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 동갑 이야기 / 쥐띠(子) 부부
서울 쥐가 단풍 구경을 하려고 부여행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같은 자리에 얌전하고 깔끔한 시골 쥐가 와서 앉았습니다.
서울 쥐가 옆 눈으로 힐끔거리다 시골 쥐한테 들켰습니다.
예쁜 시골 쥐가 생긋이 웃으며 물었습니다.
“뭘 보세요?”
“아닙니다. 미안해요.”
“미안할 것 없어요. 나 예쁘지요?”
“예, 예뻐요.”
시골 쥐가 당돌하게 말했습니다.
“옆 손님도 멋져요, 꽃 미남이에요.”
“그렇습니까? 제 이름은 서훔입니다. 아가씨 이름은?”
“서훔이라고요? 제 이름은 지은이에요.”
“지은이? 이름이 예쁩니다.”
“원래 이름은 쥐은인데 사람들이 지은이라고 불러요.”
“하하, 그렇습니까? 내 이름은 원래 서생원인데 훔치기 잘한다고 서훔이라고 부릅니다.”
“어머머, 훔치기를 그렇게 잘하신다고요?”
“무엇이든지 훔치는 데는 아무도 날 따르지 못하지요.”
“나도 훔치기를 잘하여 생쥐라고도 부르는데 우리 잘 만난 것 같아요.”
“같은 게 아니라 잘 만난 것입니다.”
지은이가 제안했습니다.
“그럼 우리 누가 훔치기를 더 잘하는지 내기한 번 해볼까요?”
“좋지요. 무얼 훔칠까요?”
“좋아요. 차에서 내려서 실력을 보여주기로 해요.”
차가 두 시간을 달린 후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서훔이 앞에 내리고 지은이 뒤에 내렸습니다. 둘이는 약속이나 한 듯 가까이 있는 거피 숍으로 갔습니다. 지은이가 커피를 마시며 말했습니다.
“먼저 내 실력을 보여드릴게요. 보실래요?”
“좋아요. 봅시다.”
지은이는 차에서 내기를 걸면서 서훔이 주머니에서 지갑을 슬쩍했습니다. 그 지갑을 짜짱! 하고 내보이려고 가방 속에 훔쳐 넣은 지갑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핸드백과 지갑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몇 번씩 가방을 뒤지며 씨부렁거렸습니다.
“이상해, 이상해!”
서훔이 넌지시 물었습니다.
“뭐가 이상해요?”
지은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습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서훔이 안주머니에서 지갑과 손가방을 꺼내어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혹시 이거 찾으시나요?”
지은이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어머!!”
서훔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 정도 실력을 가지고 무슨 자랑을 그렇게 합니까?”
지은이 생뚱맞은 소리를 했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서생원이 바로!”
“그래요. 그렇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큰 것도 훔쳤습니다.”
지은이는 서훔이 마음에 쏙 들어서 당장 사귀자는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여자가 먼저 그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망설이다가 물었습니다.
“네? 무얼 또 더 큰 것을 훔치셨나요?”
서훔이 은근한 눈으로 대답했습니다.
“나는 마음을 훔쳤습니다.”
“마음이라고요? 누구 마음인가요?”
“오늘 지은씨 고향 집으로 갑시다.”
“왜요?”
“내가 훔친 지은씨를 아내로 삼겠으니 나를 달라고 부모님한테 말씀드리러 가야지요.”
“그건 틀렸어요. 난 마음 도둑맞지 않은 걸요.”
“다 압니다. 마음 도둑은 표시가 안 나지요. 내 말 틀려요?”
“호호호, 맞아요.”
그렇게 하여 서훔은 길에서 만난 같은 취미와 도둑질 재주를 가진 지은이와 결혼을 하고 새살림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집안 살림살이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지은이가 슈퍼에서 전기밥솥을 훔쳐 가지고 와서 자랑했습니다.
“어때요 내 실력!”
“그것 가지고 되겠소? 나도 다녀오리다.”
서훔이 나가서 텔레비전을 메고 들어오며 물었습니다.
“이거 어떻소?”
“좋아요. 이번에는 내가 다녀올게요.”
지은이가 나가더니 쌀부대를 훔쳐가지고 오며 말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배가 불러야 도둑질도 하지요. 밥 먼저 해 먹고 일해요.”
서훔이 만족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습니다.
“그럽시다. 쌀만 가지고 되겠소. 밥을 먹자면 반찬이 있어야지.”
서훔이 어물가게로 가서 맛있는 조기, 동태, 고등어, 삼치 맛있는 생선을 훔쳐 한 박스에 메고 들어왔습니다. 지은이 보고 좋아서 웃으며 밥을 짓고 조기를 굽고 고등어를 조렸습니다. 금방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풍겼습니다.
이때 지붕 위에서 배를 깔고 졸던 암고양이가 코를 벌름거리며 말했습니다.
“아아니, 이게 무슨 냄새야?”
수고양이가 킁킁거리며 대답했습니다.
“아이고 이 맛있는 조기 굽는 냄새!”
암고양이가 살살 내려가 보았습니다. 쥐 부부가 상을 차리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했습니다.
“노릇한 알조기가 맛있겠어요. 여보, 당신 먼저 한 마리!”
“아니야 당신이 구웠으니까 당신 먼저!”
이때 수고양이도 들여다보다가 둘이 한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야아옹! 야옹!”
서울 쥐 서훔이 깜짝 놀라 먹으려던 조기를 팽개치고 발발 떨며 말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시골 쥐 지은이가 머리를 땅에 박고 소리쳤습니다.
“숨어요. 고양이에요. 숨어요!”
크게 놀란 쥐띠 부부는 밥상도 팽개치고 팔딱 팔딱 튀어 꼬리가 빠지게 달아나며 소리를 쳤습니다.
“아이 무서워! 고양이 무서워!”
그것을 보고 고양이 부부가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야옹, 거기 서지 못할까? 야옹! 야아옹.”
수고양이가 달아나는 쥐 부부를 향해 더 큰소리를 질러대며 웃었습니다.
“으하하하. 하하하!”
혼비백산한 쥐띠 부부는 허둥지둥 달아나고 고양이 부부는 신이 나서 시골 쥐가 차려놓은 밥상을 차지했습니다. 암고양이가 좋아서 깔깔거렸습니다.
“야호! 조것들이 요렇게 맛있는 밥상을 차려놓았잖아. 호호호.”
수고양이가 신이 나서 맛있는 조기 한 마리를 들고 뜯으려고 입을 딱 벌리는 순간 갑자기 쿠웅! 하는 벼락같은 소리가 나며 하늘이 무너지는 듯 벽이 흔들렸습니다. 고양이 부부가 놀라 소리쳤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아이 무서워. 집이 무너지나 봐!”
밖을 내다보니 검은 소와 누런 소가 싸움을 하다가 벽을 들이 받았습니다.
“아이고 무서워. 황소야 황소!”
* 다음은 소띠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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