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동화

감시 카메라

웃는곰 2010. 10. 31. 17:46

감시 카메라

1

할머니가 나가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눔아, 집 잘 보고 놀아라 알았지?

“네 할머니.”

할머니는 손자 나도다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나도다시, 누나 말 잘 듣고 싸우지 말아야 한다. 알았지?”

하고 사랑스럽게 눈을 맞추었습니다.

“네, 할머니, 누나하고 안 싸울게요.”

“알았다 다녀오마.”

할머니가 나가신 다음 나눔이가 말했습니다.

“나도다시 나하고 다시는 안 싸운다고 했지?”

“알았어, 누나. 그 대신 우리 팔씨름할까?”

“좋아, 팔씨름은 내가 이길 자신 있어.”

나눔이와 나도다시는 식탁 위에 오른팔을 내밀고 왼팔로 팔꿈치를 받치고 똑같이 소리쳤습니다.

“시작!”

팔이 발발 떨리도록 눈을 부릅뜨고 상대를 누르려고 힘을 썼습니다. 한참 견디던 나눔이가 꺾이고 말았습니다. 나도다시가 좋아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러분! 나도다시가 이겼습니다!”

나눔이가 눈을 흘기며 말했습니다.

“누가 듣는다고 여러분이냐? 창피하다 창피해!”

“누나는 무엇을 해도 나를 다시는 이기지 못해.”

“그래 네 팔뚝 굵다 잘났어, 누가 다시 아니랄까 봐 다시라고 지었을까.”

나도다시는 뽐내면서 말했습니다.

“누나 내가 이겼으니까 저기 사과 좀 가져다줄래.”

“알았어.”

나눔이가 한 살 위입니다. 나도다시가 동생 노릇을 해야 하는데 거꾸로 누나를 곧잘 부려먹습니다. 힘으로 동생을 이기지 못하는 나눔이는 언제나 동생처럼 심부름을 하는 편입니다.

나눔이가 가져다 준 사과를 먹고 난 나도다시는 할머니가 돌보시며 아끼는 어항 앞으로 갔습니다.

“누나, 이리 와 봐. 저 금붕어는 얼마나 무거울까.”

“그게 무슨 소리야?”

“저 금붕어는 아주 무거울 걸.”

“그걸 어떻게 아니.”

“한번 달아 볼까?”

“얘는. 그걸 어떻게 달아 보니?”

“할머니가 저울에다 물건을 올려놓고 달아보시는 것 보았지?”

“그렇지만 붕어는 달 수 없어.”

“내가 건질 테니 한 번 달아 보자 누나.”

“안 돼, 금붕어는 물에서 나오면 죽어.”

“금방 달아 보고 넣으면 괜찮아.”

나도다시는 저울을 가져다 놓고 어항 속에서 금붕어를 두 손으로 움켜잡았습니다. 그리고 저울에다 올려놓았습니다. 금붕어는 저울에서 팔딱 뛰어내려 땅바닥을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파닥거렸습니다.

나눔이가 그릇을 가져오려고 주방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사이에 나도다시는 금붕어를 두 손으로 꽉 잡고 저울에 올려놓았습니다. 힘차게 파닥거리던 금붕어가 갑자기 축 늘어져 저울에 오른 채 눈만 껌벅거렸습니다.

“누나, 누나 빨리 와 봐. 달았어. 5백 그램이야.”

나눔이가 달려왔을 때 금붕어는 눈을 감고 꼬리만 까딱거렸습니다. 나도다시는 금붕어를 얼른 어항 속에다 놓아주었습니다. 어항 속에 들어간 금붕어는 헤엄치는 법을 잊은 듯 풍덩 하고 가라앉았다가 배를 내밀고 둥실 떠올랐습니다. 나눔이가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너 때문이야. 죽었나 봐.”

“아니야, 조금 있으면 살아날 거야.”

“금붕어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안 죽어.”

“죽어!”

2.

나눔이가 걱정스럽게 어항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나도다시도 머리를 갸웃거리며 머리를 긁적거렸습니다.

“이상하다. 왜 가만히 있지?”

“죽은 거야 죽어서 헤엄을 못 쳐.”

다른 물고기들이 둥둥 떠 있는 금붕어 주변을 빙빙 돌다가 입으로 쿡 밀어 보고 다른 데로 갑니다.

나도다시는 겁먹은 눈으로 누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죽었나 봐 누나.”

