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동화

새들은 알고 있다

웃는곰 2018. 10. 2. 16:32

새들은 알고 있다

 

 

1. 무식한 사람들

짹짹짹짹. 먹자야, 나와 봐.”

참새 먹자가 대답했습니다.

무슨 일이야? 짹짹?”

참새 날자가 말했습니다.

우리도 주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되겠어, 짹짹.”

그게 어제 오늘 일이냐? 짹짹!”

옛날이 좋았어. 사람들이 초가집에 살 때가 좋았어.”

그렇지, 초가지붕 아무데나 파고 들어가면 둥지였고 지붕에는 먹을 것도 많았는데 기와집은 우리 수준에 안 맞아 짹짹.”

나는 기왓장 틈에다 간신히 집을 이었는데 주인이 집을 다시 짓는다지 뭐야, 짹짹.”

사람들은 왜 집을 지었다 헐었다 하는지 모르겠어.”

날개도 없는 사람들이 그런 짓은 잘한다니까.”

이때 제비가 다가와 갸웃갸웃했습니다. 참새 먹자가 제비를 보고 말했습니다.

넌 뭘 엿듣고 있니 짹짹?”

난 너희들 수다 떠는 소리가 재미있어. 너희들은 뱃속에 이야기 샘이 있나 봐 지지배배.”

날자가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짹짹거리는 맛으로 산다. 넌 집 다 지었니?”

작년에 살던 집이라 약간 고치고 방만 꾸몄어.”

참새 먹자가 부러워했습니다.

넌 좋겠다. 집안 대청 위에 집을 짓고 사람들과 같이 살고사랑까지 받고 사니 말야.”

제비가 교양 있는 말씨로 대답했습니다.

좋긴 좋아, 그런데 골치 아픈 것도 있다, 지배지배.”

먹자가 친구를 향해 짹짹거렸습니다.

날자야, 우리도 제비들처럼 사람들한테 사랑 좀 받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지?”

글세 말야, 우리가 사람들한테 크게 잘못하는 것도 없는데 사람들은 왜 다른 새들은 다 좋아하면서 우리만 미워하고 내쫓는지 몰라.”

제비가 예쁜 눈을 깜박이며 말했습니다.

나는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고 살아서 다 좋은데 우리말은 한 마디도 못 알아들으면서 우리가 사람들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는 게 답답해.”

먹자가 말했습니다.

집 안에 사는 너도 불만이 있니?”

왜 없겠니,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담배 냄새야. 그런데 우리집 주인은 아무 때나 담배를 피어대서 막 태어난 우리 아기들이 엄마 저 냄새 싫어요, 다른 데로 이사 가요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주인아저씨, 담배 좀 안 피울 수 없어요?’하고 지지배배 지지배배 하면 주인아저씨는 벌죽벌죽 웃으면서 고것들 참 예쁘단 말야. 노란 주둥이가 아주 예뻐, 어미가 노래까지 불러주네하고 내가 한 말을 노래라면서 하하하 웃는 거야.”

날자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정말 사람들은 답답해, 우리가 하는 말을 한 마디도 못 알아들으면서 잘난 체하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니까.”

먹자가 팔딱팔딱 뛰면서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을 위해 학교를 세워야 할까봐.”

제비가 물었습니다.

학교를 세우면 뭘 가르칠 건데?”

먹자가 머리를 요리조리 돌리며 대답했습니다.

우리 말 교실을 만들어야지. 사람들한테 새들이 하는 말을 가르쳐야겠어. 도대체 사람들은 너무 무식해.”

날자가 부리를 뾰족하게 내밀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말을 들으면 기가 차다고 하겠지?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머리 나쁜 아이를 새대가리라고 놀리는 거야. 우리끼리는 머리 나쁜 새를 사람 닮았다고 하잖니? 짹짹짹, 호호호.”

제비가 말했습니다.

나는 집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다 보고 듣고 알지만 너희들은 지붕 밖에서만 살기 때문에 집안사람들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

먹자가 대답했습니다.

당근이지.”

내가 우리 주인아저씨, 아주머니, 큰아들, 딸들 이야기를 들려줄까?”

좋아 들려 줘.”

2. 속 다르고 겉 다르고

제비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주인아저씨는 남들한테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데 집안에서는 엉망이야. 식구들을 달달 볶는다니까.”

먹자가 실망한 듯 물었습니다.

그렇구나. 나는 너희 주인아저씨가 동네 아이들한테 아주 친절하게 하는 것을 보고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안에서는 안 그렇다고?”

