은 기술자가 되어야 해.”
엄마가 불만스럽게 말했습니다.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겨우 공장에서 기름때 묻히고 일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냐? 너희 아빠처럼!”
“아빠가 어때서? 아빠는 일류 기술자라고 엄마가 자랑했잖아.”
엄마는 눈을 흘겼습니다.
“너하고 말싸움하고 싶지 않아. 주먹만 한 게…….”
“엄마, 하나님한테 아무것이나 해달라고 조르지 마. 하나님도 못하시는 게 있어.”
“하나님이 못하는 게 뭐가 있니?”
“공부는 하지 않고 시험에만 붙게 해달라는 조르는 기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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