“죽었어. 넌 이제 할머니가 아시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어떡하지?”

나눔이는 가지고 온 그릇으로 금붕어를 건져 올렸습니다. 빨갛고 꼬리가 길게 늘어져 예쁘던 금붕어는 그릇으로 떠도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나도다시는 금붕어를 가지고 꽃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감나무 아래 땅을 파고 묻었습니다. 나눔이는 땅에 묻히는 금붕어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불쌍해 금붕어. 불쌍해.”

나도다시는 금붕어를 조심스럽게 묻고 두 손으로 다독다독하면서 말했습니다.

“미안해 금붕어야, 정말 미안해. 난 네가 이렇게 약한 줄은 몰랐어. 미안해  미안해.”

나도다시도 눈물을 흘리며 나눔이를 바라보았습니다.

“할머니가 아시면 어떡하지 누나?”

“할머니가 아시면 넌……”

“누나야 할머니한테 말하지 마, 응?”

“말할 거야.”

“나 이제부터 누나 안 때리고 누나가 하라는 건 다 할게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마, 응?”

“알았어. 약속했다? 이제부터 너는 내 말을 잘 들을 거지?”

“응.”

“할머니한테 말하지 않는 대신 내 말을 잘 듣기로 약속!”

나눔이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자. 걸어.”

“좋아.”

나도다시는 나눔이 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찍고 손바닥을 맞비비며 복사도 했습니다.

“나도다시, 저기 있는 컵에 물 좀 떠와.”

나도다시는 물을 떠다 주었습니다.

“좋아 이제부터 내 말을 이렇게 들어야 해. 한 번 다시.”

“알았어, 누나.”

저녁때 할머니가 돌아오셨습니다.

3.

할머니는 밖에 나갔다 오시면 먼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무얼 하고 계시다가 나와서 어항을 꼭꼭 들여다보셨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말했습니다.

“영주야 잘 놀았지? 영숙이도 잘 놀았어? 창수는 누나들 괴롭히지 않았지? 귀여운 것들.”

참 잠깐 잊었는데요. 나도다시가 땅에 묻은 금붕어 이름은 영주입니다. 가장 크고 지느러미가 아름답다고 이름을 영주라고 지어 주시었습니다. 할머니는 고기들을 사랑하는 아이들을 선생님이 부르는 것처럼 불러주시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오늘은 할머니가 어항을 들여다보시며 이름을 부르시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나눔이에게 물었습니다.

“나도다시하고 잘 놀았지?”

“네 할머니.”

할머니는 조용히 서재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으시고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기셨습니다.

나눔이가 밖에서 할머니를 불렀습니다.

“할머니.”

“왜?”

“뭐 시키실 일 없어요?”

“글쎄 무슨 일을 시킬까, 마당이나 한 번 깨끗이 쓸어 볼래?”

“네 할머니.”

나눔이가 빗자루를 들고 마당 구석으로 갔습니다. 곁에서 보던 나도다시가 달려들어 빗자루를 빼앗아 들고 누나 대신 청소를 했습니다.

할머니는 한동안 방에서 나오시지 않았습니다.

“할머니, 청소 다 했어요. 또 시키실 일 없어요?”

“알았다. 이리 들어와 봐라.”

나도다시는 할머니를 바로 볼 수가 없어서 겁먹을 얼굴로 들어갔습니다. 할머니는 전처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면서

“너희들이 집을 잘 보았으니 나도다시한테 천원, 나눔이는 마당을 쓸었으니 천원이다.” 하고 상을 주셨습니다.

할머니는 언제나 밖에 나갔다 오시면 집 잘 보았다고 천 원씩을 주십니다. 그러면 나도다시는 가게에 가서 먹고 싶은 걸 사먹고 나눔이는 통장을 만들어 저금을 했습니다.

천 원씩 받은 남매는 건넌방으로 갔습니다. 나눔이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돈 이리 내.”

“왜?”

“내 말 안 들으면……”

눈치 빠른 나도다시는 얼른 돈을 내밀었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좋아, 나도 약속 지킬 거야. 할머니가 아시면 넌 죽었어.”

“알았어, 누나.”

나눔이는 속으로 신이 났습니다. 내일은 또 무슨 심부름을 시킬까 생각하면 더 신이 났습니다.

‘나도다시는 이제 내 말 안들을 수가 없지롱 크크킄.’

4. 


