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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당에 빠진 국자 / 51회-66회

미행자다음날도 허당은 고서 한 권과 다른 책 아홉 권을 묶어 들고 정거장으로 나갔다. 맨 먼저 눈에 띄는 사람이 그 신사였다. 허당이 먼저 인사했다.“선상님 안녕하세유?”“반가워요. 이렇게 날마다 만나서 좋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오시니 고맙고 더 좋소.”신사는 허당이 내미는 고서를 받아들고 흡족한 얼굴로 봉투를 건네주었다.“이게 뭐여유?”“오십만 원이오.”“책을 거저 드려도 되는데 날마다 돈 받기가 그러네유.”“그렇지 않아요. 내가 찾는 책을 구해다 주시는 것만도 고마운데 거저 받을 수가 있나요. 난 갈 데가 있어서 먼저 저쪽으로 가겠소.”“안녕히 가세유.” 오늘도 사람들한테 받은 돈 9만원을 봉투에 같이 넣고 차에서 내린 할머니를 부축해 드리면서 말했다.“차타고 다니시기 대간하시쥬?”“그려, ..

문학방/소설 2025.04.16

학교 가는 길

학교 가는 길 2학년 때 다니던 십 리 학교길 걸어도 걸어도 끝없는 산길 질퍽질퍽 흙 길 걸어 언덕 넘으면 옹달샘이 졸졸졸 물 한 모금 떠먹고 고갯길 꼬불꼬불 울퉁불퉁 자갈길 바위 돌아 물 흐르는 계곡 신발 벗고 물 건너 문둥이가 나온다는 진달래 숲 길을 겁먹고 뛰어 가던 길 고갯길 넘어서면 논두렁 밭두렁 꼬불꼬불 좁은 길 그 길 끝을 가로막는 산당 있는 쇠꼴고개 돌멩이 자갈 길 뒤뚱뒤뚱 넘으면 아득히 들판 멀리 학교 보이고 고개 비탈 내려가면 심술 궂은 시냇물 바지 걷고 물건너 산모퉁이 돌아서 다리 아파 못 가겠네 청보리밭 둑에 앉아 바라보던 학교 지붕 온 마을이 초가 지붕 학교 지붕 기와 지붕 선생님이 기다리며 물으시던 한 마디 다리 아프지? 아파도 부끄러워 고개 젓던 내 얼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