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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꽃과 어머니

과꽃과 어머니 나는 과꽃이 국화로 알았다 어머님이 짜장면 플라스틱 대접에 어디서 흙을 구해다 낯선 새싹을 심어 놓고 날마다 물을 주고 보시다가 잎이 활짝 펴고 팔 벌리던 날 어머니는 사랑하는 꽃을 못 보시고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그 플라스틱 화분에  어머니 대신 물을 주며 어머니 사랑을 심었다 그리고  '국화가 피는 날 나는 울 거야' 라는 시를 쓰고  시집을 펴냈다. 그 꽃이  과꽃인 줄 모르고 국화로 알았지만  지금도 그 꽃을 보면 물 주고 들여다보시던 어머니 작은 등이  내 가슴에서 아직도 어려 나를 떠나지 않아 나는 과꽃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문학방/시 2024.08.07

옆 사람 2 / 경로석의 어른들

옆 사람 2 / 경로석의 어른들 하루에도 몇 번씩 타는 전철에서 이런 저런 모양을 보지만 너무 그런 이야기만 쓰는 것 같아서 안 쓰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이번 한번만 더 쓰기로 한다. 전철 가운데 자리는 젊은이들이 주로 앉는 자리다. 경로석이 만원이라 노인들 넷이 가운데 자리 손잡이에 줄줄이 매달렸다. 앞에는 젊은이들 일곱이 당당하게 앉아 있고. 누가 좀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까 하고 멀리서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얼마쯤 가다가 가운데 앉은 젊은이가 자리를 비우고 내렸다. 그 자리는 당연히 앞에 선 영감이 앉는 것이 상식인데 그가 앉지 않고 옆에 사람에게 말했다.“이리 앉으시지요.”“아닙니다. 가까이 계신 분이 앉으십시오.”“아닙니다. 저는 예순 여덟밖에 안 됩니다.”“동갑이십니다...

문학방/수필 202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