 

할머니가 나눔이를 불렀습니다.

“나눔아, 이리 와 내 등 좀 긁어다오.”

할머니는 등을 돌리고 앉았습니다. 나눔이는 할머니가 가렵다고 하시는 대로 요기조기 긁어드렸습니다. 곁에서 나도다시는 저도 무엇인가 시켜 주시기를 바라는 눈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할머니는 나도다시한테 눈길을 돌리셨습니다.

“아이고 시원하다. 너희들이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내 등을 긁어주는구나. 나도다시야 이번에는 네가 내 다리와 허리를 주물러줄래?”

할머니는 반듯이 누우셨습니다. 나도다시는 신이 나서 다가들어 할머니 팔과 손 그리고 다리를 주물러 드렸습니다.

 

 

“아이고 시원하다. 네가 어느새 이렇게 손에 힘이 생겼구나. 아이고 시원해, 그래 거기 거기를 꼭꼭 눌러라.”

곁에서 보고 있던 나눔이도 달려들어 다른 쪽 팔과 다리를 주물러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아주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나도다시는 바라보시었습니다.

“힘들지 나도다시.”

“안 힘들어요 할머니.”

 

“귀여운 녀석 꼭 너의 아버지 어렸을 때 얼굴을 빼닮았구나.”

나눔이는 샘이 나는 듯 물었습니다.

“할머니 나는 누구 닮았어?”

“넌 이다음에 다 자라면 너의 엄마를 닮을 것 같구나.”

“엄마 어렸을 때는 나 안 닮았어?”

“글쎄다, 네 엄마가 어렸을 때는 내가 못 보았으니 알 수가 없지.”

“아 그렇구나. 엄마가 어렸을 때는 외가에서 살았으니까.”

 

 

“그렇지. 그래서 내가 못 보았단다. 너는 지금도 엄마를 닮아서 예쁘지.”

나도다시는 날마다 죽은 금붕어 생각이 나서 할머니가 부르시면 겁부터 났습니다.

“나도다시야.”

“할, 할머니 왜?”

“넌 이담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

 

 

“수영선수가 되고 싶어요.”

“왜?”

갑자기 할머니가 물으시는데 말이 막혔습니다. 금붕어가 헤엄치는 것을 보면 나도 그렇게 물속에서 수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수영선수가 되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죽은 금붕어 생각이 나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에요. 수영선수보다 경찰관이 되고 싶어요.”

 

“경찰이 되면 좋지. 죄인을 잡아 억울한 사람을 도와줄 수가 있으니 경찰관은 좋은 것이야. 경찰이 되자면 먼저 자기가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나도다시는 또 가슴이 쿵했습니다.

‘난 할머니를 속이고 있는데……’

“네, 할머니.”

 

 

“넌 죄가 뭔지도 모를 거야. 착한 아이니까.”

나도다시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할머니 저는 금붕어를 죽게 하고 할머니를 속이고 있어요. 할머니 용서해주실 거지요?’

그러나 그렇게 말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일어나 앉으시면서 가방에서 천 원짜리를 꺼내셨습니다.

 

“나도다시는 두 장, 나눔이는 한 장.”

나눔이는 새침해진 얼굴로 물었습니다.

“할머니, 나는 왜 한 장이야?”

“다음에는 네가 두 장을 받을 거야.”

“정말?”

 

“그래, 오늘은 나도다시가 더 많이 애를 쓴 것 같다. 너희들 방으로 가거라.”

할머니는 보시던 책을 펼치셨습니다. 나눔이는 건넌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손을 내밀었습니다.

“알았지?”

나도다시는 한 장만 내밀었습니다. 나눔이가 눈을 크게 떴습니다.

“이게 뭐야?”

 

“누나 미안, 오늘은 한 장만…… 그리고 한 장은 과자 사먹자.”

“안 돼. 너 그러면……”

“알았어. 알았어.”

나도다시는 두 장을 다 넘겨주고 시무룩해졌습니다.

나눔이는 천 원짜리 세 장을 가지런히 펴서 가방에 넣으면서 팔짝 뛰었습니다.

 

“빙고! 빙고



5. 

“빙고가 뭐야? 빙과야?”

“할머니가 그러셨는데 기쁘고 즐거울 때 만세 만세 하고 기뻐서 내는 소리 같은 거래.”

“누나, 빙고 빙고 하니까 빙과가 먹고 싶다아.”

