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큰 사람
1. 하나님 안녕하세요?
“하나님 안녕하세요?”
아주 작은 아이가 교회를 찾아와 하나님께 인사를 했습니다.
목사님이 보시고 대답했습니다.
“넌 구군데 하나님을 찾느냐?”
“아저씨가 하나님이에요?”
목사님은 어이가 없어서 웃으셨습니다.
“하하하 나는 하나님이 아니라 이 교회 목사다.”
“하나님은 어디 있어요?”
목사님은 잠시 말이 막히셨습니다.
“허허…… 하나님을 어째서 찾느냐?”
“우리 아빠가 알아보고 오라고 하셨어요.”
“넌 못 보던 아이인데 어디서 왔느냐?”
“저 앞에 빨간 지붕이 보이시지요? 그 집에서 왔어요.”
“오, 그렇구나. 어제 이사 온 집 아이로구나.”
“네 맞아요.”
“아빠는 뭐하시는 분이냐?”
“아주 높은 사람이에요.”
“얼마나 높으시냐?”
“엄마가 그러는데 하나님보다도 높은 분이래요.”
“하나님보다 더 높으시다니 아빠는 하나님을 아시겠구나.”
“아빠는 뭐든지 다 아시는데 한 가지 모르는 게 있대요.”
“그게 뭐라더냐?”
“하나님이 있는지 없는지 그걸 모르신대요.”
“허허 아빠가 모르시는 것도 있다고?”
“네, 어제 우리 집이 이사 왔잖아요?”
“그렇지.”
“우리 집에서 내다보면 이 교회가 가장 먼저 보여요. 그래서 아빠가 교회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시자 엄마가 ‘교회는 하나님을 모신 곳이지요’ 하셨어요. 맞지요 목사님?”
“그렇다고 해야겠구나.”
“하나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요?”
“그건 말이다…….”
“우리 아빠가 그러시는데 교회에 가서 하나님이 정말 있는지 알아보고 오라고 하시면서 하나님이 정말 있다면 아빠와 엄마가 교회에 나가자고 했어요.”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너한테 알아 오라고 하셨단 말이지?”
“어려울 것도 없어요. 목사님은 알고 계시잖아요.”
목사님은 밤톨같이 작은 아이한테 어떻게 대답해야 할는지 생각이 얼른 나지 않았어요.
“글쎄다, 어떻게 말해야 네가 알아들을까.”
“쉽게 말해주세요.”
“하나님은 아무나 볼 수 없단다.”
“왜요?”
2.하나님을 볼 수 있는 사람
“하나님을 보려면 하나님을 믿어야 하는데 너도 아빠도 엄마도 하나님을 믿지 않았으니 어렵겠구나.”
“저는 믿을 수 있어요. 하나님을 믿고 만날 수 있게 해 주세요.”
“하나님을 믿기만 해서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걱정이구나.”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하나님은 마음이 깨끗하고 죄가 없는 사람한테만 보인단다.”
“죄가 뭔가요?”
“죄란 남을 미워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누구를 때렸거나 나쁜 짓을 한 것이 죄란다.”
“나는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고 옆집 민구를 미워했어요. 그래서 나는 하나님을 볼 수 없나요.”
“그리고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고 했지?”
“네.”
“교회를 안 다닌 것도 죄란다.”
“교회 안 다닌 사람은 다 잘못한 건가요?”
“그렇지, 하나님을 안 믿는 것도 죄가 된단다.”
“나는 하나님을 믿을 거예요. 하나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
목사님은 맹랑한 방문자에게 잠시 할 말을 잊고 있다가 대답했습니다.
“네가 하나님을 꼭 만나고 싶으면 오늘부터 하나님을 믿기로 하고 네가 지은 죄를 하나님한테 다 말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약속하거라.”
“그럼 하나님을 만날 수 있나요?”
“그러면 하나님을 마날 수 있을 게다.”
“알았어요. 하나님한테 다 말하고 만나달라고 할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아이는 교회를 떠나 아무도 안 보는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내가 엄마한테 거짓말 한 거, 민구 미워한 거 다 하나님한테 말하고 만나자고 할 거야’
이렇게 생각한 아이는 조용한 숲속으로 들어가 풀밭에 엎드려 하나님한테 잘못한 것들을 용서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을 했습니다.
“하나님 이제 저를 만나 주세요. 만나주세요.”
이때 아주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을 쓰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네가 나를 꼭 보고 싶다고 하였느냐?”
아이는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습니다.
“하나님이에요?”
“그렇다, 나는 네가 보고 싶어 하는 하나님이니라.”
“어디 계신가요?”
“바로 네 앞에 있느니라.”
“안 보이는데요.”
“너는 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느냐?”
“목사님보다 크신가요?”
3. 하나님을 만난 아이
“그렇다.”
“우리 아빠보다 더 높으신가요?”
“그렇지. 너희 아빠가 그렇게 높은 사람이냐?”
“세상에서 가장 높다고 했어요.”
“나는 목사님보다 크고 너의 아빠보다 높아서 네가 보아도 나를 알아볼 수 없느니라.”
“하나님이 그렇게 커요?”
“많이 크다.”
“얼마나 큰데요?”
“너한테 말해 주면 알아들을 수 있겠느냐?”
“알 수 있어요.”
“나는 너무 커서 사람들이 볼 수 없고 나를 보면 죽느니라.”
“얼마나 큰데요?”
“네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느냐?”
“큰 산속에 있어요.”
“넌 낮에 해가 떠 있고 밤에 달과 별들이 떠 있는 것을 보았지?”
“네,”
“네가 있는 땅덩어리가 얼마나 큰지 아느냐?”
“잘 몰라요. 그렇지만 아주 커요.”
