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 15 / 군인과 군바리 추억
내 옆 빈자리에 멋진 군인이 앉았다. 매우 늠름해 보이는 출중한 인물이었다. 내가 나이 들다 보니 군인이든 아니든 젊은 사람은 다 내 아들 같고 딸 같아 모두가 잘나고 예뻐 보인다.
나는 군바리 추억이라는 군생활 이야기(별빛 쏟아지는 전선의 밤)를 어느 사이트에 올렸다가 책으로 출판했다. 당시에 얼마나 인기가 대단했던지 다른 사람은 조회수가 200명 이내였는데 내 글은 조회수가 3,000명이 넘고 추천이 157이었다.
그 사이트에서 최고의 추천을 받아 선물도 받은 바 있다. 군인을 보면 지난 날 추억이 떠오른다.
옆 군인한테 말을 걸었다.
“책 읽기 좋아하시나요?”
“책 말씀입니까?”
“네.”
“저는 책을 안 좋아합니다. 책과 담 쌓은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아! 이렇게 실망스러울 수가!
그래도 한마디 덧붙였다.
“책 읽기를 안 좋아하는 분들이 보는 책이 이런 책입니다. 한번 읽어 보시지 않겠어요?”
“그냥 주시겠다고요?”
“물론이지요. 읽어주시기만 한다면 감사하지요. 자, 받으시지요.”
“예, 주시는 책이니…….”
마지못해 책을 받더니 즉시 펴들고 첫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했다. 영등포에서 수원까지 20분 동안 꼼짝 않고 읽었다. 나는 그 모습에 만족하여 곁눈질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수원에 다 도착했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이 붕어빵 이야기는 참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소월 시도 학생 때는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고요. 지금은 다 잊은 시들이 아주 새롭습니다. 좋은 책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어디까지 가시나요?”
“구미까지 갑니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이면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겠습니다. 책 읽으며 보람 있는 여행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나는 기뻤다. 그와 잘 가라고 악수까지 나누고 헤어졌다. 책을 안 좋아하고 안 읽는다면서도 받아 들고 웃으며 읽는 사람을 만나면 그보다 즐거울 수가 없다.
한 주일에 두 개씩이나 올릴 수는 없고. 다음 주에는 정말 아주 기분 나쁜 여자 이야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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