“넌 돼지처럼 먹는 것만 생각니?”

이때 할머니가 부르셨습니다.

“나도다시이!”

나도다시는 가슴이 쿵했습니다. 할머니가 보자고 하시면 죽은 금붕어 생각이 나기 때문입니다.

“네네, 할머니이!”

나도다시가 할머니 방으로 갔습니다. 할머니는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시며 말했습니다,

“너 어항에 물 갈아주는 법 알지?”

“네네 할머니이.”

“가서 새 물로 갈아 주거라.”

나도다시는 할머니가 ‘어항’ 하고 말씀하실 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릅니다. 하마터면 ‘할머니 용서해 주세요’ 하고 무릎을 꿇을 뻔했습니다.

할머니는 방으로 들어가시고 나도다시는 어항에서 물을 빼고 새 물을 채웠습니다. 어항에 있어야 할 금붕어 영주가 없어서 주인 없는 집 같기도 하고 영주 생각이 나서 울고 싶었습니다.

‘내가 잘못해서 영주는 죽은 거야, 영주야 미안해 미안해.’

어항의 물을 다 바꾸어준 나도다시는 화단으로 가서 금붕어가 묻혀 있는 불룩한 흙을 다독다독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미안해 영주야 미안…”

이 때 할머니가 부르시었습니다.

“나도다시 다 했으면 할머니 방으로 오너라.”

할머니 방으로 들어갈 때 나눔이가 따라 들어왔습니다. 할머니는 천 원짜리 한 장을 나도다시에게 주셨습니다.

“수고했다. 나눔이는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안 준다. 그만 너희들 방으로 가거라.”

건넌방으로 들어서자 나눔이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알았지?”

“알았어.”

나도다시는 두 말 않고 천 원을 나눔이한테 건네주고 책상 앞으로 가서 머리를 박고 엎드렸습니다.

‘언제까지 누나한테 먹고 싶은 과자도 못 사먹고 다 빼앗겨야 해. 난 뭐야? 할머니가 아시면 난 집에서 쫓겨날지도 몰라.’

나눔이는 나도다시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약을 올렸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너보고 금붕어를 꺼내지 말라고 했잖아. 넌 할머니가 아시면 끝장이야. 내가 입만 열어 봐 넌……”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해.”

나도다시는 골이 나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마음이 답답할 때 찾아가는 나무 아래 놓인 평상으로 갔습니다.

방에서 좀처럼 나오시지 않는 할머니가 나오시더니 웃으시면서 나도다시 곁으로 와 오셨습니다.

“나도다시야 낼은 너희 엄마 아빠가 외국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지?”

“네.”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지?”

“네. 할머니……”

“엄마 아빠가 오시면 넌 무슨 말이 먼저 하고 싶으냐?”

“……”

엄마 아빠가 오시면 어항을 먼저 보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금붕어 영주가 없는 것을 보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실 것입니다. 그러면 나눔이가 가만히 있지 않고 내가 그랬다고 나불거릴 것은 뻔합니다.

할머니가 아주 다정히 물었습니다.

“그리고 넌 할머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없을까?”

왜 없습니까. 금붕어를 죽게 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들으시면 할머니가 얼마나 실망을 하고 노여워하시겠습니까.

하고 싶은 말이 그 말인데 겁이 나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할머니가 물으시는데 대답을 하지 않을 수도 없었습니다.

“할머니이……”

할머니는 귀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십니다.

차라리 무서운 얼굴로 바라보시면 좋겠는데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시는 할머니께 실망스런 말을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가 재촉하셨습니다.

“왜 할 말이 없어서냐?”  

6. 고백하는 용기

나도다시는 금붕어 생각으로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할머니한테 잘못을 빌고 용서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꾸지람 들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오므라들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오시면 숨길 수 없을 거야. 지금 말씀드리자.’

이렇게 생각하며 머뭇거리고 있을 때 할머니가 재촉하셨습니다.

“뭐 할머니한테 말 못할 일이라고 있는 거냐?”

나도다시는 마음이 타들어갔습니다.

“……”

“네가 하고 실은 이야기를 할머니가 말해 볼까?”

나도다시는 놀랍고 겁이 났습니다.

“네, 네?”

“그럼 네가 먼저 말해 보렴.”

“다 말해도 용서해 주실 거예요?”

“네 말을 들어보고 용서할 일이면 용서해 주어야지.”