제비가 대답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술을 마시고 오시면 식구들 앞에서 홀딱 벗고 소리를 지르고 한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밤새도록 하는 거야. 그러면 주인아주머니도 아들딸들도 다 잠을 못 자고 시달린다. 그뿐 아니야. 나도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아저씨 하는 짓을 보다가 답답하여 날아서 밖으로 나갔다 돌아오기를 여러 번 했다.”

날자가 실망한 눈으로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겉보기와 속보기가 많이 다른 것 같아. 그 아저씨는 안 그럴 것 같은데 말야.”

제비가 불만스런 말을 계속했습니다.

내가 밖으로 나갔다가 이제 조용하겠지 하고 돌아와 보면 주인아저씨는 눈을 감고 누운 채 같은 소리를 되풀이하는 거야. 그러면서 식구들이 자러 들어가려고 일어서면 눈을 부릅뜨고 어디 가느냐고 고함을 치고 어떤 때는 주먹으로 때리고. 그러다가 나를 올려다보며 상냥한 소리로 제비야, 너 아직도 안 자니? 그만 자라, 알았지? 잘 자라고, 자자, 이 아저씨가 참 재미있지? 하하하하하는 거야. 나한테는 아주 친절하고 사랑이 넘치는 얼굴을 하면서 자기 식구들은 못 살게 굴거든. 그러면 주인아주머니가 뭐라는지 아니?”

먹자와 날자가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뭐라고 하시는데?”

나를 보면서 내 팔자가 제비만도 못하구나. 제비야, 네가 부럽다. 이 꼴 저 꼴 보기 싫으면 훌쩍 날기라도 하지만 난 날개도 없고 갈 곳도 없구나하시는 거야.”

먹자와 날자는 또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사람들은 참 답답하고 한심해.”

제비가 날개를 폈다 접었다 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우리 주인아저씨는 집안 식구들을 들볶지만 큰아들 집에 사시는 할머니가 오시면 아주 딴 사람이 된다. 지지배배.”

먹자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짹짹?”

주인 할머니가 오시면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도 어머니, 어머니 불쌍한 우리 어머니, 고마운 어머니하면서 귀여운 짓을 하고 그 날은 가족들한테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

날자가 말을 받았습니다.

그 아저씨 이중인격자로구나.”

제비가 물었습니다.

이중인격자가 무슨 말이냐?”

넌 그것도 모르니? 사람이 속 다르고 겉 다르다는 말이야.”

그렇구나. 우리 주인아저씨는 정말 그런 분이야.”

먹자가 말했습니다.

이러고 있지 말고 오늘은 그 아저씨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보러 가자.”

그래, 가보자 지지배배 짹짹짹!”

제비가 높이 떠서 주인아저씨를 찾아냈습니다.

저기다, 마을회관 가게 앞이다.”

참새와 제비가 금방 가게 옆으로 갔습니다. 주인아저씨는 새떼가 왔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술을 마시며 동네 아이들을 가까이 불러 모았습니다.

얘들아, 이리 와라. 무얼 사줄까?”

가장 작은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그래, 다들 이리 와, 아이스크림 먹어라.”

정말이에요 아저씨?”

, 정말이지, 정말이고말고. 먹어, 먹어, 먹고 싶은 대로 먹어.”

먹자가 날개를 깝쭉거리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도 먹고 싶은데, 아저씨, 저는 안 되나요?”

아저씨는 먹자가 하는 소리에 눈길을 돌리며 소리쳤습니다.

이 참새 새끼들아 시끄러워, 저리 가지 못해!”

날자가 소리쳤습니다.

우리는 새끼가 아니란 말예요. 사람들은 우리한테 어른 아이도 몰라보고 새끼라고 한다니까. 짹짹짹짹.”

이때 가게 주인이 술을 따르며 말했습니다.

박씨, 혹시 이런 말 들어 보셨소?”

무슨 말이오?”

잠시 후에 우리 가게로 아주 특별한 사람이 온다오.”

특별하다니?”

그 사람은 얼마나 영험한지 새들이 하는 소리를 다 알아듣는다오.”

새들이 하는 소리를 알아들어요? 저것들이 짹짹거리는 소리가 무슨 말이라도 되는 줄 아오?”

그렇다고 합디다. 잠시 기다려 봅시다. 그 사람이 오면 저기 있는 참새와 제비가 짹짹거리는 소리를 알아듣고 무슨 말인지 통역을 해 줄 것이오.”

