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시

국화가 피는 날 나는 울 거야

웃는곰 2022. 10. 2. 15:54

국화가 피는 날 나는 울 거야.

 

어머니

계단을 기어

홈 한 줌 담고 싶은

병아리 입만큼

작고 가녀린

국화 싹 한 포기

 

정성으로 심으신

국화 싹 한 포기

여름내 자라

어머니 모습처럼

작고 슬픈 얼굴이다

 

아침저녁 물주며

어머니 삶이 묻은

잎사귀 파란 숨결에

인사드린다

 

어머니

사시는 나라가

국화 향보다 그윽한

아름다운 나라시냐고

 

아직도

못다 하신 말씀이

있으실 텐데

어머니는 국화 한 포기에

소망을 묻으시고

눈을 감으셨습니다

 

남들은 장수가 복이라지만

다 살고 보면

장수만큼 무거운 저주도

없다 하시던

어머님 말씀은

진리였습니다

 

이제 국화는

파란 하늘에 손을 저으며

멀리 떠가는 구름 너머로

가을을 손짓합니다.

 

국화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기쁜 모습으로

가을을 기다리며

꽃망울 잉태의 꿈에

하얀 밤을 지냅니다

어머니

계실 적

이렇게 손에 흙 묻히고

정성 모아

한 포기 새싹에

늙은 삶을 매어 놓고

다시 피어 날

생명의 집을 지으셨습니다

 

뜨락에 귀뚜라미

달빛을 타고

바느질하는 노래 소리

 

옛날

배고픈 허리를 안고

햅쌀 나기 기다리던

그 얼굴이

하얀 달빛 타고

오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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