“……”

나도다시는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말을 하기 전에 할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왜 이러느냐?”

“할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무슨 잘못을 했어?”

“저저 금붕어……”

“마저 말해 보거라.”

“할머니 안 계신 동안 금붕어를 달아보고 싶어서 어향에서 꺼내 보다가 금붕어가 죽게 했어요.”

“그랬구나. 그래서?”

“할머니가 가장 사랑하는 금붕어를 죽게 하였기 때문에 저도 죽고 싶었어요.”

“금붕어 때문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어?”

“네, 할머니 용서해 주세요.”

할머니를 곁눈질로 훔쳐보았습니다. 크게 노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할머니 얼굴은 더 사랑으로 가득했습니다.

“일어나 바로 앉거라. 그리고 내 말 잘 들어라.”

나도다시는 일어나 할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할머니는 손자의 발그레한 볼을 쓰다듬어 주시면서 물으셨습니다.

“네가 그렇게 잘못한 것을 알고 할머니한테 용서를 비는데 할머니가 용서해 주어야겠지?”


7. 내려놓은 고민

할머니는 사랑이 가득한 얼굴이었습니다.

“금붕어 한 마리를 가지고 사랑하는 손자가 죽고 싶을 만큼 마음이 아팠구나?”

“네, 할머니.”

“네가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데 용서해 주어야지. 안 그러냐? 금붕어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기로 하자. 네가 자기 잘못을 알고 사과하였으니 그 값으로 천원을 주마.”

“싫어요 할머니.”

“받아라. 그리고 가서 나눔이를 데리고 오너라.”

나눔이가 있는 건넌방으로 간 나도다시는 천원을 내보이며 말했습니다.

“나 할머니한테 천원 받았다아.”

“그래? 그럼 여기다 올려놓아야지.”

나눔이가 손바닥을 펴고 내밀었습니다.

“싫어.”

“싫다고? 너 금붕어!”

“금붕어가 뭐야?”

“할머니가 아시면?”

“아시면?”

“넌 쫓겨나. 그래도 싫어?”

“싫어.”

“좋아 넌 죽었어.”

“안 죽어.”

“이게 까불어. 너 내가 말하면?”

“말해.”

나도다시는 당당히 말했습니다. 나눔이는 약이 올랐습니다.

“알았어. 너 그 동안 내가 참아 주었는데.”

“할머니가 누나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좋아 가서 다 말할 거야.”

나도다시는 무서운 것이 없었습니다. 등에 무거운 바위를 지고 있다가 내려놓은 기분이었습니다.

나눔이와 나도다시가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할머니가 두 남매를 귀엽게 바라보시며 말했습니다.

“나눔아 넌 동생을 사랑하지?”

“네, 할머니. 그렇지만……”

할머니가 말을 막았습니다.

“그랬구나. 내가 그 동안 너희들이 좋은 일을 할 때마다 준 돈을 잘 가지고 있겠지? 가서 돈을 모두 가지고 오너라. 나도다시도 가서 가져와.”

건넌방으로 간 남매는 눈을 말똥거리며 바라보았습니다.

“누나 내 돈 도로 줘.”

“안 돼. 그건 내가 네 비밀을 지며준 값이야.”

“난 할머니한테 뭘 가지고 가?”

“없다고 해.”

“어떻게……”

“다 과자 사먹었다고 해.”

“거짓말을 하라고?”

“맘대로.”

할머니 방으로 간 나눔이가 돈이 든 지갑을 내놓았습니다. 할머니는 나도다시를 바라보셨습니다.

“너도 내 놔 보아야지.”

나도다시는 조금 전에 받은 천원만 내놓았습니다. 할머니가 놀란 얼굴로 물었습니다.

“이게 뭐냐?”

8. 감시 카메라도 모르는 것   

나눔이가 말했습니다.

“이 지갑 안에 있어요.”

“이 안에 있다고? 어디 보자.”

지갑 안에는 저금통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통장을 들여다보시며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그 동안 내가 준 돈을 저금했던 거냐?”

“네 할머니.”

할머니는 나도다시를 바라보시며 물었습니다.

“넌 어째서 천 원뿐이냐? 내가 준 돈이 적지 않을 텐데?”

나도다시는 누나를 원망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누나가……”

할머니가 말을 막았습니다.

“누나가 다 빼앗아서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지?”

나눔이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할머니!”

“알았다, 이 할머니는 가만히 앉아서도 너희들이 한 것을 다 알고 있단다.”