날자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짹짹거렸습니다.

우리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고? 내가 태어나 지금까지 그런 사람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 그게 정말일까?”

제비가 말했습니다.

나도 이 마을에 십년이 넘도록 찾아와 살다 가지만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 신기하다 지지배배.”

먹자가 재미있다는 듯 날개를 활짝 펴고 나무 위를 한 바퀴 높이 빙 돌아 내려앉으며 짹짹거렸습니다.

저기 마을로 오는 산모롱이에 한 사람이 오고 있다. 그 사람이 우리말을 알아듣는다는 사람 같다. 저 사람이 정말 우리말을 알아듣는지 기다려 보자.”

제비와 날자도 날개를 폈다 접었다 깡충거리면서 대답했습니다.

그래 참 재미있겠다. 기다려 보자.”

한참 후에 그 사람이 가게 앞에 도착했습니다.

3. 새소리 통역사

가게 주인이 반가워하며 그 사람을 맞았습니다.

어서 오시오. 오랜만에 오시었소. 오선생.”

그간 별고 없으셨소?”

가게 주인은 제비네 주인 박씨 아저씨를 소개하였고 두 사람은 술을 한잔씩 나누며 오랜 친구처럼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제비네 집 주인아저씨가 물었습니다.

듣자 하니 오선생은 새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듣는다는데 그 말이 사실이오?”

알아듣지요. 새들이 그냥 짹짹거리는 것 같지만 다 저희들끼리 주고받는 대화가 있답니다.”

, 그래요? 나는 새가 짹짹거리고 제비가 지지배배하는 소리를 그냥 짖는 소리로만 들었습니다.”

아니지요. 새들은 그냥 새가 아닙니다. 저것들은 귀신보다 영리하고 모르는 것이 없고 못하는 말이 없어요.”

듣고 있던 제비가 놀랍다는 듯 말했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야. 저 사람은 우리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는가 봐 지지배배.”

제비네 주인아저씨가 제비를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그렇습니까? 저것들이 말을 한다고요?”

잘 들어 보시오, 새들이 짹짹짹짹 하고 이리 날고 저리 날지만 다 이야기를 신나게 하는 것이랍니다.”

그렇습니까? 저 새들이 이야기를 한다고요?”

이때 먹자가 짹짹거리며 한 마디 했습니다.

아저씨는 우리말을 알아듣는 점쟁이에요?”

제비네 주인아저씨가 물었습니다.

오선생, 지금 저 새가 무어라고 짖었소?”

, 저 놈이 지금 불만이 많소.”

무슨 불만이오?”

배가 고프다고 뭐 먹을 것 좀 달라고 하는구려.”

그래요? 그럼 먹을 것을 좀 주어야지.”

주인아저씨는 가게 앞에 있는 밀알을 마당에다 끼얹었습니다. 먹자가 제비를 보고 물었습니다.

가서 먹을까?”

날자가 먼저 날아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 밀알을 쪼아 먹었습니다. 그것을 본 제비네 아저씨는 아주 신기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 신기하오. 새의 말을 잘 알아들으시는구려. 저것들이 내려와 먹이를 쪼는 것 좀 보오.”

새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재미있지요.”

그런 것은 어디서 배우셨소?”

산 속에 들어가 7년 동안 새소리만 연구한 결과지요.”

이때 제비가 눈을 흘기며 말했습니다.

아저씨는 말이 너무 많아요. 지지배배.”

저 제비가 지금 무슨 소리를 했습니까?”

먹이를 주어서 고맙다고 하였소.”

, 고것들이 인사성도 밝구려.”

새들은 예의가 바르지요.”

제비네집 주인아저씨가 머리를 가로저었습니다.

예의가 바르다는 말은 안 맞는 것 같소.”

그건 무슨 말씀이오?”

우리집 대청 제비들은 아무 때나 똥을 싸서 골치요. 골치가 아파도 그것들이 예뻐서 싸놓은 똥을 치우지오.”

그건 사람과 새들 사이이고 새와 새는 질서가 있고 예의가 따로 있지요.”

사람과 새 사이라니요?”

새들은 사람을 아주 깔봅니다.”

깔보다니요?”

날개도 없는 사람들이 너무 복잡하게 산다는 것이지요.”

하하하 그 말은 맞는 것 같소.”

이때 먹자가 공중을 한 바퀴 돌면서 응가를 찍 갈기며 소리쳤습니다.

