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수필

옆 사람 17. 하늘 꾀꼬리

웃는곰 2024. 7. 28. 17:40

옆 사람 17. 하늘 꾀꼬리

 

열차 1호칸 31번 석은 내가 정해 놓고 타는 자리다.

표를 예매하려 했더니 전체 71석 중 29,30석만 남고 내가 좋아하는 자리는

어떤 아가씨 둘이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밀려나 29번석에 앉았다.

저것들이 내 자리를 빼앗았네 하고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파랗고 청명했다.

내 옆 빈자리는 누가 와서 앉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기차가 떠날 순간

깜찍하게 생긴 아가씨가 헐레벌떡 달려와 내 옆에 살짝 앉으며 생끗 웃었다.

 

! 저 하늘같이 맑은 눈!

나는 순간 하늘같이 참 맑은 아가씨 눈을 보았다.

아가씨가 꾀꼬리같이 맑고 예쁜 소리로 물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아가씨는 하늘…….”

? 하늘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요. 아가씨가 하늘…….”

제 이름을 아세요?”

?”

저를 아시나요?”

 

초면인데요.”

그런데 어떻게 제 이름을 아세요?”

아가씨 이름이 뭔데요?”

하늘이에요.”

인상이 좋아서 울타리를 내보이며 물었다.

독서 좋아하시나요?”

저는 책 싫어해요.”

싫어도 이 책 받아요.”

 

아가씨는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책을 받아들고 생끗 웃어주었다.

그리고 책을 펴들더니 꼼짝 않고 읽었다.

싫다는 책을 저렇게 읽다니 책장만 넘기는 거 아닌가? 그래서 물었다.

정말 읽으셨나요?”

, 아홉 살 소녀의 사랑, 조미미가 그렇게 애국정신이 대단한 인물인 줄 몰랐어요.”

정말 읽으셨군요. 고마워요.”

제가 더 고맙지요. 어디까지 가세요?”

수원이오. 아가씨는?”

구미까지 가요. 가면서 이 책 다 읽어 볼게요.”

고마워요. 잘 가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참 신기하다.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만나면 할 이야기가 있고

대화를 하다 보면 마음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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