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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들이 그냥!

요것들이 그냥! 초등학교 4학년 아이 둘이 뒷골목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아이 이름은 가인수, 또 한 아이는 나진우. 인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천당 가셨대.” 진우가 물었다. “누가 그래?” “동네 사람들이 다 그랬어. 우리 할아버지는 틀림없이 천당에 가셨을 거래. 너의 할아버지는?” 이때 담 너머에서 다영이 할아버지가 아이들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두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주고받았다. 진우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우리 할아버진 지옥 가셨을 거래.” “누가 그래?” “우리 아빠가.” 인수가 물었다. “너의 아빠가 그걸 어떻게 아신대?” “동네 사람들은 우리 할아버지를 모두 싫어했대.” “왜?” 진우가 찌그러진 소리로 대답했다. ..

문학방/동화 2023.10.09

사계 왕래 소리

사계 왕래 소리 환영*** 봄이 오는 들녘 멀리 청보리 바람소리 풀꽃들 가지마다 옷 벗는 소리 여름 오는 들녘 멀리 발자국 소리 잎맥마다 촘촘히 초록 수놓는 소리 가을 오는 가지마다 꽃분홍 트는 소리 곱게 말린 알알모아 볏가마니 쌓는 소리 겨울 오는 들길로 몰아치는 바람 소리 백발노인 옷깃 여미고 군불 때는 불소리 환송*** 봄이 가는 골목마다 꽃 지는 소리 벌 나비도 날개 접고 떠나는 소리 여름 가는 강줄기 파란 물소리 젖은 옷 빨아 너는 고운 종소리 가을 가는 오동나무 꽃 지는 소리 달빛 밟고 길 떠나는 슬픈 발소리 가는 겨울 은빛 바람 눈보라 소리 백발 수염 곱게 빗고 떠나는 발소리

문학방/시 2023.10.07

천국에서 휴가 나온 부모님 말씀

천당에서 10분간 휴가를 받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오셨다. 천사가 된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으로 품으시고 비밀을 알려주셨다. 천국은 착하게 살아야 엄마 아빠기 있는 천국으로 올 수 있다고 지옥엔 휴가가 없어 돈 자랑 권세 자랑 오만하게 살던 친구들이 다 지옥에서 날마다 죽는 소리로 1분만 휴가를 달라고 30초만 주어도 후손한테 지옥에 오지 말라는 한 마디만 전하고 싶다고 지옥을 피하려면 네 것은 있는 대로 베풀고 이웃이 울 때 눈물을 씻어주고 무거운 짐 진 노인 짐을 대신 져주고 좋은 것 아낌없이 나누어 주라고 엄마 아빠가 간절히 이르셨다 천국엔 베푼 만큼 휴가를 준다고. 지옥 갈 일 하지 말라고 10분이 끝나 가시며 남긴 한 마디 꼭 천국으로 와야 한다 거기서 기다리마.

문학방/시 202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