“내가 얼마나 큰가 하면 하늘의 해와 달과 별들과 네가 있는 땅덩어리가 다 내 손톱 사이에 있느니라.”
“하나님 손톱이 그렇게 커요? 이 세상과 별들이 다 그 속에 있다고요?”
“그렇다. 그러니 내 손가락이 얼마나 크고 손이 얼마나 크고 내 가슴이 얼마나 넓고 내 얼굴이 얼마나 크고 내 몸이 얼마나 크겠느냐?”
“거짓말!”
“너한테 거짓말 하려고 만나주는 줄 아느냐?”
“그럼 얼굴을 보여주세요.”
“내 얼굴을 보자면 네가 수천 억년을 살면서 저 별들을 지나 아주 먼 곳에 가서 바라보아야 내 전체 모양을 볼 수 있느니라.”
“거짓말. 그렇게 커요?”
“사람들은 아무도 나를 본 적이 없느니라. 너만 내가 만나주는데 나를 믿지 못하니 이제 그만 내 볼일을 보아야겠다.”
“하나님 잠깐만 기다리셔요. 아빠한테 가서 하나님을 만나러 오라고 할게요.”
“너의 아버지는 나를 못 만난다.”
“왜요?”
“너의 아버지는 나를 믿지 않았다. 나도 너의 아버지를 믿지 않는다.”
“그럼 목사님을 만나 주세요.”
“안 된다. 그 사람들도 내가 자기들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나 대하기를 너희 아버지만도 못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세상 지위만 높으면 나를 모른 척한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내가 없다고 하면서 잘난 척하는 꼴이 싫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느니라.”
“그럼 어떡해요?”
4. 하나님은 거짓말쟁이
“너처럼 마음이 깨끗하고 나를 믿어주면 만나준다. 그러나 내 얼굴은 너도 다른 사람도 보지 못한다.”
“한번만 보여주세요.”
“이 녀석아, 내가 사람 눈으로 보일 정도로 작으면 사람들 앞에 나타나 내가 하나님이라고 말하면 믿을 것 같으냐? 아무도 안 믿는다.”
“나는 믿을 수 있어요. 하나님은 백 살도 넘었나요?”
“내 나이는 시작도 끝도 없고 나이가 하늘과 한데 붙어 있느니라.”
“하나님을 만날 수 없는데 사람들은 왜 교회에서 하나님을 믿나요?”
“거기서 나를 믿는 사람들은 살아서는 나를 못 보지만 죽어서 나를 만날 수 있느니라.”
“죽어서 만날 수 있다고요? 살아서 만나야지 그게 뭐예요.”
“아무든지 살아서는 나를 못 만난다. 그러나 나를 믿고 죽으면 내가 살리고 보살펴 주느니라.”
“하나님은 거짓말쟁이.”
“그러니까 나를 만나기가 어려운 것 아니냐. 네가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더라도 내가 있다는 것만은 믿고 살아라. 알겠느냐?”
“네.”
하나님은 부드러운 바람으로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 입을 다무셨습니다.
아이는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빠, 하나님 만나고 왔어요.”
아빠가 거만하게 안경 너머로 바라보시며 말했습니다.
“목사가 어떻게 해 놓았기에 가자마자 아이를 저렇게 만들어 놓았을까. 목사들 말재간은 아무도 못 말려. 하하하하 네가 하나님을 만나고 왔다고?”
“정말이에요.”
“그래 목사님이 뭐라고 하시기에 금방 네가 그런 말을 하게 만들었느냐?”
“목사님이 가르쳐주신 게 아니어요.”
“교회에서 목사님 만나고 오지 않았느냐?”
“네.”
“목사님은 하나님을 만나 보았다더냐?”
“하나님이 목사님은 만나주지 않는다고 했어요.”
“허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나님이 목사님을 만나주시지 않으면서 너 같은 아이를 만나주셨다고?”
“정말이에요. 하나님과 이야기하고 왔어요.”
“하나님이 어떻게 생겼더냐?”
“아이고 답답해.”
“뭐라고?”
5. 사람처럼 생긴 하나님
“하나님은 아빠나 목사님이 생각하는 분이 아니에요.”
“하나님은 사람과 같이 생겼다고 했다. 나도 그 정도는 들어서 안다.”
아이는 답답했습니다.
“하나님이 그러셨어요. 만약 하나님이 우리 사람처럼 작은 몸으로 나타나 내가 하나님이다 하면 믿을 사람이 있겠느냐고.”
“그야 믿을 사람 없겠지.”
“하나님이 얼마나 큰지 알아요 아빠?”
“나나 목사님보다는 클게다. 커 봐야 얼마나 더 크겠느냐.”
아이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말한 대로 했습니다.
“하나님은요 해와 달과 별들과 이 땅 모두를 합쳐도 하나님 손톱 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했어요.”
“네가 만난 하나님은 헛것을 본 거야. 그런 말은 아무한테나 하지 말아라. 바보 소리 듣는다.”
아이는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교회로 달려가 목사님께 말했습니다.
“목사님 나 하나님 만났어요.”
목사님이 빙그레 웃으시면서 말했습니다.
“목사 놀리면 못 쓴다. 하나님이 이 노옴 하셔.”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허허 어리다고 오냐오냐 했더니 별 소리를 다하는구나.”
아이는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는 목사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목사님은 하나님 믿어요?”
“암.”
“그런데 내 말은 왜 안 믿으시는 거예요?”
“안 믿는 게 아니라 못 믿는 거다. 꼬마야 어른을 놀리면 못 써. 그만 집에 가거라.”
“목사님, 하나님이 높아요? 대통령이 높아요?”
“그런 건 묻는 거 아니야. 네가 뭘 안다고……”
아이는 그날부터 교회에 열심히 나갔습니다.
그러나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아서 아무한테도 하나님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