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62

옆 사람 9 / 아이구 답답해

옆 사람 9 / 아이구 답답해 17시 31분 부산행 무궁화호 1호칸 31번석. 12월 2일 승차하여 창밖을 내다보는 사이 내 옆에 한 아가씨가 나비처럼 아무 기척도 없이 들어앉아 있었다. 힐끗 옆모습을 보니 대단한 미인이었다. 흑갈색 머리에 까만 마스크를 했는데 코도 높아 보이고 눈썹도 새까만 얼굴에 피부가 백장미. “어라? 어디서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나타났지? 30분 동안은 기분 짱이겠는데? 하이에나나 담배통 돼지하고 앉아가는 기분보다 얼마나 다행인가.”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해도 미인임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곁눈질을 하며 지켜보니 스마트 폰을 들고 있는데 무슨 국회의사당 같은 큰 건물 사진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영국 국회의사당 같기도 하고 독일? 프랑스? 왜 그런 것들만 들여다보고 있을까? “이 사..

문학방 2024.01.11

옆 사람 8 / 잠꾸러기 하이에나

옆 사람 8 / 잠꾸러기 하이에나 나는 날마다 열차 한 칸 전체 좌석 71석 중 가장 먼저 차에 오른다. 자리에 앉아 누가 내 옆에 오려나 기다리는 것도 재미있는 습관이 되었다. 오늘은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주르르 들어왔다. 앞에서 열 명쯤은 아가씨들이었는데 모두가 미인들이었다. 어디서 그렇게 예쁜 아가씨들이 많이 모여 올까? 내 옆자리에 그 예쁜 여자들 가운데 누군가가 와서 앉을 테지 하고 기대감으로 차 있는데 줄을 서서 들어오는 아가씨들 맨 끝에 하이에나같이 뒤숭숭한 차림의 사람이 어슬렁거리고 따랐다. 나는 속으로 ‘저 사람만은 옆자리에 오지 말라! 아가씨들 가운데 안 예뻐도 좋으니 제발 아가씨가 와 다오’하고 빌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아가씨들이 모두 지나가고 마지막에 따라오던 시커먼 하이에나가 ..

문학방 2024.01.11

옆 사람 7 / 가지 마! 할아버지

옆 사람 7 / 가지 마! 할아버지 내가 열차에 오르는 순간 뒤를 바짝 따라오던 사람이 31번 석 바로 내 옆자리까지 와 털썩 앉았다. 나도 할배면서 내 또래 할배하고 나란히 앉는 것이 싫었다. 그 사람은 머리숱이 우거진 수풀같이 새까맣고 머리가 눈썹까지 붙은 할배였다. 그 울창한 머리숱이 대머리인 나한테는 부러운 대상이다. 그래서 속으로 그 머리숱 반만 나를 주면 피차 좋겠소 하고 생각하는데 바로 내 앞좌석 등받이 위러 하얀 이마에 반달눈썹, 예쁜 눈이 반짝하고 내밀었다. 순간 나하고 눈길이 마주쳤다. 아기가 꺄악 소리를 치며 숨었다. 나는 아기가 참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잠시 후 또 얼굴을 쏙 내밀었다. 아기 눈과 내 눈길이 마주쳤다. 아기가 방긋 웃는 순간 옆에 할배가 손을 들어 밉다는 듯 때리는 시..

문학방 202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