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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 4 / 아름다운 동승자

옆 사람 4 / 아름다운 동승자 나는 퇴근길에 서울역서 무궁화호 1호차 31번 석에 앉아 내가 지은 판타지 탈장르 이라는 제목의 책 가운데 한 곳을 읽고 있었다. 내용의 한 토막에------- ‘오만 원짜리 한 장에도 벌벌 떨던 내가 일억도 아니고 십억도 아니고 백억이 통장에 들어왔다. 그 기쁨을 무슨 자로 잴 것이며 그 기쁨을 무슨 그릇으로 담아낼 것인가. 그런 돈을 가져본 자만이 기쁨의 크기를 알리라’ ‘아내도 모르게 산을 사고 아무도 모르게 산을 팔아 백억을 가진 부자가 된 거다. 밥을 굶어도 배부르고 세상이 온통 내 것 같고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걸 행복이라고 하는 걸까?’ ‘하늘을 보아도 웃음이 나오고 화장실에 가서도 웃음이 나온다. 친한 친구한테 자랑도 하고 싶다. 그러나 이 행복한..

문학방 2024.01.09

옆 좌석 / 3 멧돼지

옆 좌석 / 3 멧돼지 나는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 서울역으로 나가 무궁화호 1호칸 31번 석에 앉는다. 내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나는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날마다 30분씩 수원까지 쉬지 않고 한 번에 쌩쌩 달리는 동안 나는 스트레스와 피로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바로 힐링이라는 것인가 보다. 그것도 모르는 친구들은 나를 보고 피로하겠다, 고생한다고 위로한다. 그러나 나를 따라 한번 씽씽 달려보면 내 기분을 알 것이다. 그렇게 30분의 쾌속 주행 속에 나는 남모를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못 느꼈는데 날이 갈수록 내 옆 32번 좌석에 누가 와서 앉느냐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31번 석은 창 쪽이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

문학방 2024.01.08

옆 사람 2 / 노인들의 겸손

옆 사람 2 / 노인들의 겸손 하루에도 몇 번씩 타는 전철에서 이런 저런 모양을 보지만 너무 그런 이야기만 쓰는 것 같아서 안 쓰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이번 한번만 더 쓰기로 한다. 전철 가운데 자리는 젊은이들이 주로 앉는 자리다. 경로석이 만원이라 노인들 넷이 가운데 자리 손잡이에 줄줄이 매달렸다. 앞에는 젊은이들 일곱이 당당하게 앉아 있고. 누가 좀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까 하고 멀리서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얼마쯤 가다가 가운데 앉은 젊은이가 자리를 비우고 내렸다. 그 자리는 당연히 앞에 선 영감이 앉는 것이 상식인데 그가 앉지 않고 옆에 사람에게 말했다. “이리 앉으시지요.” “아닙니다. 가까이 계신 분이 앉으십시오.” “아닙니다. 저는 예순 여덟밖에 안 됩니다.” “동갑이십..

문학방 2024.01.08

옆 사람 1 / 돈과 인생

옆 사람 1 / 돈과 인생 ⎈ 나의 생각 세상에는 옆 사람보다 좋고 고마운 사람도 없다. 그러나 세상에서 옆 사람보다 무섭고 위험한 사람도 없다 나에겐 도전이 있을 뿐 나이는 없다. 나이로 인생을 살지 말고 달리는 내 뒤에 나이가 따라오게 살자! 도전하는 내 앞에 나이야 물러서라! ⎈ 본대로 들은 대로 나는 출근할 때는 수원역에서 전철을 타고 퇴근할 때는 서울역에서 무궁화호를 탄다. 아침 경로석 옆자리에서 두 영감이 하는 신세타령을 들었다. “돈이 원수야, 자식 잃고 돈 잃고 이게 뭐야.” “이 사람아, 나는 돈이 없어 잃을 것도 없네. 잃을 돈이라도 있어 봤으면 소원이 없겠네. 자네는 행복해.” “행복? 얼어 죽을 행복. 못된 자식 돈에 미쳐 제 앞으로 해준 땅 다 팔아 경마장에 바치고 알거지가 되어 ..

문학방 2024.01.08

천사가 사는 집

천사가 사는 집 195/69쪽 1. 부자 되는 비결 잉꼬부부 정다다와 유익선은 항상 웃으며 감사를 입에 달고 다니는 친구 같은 젊은 짝꿍이다. 남편 유익선은 아내를 ‘다다!’하고 부르고, 아내 정다다는 남편을 ‘익선!’ 하고 이름을 부르고 산다. “다다, 오늘 방송 들어보았나?” “무슨 방송인가요?” “우리나라 최고 갑부 화성그룹 회장님이 특별강의를 한다는 소식 말이오. 오늘은 특별히 텔레비전 방송으로 중개를 한다는데.” “당근이죠. 당신 회사 회장님이신데요.” 부부는 회장의 강의를 듣기 위해 회사 강당으로 갔고 강당에는 수천 명의 간부사원들과 내빈 그리고 방송기자들이 가득 메웠다. 그룹 회장은 유명한 연설가이면서도 평소에 강의나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과묵하기로 소문난 분이기 때문에 그가 무슨..

