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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한 왕

옛날 왕실에 멍청한 소리만 하다가가끔 영리한 소리를 하는 광대가 있었습니다.왕은 그가 하도 멍청한 소리를 하기 때문에자기의 지팡이를 주면서자네보다 더 멍청한 사람을 보면 이것을 주라고 하였습니다. 여러 해 후에 왕은 임종을 맞게 되었습니다.너무 긴 여행이라서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모이라고 했습니다.이때 광대가 말하였습니다.왕은 외국의 귀족들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에는꼭 전령관을 보내어 길을 준비하였는데지금은 다시 못 올 길을 떠나면서 무슨 준비를 하셨습니까?왕은 그제야‘아차 내가 아무런 준비를 못하였구나’하고 깨달았습니다.그러자 광대는‘그렇다면 이 지팡이를 받으십시오.나보다 더 어리석은 사람을 이제야 발견했군요’하고 말했다고 합니다.

문학방/동화 2025.06.07

서랍 속의 아이들. 32 / 우정⑫ 저승사자 출현

서랍속의 아이들. 32 / 우정⑫ 저승사자 출현 덕구는 눈앞이 캄캄한 중에 언뜻 생각이 나서 말했습니다.“제 피를 수혈해 주실 수 없을까요? 저는 O형입니다만.”“확실합니까?” “초등학교 때 선생님 그러셨습니다.”“이 환자는 혈액이 특수해서 오형이라 하더라도 수혈이 가능할는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오형은 아무한테나 줄 수는 있지만 다른 혈액은 받을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직 제가 이런 경험을 해 보지 않아서 어떨는지 모르겠습니다. 수혈을 하다가 안 맞으면 생명에…….” “어차피 시간이 없는데 가만히 두고 죽는 것을 보느니 제 피라도 주어보고 싶습니다. 안 맞아서 죽더라도 해 보시지요.”의사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곁에 있는 경찰관한테 물었습니다.“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맞..

문학방/소설 2025.06.07

장미 울타리를 지나며

장미 울타리를 지나며 무더기로 활활 타오르는 빨간 장미 무더기 앞에 서면 가슴이 뜨겁게 타오르고 얼굴도 장미가 된다 장미마다 나를 향해 웃으며 아찌 나 예뻐? 아저씨 나 예쁘지요? 할아버지 나 곱지요? 아찌 어디 갔다 오세요? 아저씨 오늘 누구 만났어요? 할아버지 우리들이 하는 말 들려요? 아찌 아직 젊어요 아저씨 지금이 한창이에요 할아버지 늙었어도 품위가 있어요 하하하하 우리 아찌 멋져!호호호호 우리 아저씨 힘차고 당당해! 허허허허 우리 할아버지 젊고 정정해! 흐드러진 줄장미 앞을 지나면 고것들이 목젖까지 드러내고 웃는 얼굴 깔깔깔 재잘재잘 수다 떠는 소리 귀엽게 아양 떠는 소리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향기로 모여 날아가는 소리!

문학방/시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