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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1 / 우렁이 각시

엄마 이야기 1 / 우렁이 각시 내가 8,9살 때 우리 엄마는 28세 새댁이었다. 지금은 28세라면 팔팔한 아가씨다. 추억마저 아득한 옛날.등잔불도 끄고 캄캄한 밤에 잠이 안 오면 엄마 곁에 누워 ‘옛날얘기 해줘’ 하면 밤마다 들려주시던 엄마 이야기는 우렁이 각시 이야기, 박국새 이야기, 밥보 각시, 결혼 첫날밤 부부, 외다리 장군, 옥례야 옥례야 등, 내가 잠들 때까지 들려주신 이야기가 날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들어도 재미있었다. 엄마 생각하며 그 이야기들을 쓰고 싶어졌다. 여기서 누군가가 읽어준다면 나는 행복할 거다. 혹시 들어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우리 엄마만 아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테니까  1. 우렁이각시 이야기 옛날 옛날에 아주 깊은 산속에 총각 농부가 살았답니다. 7월 더위에도 산에서 나..

문학방/동화 2025.04.01

들로 산으로

들로 산으로***************나 열 살 때산나물 뜰으러 가는동네 아줌마들 따라땀을 뻘뻘 흘리며따라 다녔지.돌나물, 꽃다지, 나생이는밭에서곰취, 고사리, 도라지, 둥굴레원추리, 삽주, 띠깔, 무릇은산에서나는 나물 이름도모양도 모르면서따라 다녔지아줌마들이 깔깔대며그거 먹으면그거 커져 이년아 하는 소리그것이 무언지 모르고나도 먹고 싶어서그거를 찾아 다녔지아줌마들이 산에서내려올 때는앞치마 가득행복 불룩아줌마들 뒤 따라내려올 때나는진달래 한 다발그것을 먹으면그것이 커진다는그것이 무엇인지나도 먹고 싶어궁금증만 안고내려왔지그렇게 순박 순진한아줌마들이 ]나물을 펴고 말리던 6월6.25 전쟁에나물도 행복도짓밟히고아저씨들은아줌마들을 울려 놓고군대로 가고그날부터 나는아버지가지고 다니시던지게를 지고어린 나무꾼이되었지.

문학방/시 2025.04.01

풋 살구와 나

풋 살구와  나 *************** 봄을 밟고 쏘다니던  나 어린 시절 싱싱한 가지마다  주렁주렁 숨어 자란  새파랗고 동그란  예쁜 풋 살구   한 알 따서 깨물면   식초보다 시어도 우적우적  맛있게 씹어 먹었지 지나가는 어른들  먹는 것만 보아도  이가 시다고 으으우 움츠리고  돌아서시고 너는 이도 시지  않으냐면 아주아주 맛있어요 아저씨도 드릴까요 아니다 아니다 듣기만 해도  이가 시다  으으우 등 돌리고 달아나던 어른들 봄을 밟고 쏘다니던  나 어린 시절 새파란 애 살구가 그렇게도 맛있었지

풋 살구와 나

풋 살구와  나 *************** 봄을 밟고 쏘다니던  나 어린 시절 싱싱한 가지마다  주렁주렁 숨어 자란  새파랗고 동그란  예쁜 풋 살구   한 알 따서 깨물면   식초보다 시어도 우적우적  맛있게 씹어 먹었지 지나가는 어른들  먹는 것만 보아도  이가 시다고 으으우 움츠리고  돌아서시고 너는 이도 시지  않으냐면 아주아주 맛있어요 아저씨도 드릴까요 아니다 아니다 듣기만 해도  이가 시다  으으우 등 돌리고 달아나던 어른들 봄을 밟고 쏘다니던  나 어린 시절 새파란 애 살구가 그렇게도 맛있었지

암소와 나

암소와 나 소년 시절  커다란 암소 끌고  산 속으로  풀 뜯기러 가던 날  장편 소설 찔레꽃, 순애보, 상록수 흙, 사랑 닥치는 대로 품고 초록 풀밭 나무 그늘 아래 누워 해 지는 줄 모르고 읽을 때 배가 불룩한 암소가 내 곁에 다리를 꺾고 비스듬히 누워 글자도 모르면서 내가 읽는 소설을 코 바람 후후 불며 들여다보던  그 순하고 큰 눈이     착한 내 벗이었지 나는 책을 내려놓고 그 목을 쓰다듬고 안아주며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내 맘을 알았다는 듯 암소는 커다란 얼굴 커다란 혀로  내 얼굴을 핥아주었지 소하고 나는 친한 벗이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팔러 가시던 날 소는 나를 보고 눈물을 흘렸고 나도 소를 보내며 울었지 밭갈이 마친 소  나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나는 책 읽고  소는 풀 뜯던 여름날..

문학방/시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