문학방/동화 2023.11.19

문화가 문명에 무너진 시대

문화가 문명에 무너진 시대 수십 년 전 교육이 문화적일 때는 세상이 아름답고 순수했으나 문명적이 되면서 문화가 무너졌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할아버지 아래아들, 그 아래 손자까지 무식한 사람끼리 살던 시대는 박꽃처럼 순수하고 계곡물처럼 한 줄기 질서가 있었다. 글자에 무식한 집안 할아버지 명령이면 아버지도 손자도 고분고분 순종하고 체통과 질서가 숲과 나무처럼 잡혔다. 할아버지 명이면 아들이 숙였고 아버지 명이면 아들이 공손했고 돌아가신 조상님도 살아계시듯 모시고 떠받들었다. 할아버지가 검다고 하면 아들은 노랗게 보면서도 네네 했고, 손자는 빨갛게 보여도 네네 하고 나중에 할아버지가 잘 못 보신을 것을 깨닫게 했던 효도 문화가 있었다. 할아버지 명이 임금님 명이고 나라님 명이 웃어른 명이던 시대가 무..

문학방/수필 2023.11.18

요것들이 그냥!

요것들이 그냥! 초등학교 4학년 아이 둘이 뒷골목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아이 이름은 가인수, 또 한 아이는 나진우. 인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천당 가셨대.” 진우가 물었다. “누가 그래?” “동네 사람들이 다 그랬어. 우리 할아버지는 틀림없이 천당에 가셨을 거래. 너의 할아버지는?” 이때 담 너머에서 다영이 할아버지가 아이들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두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주고받았다. 진우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우리 할아버진 지옥 가셨을 거래.” “누가 그래?” “우리 아빠가.” 인수가 물었다. “너의 아빠가 그걸 어떻게 아신대?” “동네 사람들은 우리 할아버지를 모두 싫어했대.” “왜?” 진우가 찌그러진 소리로 대답했다. ..

문학방/동화 2023.10.09

사계 왕래 소리

사계 왕래 소리 환영*** 봄이 오는 들녘 멀리 청보리 바람소리 풀꽃들 가지마다 옷 벗는 소리 여름 오는 들녘 멀리 발자국 소리 잎맥마다 촘촘히 초록 수놓는 소리 가을 오는 가지마다 꽃분홍 트는 소리 곱게 말린 알알모아 볏가마니 쌓는 소리 겨울 오는 들길로 몰아치는 바람 소리 백발노인 옷깃 여미고 군불 때는 불소리 환송*** 봄이 가는 골목마다 꽃 지는 소리 벌 나비도 날개 접고 떠나는 소리 여름 가는 강줄기 파란 물소리 젖은 옷 빨아 너는 고운 종소리 가을 가는 오동나무 꽃 지는 소리 달빛 밟고 길 떠나는 슬픈 발소리 가는 겨울 은빛 바람 눈보라 소리 백발 수염 곱게 빗고 떠나는 발소리

문학방/시 2023.10.07

천국에서 휴가 나온 부모님 말씀

천당에서 10분간 휴가를 받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오셨다. 천사가 된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으로 품으시고 비밀을 알려주셨다. 천국은 착하게 살아야 엄마 아빠기 있는 천국으로 올 수 있다고 지옥엔 휴가가 없어 돈 자랑 권세 자랑 오만하게 살던 친구들이 다 지옥에서 날마다 죽는 소리로 1분만 휴가를 달라고 30초만 주어도 후손한테 지옥에 오지 말라는 한 마디만 전하고 싶다고 지옥을 피하려면 네 것은 있는 대로 베풀고 이웃이 울 때 눈물을 씻어주고 무거운 짐 진 노인 짐을 대신 져주고 좋은 것 아낌없이 나누어 주라고 엄마 아빠가 간절히 이르셨다 천국엔 베푼 만큼 휴가를 준다고. 지옥 갈 일 하지 말라고 10분이 끝나 가시며 남긴 한 마디 꼭 천국으로 와야 한다 거기서 기다리마.

문학방/시 2023.10.07

나의 창작 시 모음

나의 시 창작 동기 한동안 오해하고 지내던 친구의 마음조가리 다 기억은 못해도 이런 문구들이 내 가슴에 충격을 주었다. 순금 달빛 후박나무 잎사귀에 쏟아지는 은빛 종소리 달빛을 밟고 오는 청보리 빛 발자국 소리 하얗게 삭아 내리는 기다림의 단단한 뼈대 하나 햇살 물레 곱게 자아 잎맥 따라 금빛 언어 촘촘히 수놓았네 내 모든 것 다 주어도 사랑은 늘상 배고프고 목마른 것 저만큼 붉은 옷자락 휘날리며 떠나는 가을, 뒷모습이 아름답다 풀들이 하는 말, '꽃이 아닌 게 다행이다.' 풀로 태어나 춤을 추며 가장 낮은 곳에서 언제나 자유롭다. 젖은 꿈 널기 위해 새들은 새벽잠을 깨치며 비상을 시작한다. 가슴 한쪽 반다지에 곱게 말린 추억들을 개켜 넣고 오백 년 시공의 툇마루에 걸터앉아 은실 같은 수염 곱게 쓸어 내..

문학방/시 202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