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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 14 / 어! 또 만났네

옆 사람 14 / 어! 또 만났네 지하철 엘리베이터 앞에서 언젠가부터 만나는 사람이 있었다.붉으죽죽한 가죽 개똥모자를 쓰고 등이 약간 구부정한 영감이다. 우연히 퇴근길에 몇 번을 만났더니 어느 날인가 영감이 나를 보고 놀랍다는 듯 한마디 했다.“어! 또 만났네.” 나도 속으로 ‘그러네, 영감 자주 만나네.’ 하고 형식적으로 머리만 꾸벅해 보였다.  영감은 마치 엿장수나 고물 장수같이 보였다. 이유는 모자 때문이었다. 고물장수나 옛날 엿장수는 그런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서 얼굴이 익은 영감이 어느 날 무궁화호 내 좌석 31번 석을 지나 33번 석으로 지나가다 나를 발견하고 또 “어! 또 만났네.”했다.  그리고 수원역에서 나를 따라 내렸다. 그리고 내 뒤를 ..

문학방/수필 2024.07.21

옆 좌석 13 / 부엌 차린 다람쥐

옆 좌석 13 / 부엌 차린 다람쥐 내가 31번 석에 앉았는데 키가 작은 부인이 들어오고 뒤를 이어 역시 작은 키의 남자가 손수레를 끌고 따라와 32번석 앞에 멈추었고 부인이 자리에 앉았다.  손수레를 끌고 따라온 남자는 가지 않고 통로에서 무슨 이야기인지 두 사람이 계속 속닥거렸다.  ‘저 부부가 여기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면 얼마나 좋을까? 한분은 입석표만 산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내가 자리를 양보해주면……?’ 하고 생각했지만 쉽게 자리 양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망설이는데 출발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제야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다람쥐같이 작은 부인은 차에 오를 때부터 검은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남편인 듯한 남자가 내리자 검은 안경을 벗고 잠자리눈처럼 둥그렇고 큰 안경을 바꾸어 썼다.  그러더니..

문학방/수필 2024.07.20

옆 사람 1 / 돈과 인생

옆 사람 1 / 돈과 인생 세상에는 옆 사람보다 좋고 고마운 사람도 없다. 그러나 세상에서 옆 사람보다 무섭고 위험한 사람도 없다 나에겐 도전이 있을 뿐 나이는 없다. 나이로 인생을 살지 말고 달리는 내 뒤에 나이가 따라오게 살자! 도전하는 내 앞에 나이야 물러서라!  ⎈ 본대로 들은 대로나는 출근할 때는 수원역에서 전철을 타고 퇴근할 때는 서울역에서 무궁화호를 탄다. 아침 경로석 옆자리에서 두 영감이 하는 신세타령을 들었다.“돈이 원수야, 자식 잃고 돈 잃고 이게 뭐야.”“이 사람아, 나는 돈이 없어 잃을 것도 없네. 잃을 돈이라도 있어 봤으면 소원이 없겠네. 자네는 행복해.”“행복? 얼어 죽을 행복. 못된 자식 돈에 미쳐 제 앞으로 해준 땅 다 팔아 경마장에 바치고 알거지가 되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문학방/수필 2024.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