나도다시도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워했습니다.

“정말이야 할머니?”

“그래 다 알고 있었지. 그런데 나눔이 통장에는 네 가 받은 것뿐인데 나도다시한테 빼앗은 것은 어쨌느냐?”

“할머니는 그것도 아셨어요?”

“할머니는 모르는 것이 없어. 나도다시가 어항에서 금붕어를 꺼냈다 죽게 한 것도 알고 있고 죽은 금붕어를 화단에 묻은 것도 알고 있고, 나눔이가 비밀로 해 준다고 하면서 내가 주는 돈을 다 빼앗은 것도 알고 있단다.”

나눔이와 나도다시는 할머니가 다 알고 계신 것이  놀라웠습니다. 나도다시가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귀신이야?”

“뭐라고?”

“귀신은 안 보고도 다 안다던데……”

“누가 그런 말을 했느냐?”

“사람들이 그러는데 귀신은 안 보고도 다 안다고. 그런데 다 알면서 왜 가만히 있었어?”

“기다렸지.”

“무얼 기다렸는데?”

“네가 할머니 앞에서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비는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할머니, 나 용서한다고 했잖아?”

“암, 용서하고말고. 네가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었으니 오늘같이 좋은 날도 없다.”

할머니는 대견하다는 듯이 남매를 번갈아 보시면서 목사님 같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너희들의 비밀을 내가 다 아는 것이 신기하지?”

“네 할머니.”

“나도 그런데 하나님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알고 계시겠느냐? 하나님은 사람이 죄를 짓고 용서를 빌지 않으면 비는 날까지 기다리신단다. 그리고 용서를 빌면 하나님은 기뻐하시며 용서해 주신단다. 할머니가 오늘까지 나도다시가 빌기를 기다린 것처럼 말이다.”

“하나님이 정말 있어 할머니?”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에 사람이 있는 것이고 사람들은 하나님을 누구나 두려워한단다.”

나눔이가 가만히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맞아요, 할머니, 사람들은 무슨 잘못을 하면 꼭꼭 하나님도 안 무서우냐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하나님은 계시다는 말이에요.”

나도다시가 겁이 나서 물었습니다.

“할머니, 내가 금붕어 죽인 걸 하나님도 아실까?”

“아시지.”

“할머니가 용서하신 것처럼 하나님도 나를 용서하실까?”

“용서하신다. 자기 잘못을 어른한테 용서를 빌면 하나님도 용서하신다. 그 대신 같은 잘못을 또 하면 안 된다.”

“알았어, 할머니한테 용서를 받았으니 나는 하나님도 용서하여 주셨다 야호!”

할머니는 나눔이한테 눈길을 돌렸습니다.

“너도 할머니한테 용서를 빌어야겠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빌어요?”

“왜 없어? 나도다시한테 돈 빼앗은 것도 죄란다.”

나눔이는 다시 건넌방으로 가서 저금통장 하나를 가지고 왔습니다.

“할머니 이거 보셔요.”

할머니는 저금통장을 보시고 눈이 둥그레지셨습니다.

“이게 뭐냐?”

“보신 대로 나도다시 거예요.”

“나도다시 통장을 만들었어?”

“가만 놔두면 나도다시는 돈이 생길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다 사먹었을 거예요.”

할머니는 입을 딱 벌리셨습니다.

“오! 감시 카메라도 모르는 것이 있었구나!”

할머니는 사랑스런 남매를 품에 안고 마음껏 기뻐하셨습니다.

나도다시는 그 동안 누나를 원망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미워했었습니다.

“누나 미안, 나도 다시는 누나 안 미워하고 저금 시작할 거야 나도다시.” (끝)


 





얼굴에 묻은 세월 지우개로 지워질까

곱던 이마 눈매 깊이 잔주름이 숨었구나

세월아 잠시 쉬어 달빛 타고 놀다 가자


무엇으로 지워낸들 묻은 세월 지워질까

추억만 세월 끝에 가물가물 흐려지네

세월아 내 님 얼굴 곱게곱게 비켜가라

'문학방 > 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주 큰 사람  (0) 2011.02.13
아빠 뱀 새끼 용  (0) 2010.12.05
집 나간 로라와 할머니   (0) 2010.07.02
돌멩이의 꿈  (0) 2010.06.17
바보의 손 (우공이산)  (0) 2010.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