우리들의 말소리를 알아듣는다고? 거짓말 마.”

제비네 주인아저씨가 물었습니다.

지금 저 새가 무어라고 하였소?”

먹이를 많이 주어서 고맙다고 하면서 똥이나 받으시지요 하였소. 놈이 농담도 제법 하네. 하하하.”

아니, 저런 못된 새가 있나.”

새들은 고마울 때 그런다오.”

그것도 아시었소?”

이때 제비가 소리쳤습니다.

주인아저씨 그 사람 말 믿지 마세요. 아무 말이나 지어서 하는 소리라고요.”

주인아저씨가 또 물었습니다.

저 제비가 무어라고 하였소?”

새끼들 밥 줄 시간이 되었는데 아직도 벌레 한 마리 잡지 못해 걱정이라 하였소.”

그래요, 요새는 전과 달라 농약을 많이 쓰다 보니 제비가 먹을 날벌레들이 줄어들어서 걱정이오. 선생은 제비 말을 알아들으시니 새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할 수 있겠지요?”

약간은 합니다.”

저 제비한테 사람들이 농약을 많이 써서 미안하다고 한 마디 해 주시오.”

4. 거짓말쟁이

그 사람이 입을 쑥 내밀고 새소리를 냈습니다.

빼찌 삐야삐야 수르찌지 기르그르찌째.”

그게 무슨 말이오?”

농약으로 너희들에게 피해를 주어 미안하다고 했소.”

, 대단하시오. 새들과 대화도 할 수 있다니!”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요.”

뭐 또 신기한 것이 있소?”

이때 제비가 먹자 날자를 보고 깔깔거렸습니다.

얘들아 들었지? 저 거짓말쟁이 아저씨가 하는 말 말야.”

들었지.”

뭐야. 그게 우리말이라고? 우리가 그런 말을 한다고 호호짹짹.”

제비가 빠르게 그 아저씨 머리 위를 날며 지지배배지지배배하고 응아를 찍 갈겼습니다. 거짓말쟁이 아저씨는 깜짝 놀라 일어서며 욕을 했습니다.

저런, 저런 죽일 놈의 제비새끼가!”

제비네 주인아저씨가 말했습니다.

이왕이면 사람 말로 하지 말고 제비가 알아듣는 말로 하시지요. 우리말로 하면 저 놈들이 알아듣습니까.”

, 그렇구려.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제비가 가장 싫어하는 말로 욕을 해 줘야겠소.”

먹자가 날개를 팔짝거리며 쫑알거렸습니다.

엉터리 아저씨, 거짓말 좀 그만하세요. 우리가 사람들처럼 말을 복잡하게 하는 줄 아세요?”

제비가 돌아오다가 참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인아저씨한테 말했습니다.

아저씨, 저 사람은 거짓말쟁이에요. 그 말 믿으시면 안 되어요.”

이때 주인아저씨가 또 오선생한테 물었습니다.

저 참새와 제비가 뭐라고 했습니까?”

참새는 제비 보고 어디 갔다 왔느냐고 묻고 제비는 오늘 자기들 말을 알아듣는 사람을 만나서 아주 즐거운 날이라고 합니다.”

, 그렇습니까. 오선생, 대단하십니다.”

뭐 그렇게까지 감격하실 건 없지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술이나 한잔 더 사시오.”

네네, 이렇게 훌륭한 분을 만났는데 당연히 약주는 얼마든지 대접해야지요.”

제비가 주인아저씨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저씨, 자꾸 속으시면 안 되어요. 새들은 사람들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아요. 새들은 왕처럼 말해요. 새들은 눈으로 말하고 부를 때만 소리를 낸다구요.”

제비네 주인아저씨가 술을 마시며 물었습니다.

저 제비가 또 무슨 소릴 했습니까?”

제비들은 고고하여 아무데나 앉지 않는다는 겁니다. 험한 나뭇가지에는 앉지 않고 곧은 전깃줄이나 빨랫줄에 교양 있게 멋진 모습으로 앉지만 참새들은 교양이 없어서 아무데나 앉는다고 흉을 보고 있습니다.”

, 그 말이 맞습니다. 제비가 땅에는 내리지만 아무 나뭇가지에나 앉지는 않습니다. 오선생 대단하십니다. 제비가 하는 말을 그렇게 척척 알아들으시다니 부럽습니다.”

제비가 답답하여 소리쳤습니다.

