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 12 / 명랑한 토끼 나는 언제나 가장 먼저 차에 올라 31번 석에 앉는다. 그리고 누가 옆에 오려나 기다린다. 오늘도 줄줄이 들어서는 사람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희한한 명물이 나타났다. 새하얀 모자에 새하얀 양털오버의 새하얀 아가씨 토끼였다. 게다가 더 재밌는 건 양쪽 새까만 귀가 너풀거리고 이마 위 머리에는 새까만 방울 둘이 달려 더 흥미를 끌었다. 재미있게 생긴 귀여운 토끼가 어디로 가서 앉을까 하고 바라보는데 사뿐사뿐 오더니 내 옆 32번 석에 나비처럼 앉았다. 순간 나는 마치 구슬 따기에서 구슬을 딴 기분이었다. 아가씨는 마스크 얼굴이라 잘 알 수는 없었지만 눈이 예쁘게 보였다. 그런데 이 아가씨 어딘가 전화를 한참 하는데 낭랑한 목소리는 틀림없는데 무슨 소리인지 통 알아들을 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