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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좌석 / 3 멧돼지

옆 좌석 / 3 멧돼지 나는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 서울역으로 나가 무궁화호 1호칸 31번 석에 앉는다. 내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나는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날마다 30분씩 수원까지 쉬지 않고 한 번에 쌩쌩 달리는 동안 나는 스트레스와 피로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바로 힐링이라는 것인가 보다. 그것도 모르는 친구들은 나를 보고 피로하겠다, 고생한다고 위로한다. 그러나 나를 따라 한번 씽씽 달려보면 내 기분을 알 것이다. 그렇게 30분의 쾌속 주행 속에 나는 남모를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못 느꼈는데 날이 갈수록 내 옆 32번 좌석에 누가 와서 앉느냐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31번 석은 창 쪽이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

문학방 2024.01.08

옆 사람 2 / 노인들의 겸손

옆 사람 2 / 노인들의 겸손 하루에도 몇 번씩 타는 전철에서 이런 저런 모양을 보지만 너무 그런 이야기만 쓰는 것 같아서 안 쓰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이번 한번만 더 쓰기로 한다. 전철 가운데 자리는 젊은이들이 주로 앉는 자리다. 경로석이 만원이라 노인들 넷이 가운데 자리 손잡이에 줄줄이 매달렸다. 앞에는 젊은이들 일곱이 당당하게 앉아 있고. 누가 좀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까 하고 멀리서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얼마쯤 가다가 가운데 앉은 젊은이가 자리를 비우고 내렸다. 그 자리는 당연히 앞에 선 영감이 앉는 것이 상식인데 그가 앉지 않고 옆에 사람에게 말했다. “이리 앉으시지요.” “아닙니다. 가까이 계신 분이 앉으십시오.” “아닙니다. 저는 예순 여덟밖에 안 됩니다.” “동갑이십..

문학방 2024.01.08

옆 사람 1 / 돈과 인생

옆 사람 1 / 돈과 인생 ⎈ 나의 생각 세상에는 옆 사람보다 좋고 고마운 사람도 없다. 그러나 세상에서 옆 사람보다 무섭고 위험한 사람도 없다 나에겐 도전이 있을 뿐 나이는 없다. 나이로 인생을 살지 말고 달리는 내 뒤에 나이가 따라오게 살자! 도전하는 내 앞에 나이야 물러서라! ⎈ 본대로 들은 대로 나는 출근할 때는 수원역에서 전철을 타고 퇴근할 때는 서울역에서 무궁화호를 탄다. 아침 경로석 옆자리에서 두 영감이 하는 신세타령을 들었다. “돈이 원수야, 자식 잃고 돈 잃고 이게 뭐야.” “이 사람아, 나는 돈이 없어 잃을 것도 없네. 잃을 돈이라도 있어 봤으면 소원이 없겠네. 자네는 행복해.” “행복? 얼어 죽을 행복. 못된 자식 돈에 미쳐 제 앞으로 해준 땅 다 팔아 경마장에 바치고 알거지가 되어 ..

문학방 202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