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와 이발사
하루는 머리카락이 다섯 개밖에 없는 문어대머리가
머리를 깎으러 이발소를 찾았다
이발사는 대머리를 보자 깜짝 놀라
'문어대가리가 무얼 하겠다고 여길 왔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마지 못해 인사를 했다.
"어서오세요."
"수고하시오, 나 머리 깎으러 왔소."
"손님이 머리를 깎으시겠다고요?"
"그렇소."
"손님도 머리를 깎습니까? 머리가 있어야 �지요."
"머리가 없다고? 잘 들여다보시오."
문어대머리는 이발사에게 머리를 들이댔다.
대머리 정수리에는 머리카락 다섯 가닥이 나란히 나 있었다.
대머리가 말했다.
"이발한 지가 너무 오래어서 많이 자랐지요?"
"네, 네....."
손님이 의자에 앉자 이발사가 물었다.
***
"어떻게 깎아드릴까요?"
"짧고 시원하게 깎아주시오"
머리를 갸웃거리던 이발사
"손님. 속알머리는 있는데 주변머리가 없습니다."
"그렇지 주변머리가 좀 적지."
머리털 하나 없는 주변머리를 보면서 이발사 어이가 없었지만 대머리의 자존심을 위해 참았다.
"손님, 아래는 바리깡(이발기계)으로 밀어 올릴까요?"
"좋지요, 그렇게 하시오."
머리털 하나 없는 머리통 주변을 기계로 밀어 올리는 이발사
"시원하시지요?"
"기계가 아주 잘 드는구려. 머리털 깎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게 잘 드는구려."
"요새는 기계가 좋아서 아주 잘 듭니다."
"거짓말 솜씨가 됐소."
"네에?"
"아냐요, 나 혼자 해 본 소리."
주변머리 깎기를 마친 이발사
"윗머리는 어떻게 할까요?"
"속알머리 말인가?"
"네."
"5분의 3은 짧게 깎고 오분의 2는 바짝 세워주시오."
"네, 잘 알겠습니다."
이발사는 정수리에 난 머리카락을 빗으면서 긴 머리카락 세 가닥을 잡고 물었다.
"긴 것은 짧게 깎을까요?"
"그렇게 하시오."
이발사는 세 가닥을 짧게 싹둑 잘랐다. 그리고 남은 두 가닥은 무스를 발라 브이자로 세웠다.
"손님 말씀대로 세 가닥은 시원하게 깎고 두 가닥은 세웠습니다."
"수고하셨소."
이발사는 공손하게 말했다.
"손님, 이제 다 끝났습니다. 한번 보시지요."
눈을 감고 대답만 하던 대머리가 눈을 번쩍 뜨고 자기 모습을 보았다.
"아니, 이게 뭐요? 머리 위에다 누가 안테나를 만들어 세우라 했소?"
"네?"
대머리, 화난 얼굴로 변했다.
"머릴 다 깎아버리지 않았소? 그 많은 머리가 이게 뭐요? 두 가닥만 텔레비 안테나처럼 세워놓고 엉?"
"5분의 2는 세우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5분의 3은 다 어째고 안테나만 남겼소? 내가 텔레비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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