아저씨! 그게 아니에요. 새들은 눈으로 말하고 꼭 필요할 때만 소리를 낸다고요. 5급 공무원은 다섯 마디를 하고, 4급 공무원은 네 마디를 하고, 3급 공무원은 세 마디, 2급 공무원은 두 마디, 1급 공무원은 한 마디로 중요한 의사 표시를 하고 왕은 입을 다문 채 고개만 앞뒤로 좌우로 끄덕이어 뜻을 밝히듯이 우리들은 눈으로 말하고 목을 움직여 뜻을 전해요. 사람들처럼 복잡하게 살지 않는다고요.”

제비네집 아저씨가 술이 취한 얼굴로 제비를 보면서 말했습니다.

네가 지지배배를 오래 하는 걸 보니 할 말이 많은가 보구나. 참새보다는 제비가 훨씬 귀엽다니까 하하하. 오선생, 저 녀석이 뭐라고 했는지 통역 좀 해주시구려.”

거짓말쟁이 오선생이 제비를 향해 말했습니다.

디리 디리 비비제 째삐삐 디리딜 세세비비 쭈리리 디리.”

제비네집 아저씨는 감격하여 바보처럼 멍하니 거짓말쟁이 아저씨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무슨 말을 그렇게 많이 하셨습니까?”

5. 담배 연기

넌 참 예쁘기도 하고 영리하기도 하구나. 오늘 난 네가 사는 집에 가서 하룻밤 지내고 가야겠다 하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아까부터 술을 마시며 담배를 안주보다 더 많이 피워댔습니다. 제비는 큰일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아저씨도 날마다 담배를 입에 달고 다녀서 담배 연기에 새끼들이 견디기 힘들어 하는데 저 거짓말쟁이까지 와서 담배를 피운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제비는 빠르게 날아 집으로 갔습니다. 제비가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던 거짓말쟁이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저 녀석이 내 말을 알아듣고 좋아서 자기 집을 알려주려고 날아가는구려. 저기 지붕 높은 기와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집으로 갑시다. 오늘 그 집에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오.”

제비네 주인아저씨는 그것이 자기 집인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 무슨 일이 있다고요?”

저는 이렇게 김삿갓처럼 떠돌아다녀도 새들 덕택에 걱정 근심을 모르고 산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오,”

세상에는 내가 새들 말을 통역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소. 그래서 나는 어디를 가도 새와 대화를 하고 새들이 사는 집에 머물면서 새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집에서 며칠이고 쉬다가 간답니다. 내가 새들의 초청을 받아 가면 그 집에는 좋은 일이 생깁니다.”

그렇습니까?”

오늘 저 제비네 집 주인은 나를 만나게 되어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함께 가 봅시다.”

곁에서 아무 말 없이 술심부름을 하던 가게 주인이 제비네 주인한테 말했습니다.

이보게, 자네 집에 좋은 일이 있겠네 그려. 그 제비가 자네네 집으로 갔어.”

제비네 주인은 좋아서 입을 귀에 걸고 말했습니다.

하하하 그 제비가 우리집 제비인가 보이. 하하하.”

거짓말쟁이 아저씨가 아주 놀라운 듯 말했습니다.

그 제비가 들어간 집이 댁의 집이란 말이오?”

그렇소. 그게 우리 집이오 하하하.”

하하 좋은 일이 있겠소. 우리 가 봅시다.”

이렇게 하여 제비네집 아저씨는 좋아서 거짓말쟁이 아저씨를 데리고 집으로 갔습니다. 술이 취하여 돌아오는 것을 안 식구들은 모두 긴장했습니다.

주인아저씨의 말이 떨어지자 대청마루에는 술상이 차려지고 순식간에 술 냄새와 담배 연기로 가득 찼습니다.

새끼 제비가 어미한테 말했습니다.

엄마, 담배 냄새 싫어.”

조금만 참자, 아가.”

주인아저씨가 술 마시면 식구들이나 우리는 모두 잠도 못 자고 담배연기를 맡아야 하잖아. 엄마.”

알아, 그래도 참아야지 착한 내 새끼.”

어미제비는 새끼를 품었습니다.

두 사람은 낮부터 하던 말을 계속했습니다.

오선생, 참 대단하시오. 새들의 말을 알아듣다니. 나도 좀 가르쳐 주시오.”

그게 맨입으로 됩니까. 하하하.”

우리 집에 며칠이고 살면서 가르쳐 주시오.”

며칠 가지고 됩니까. 내가 칠 년을 두고 배운 말이올시다.”

그럼 올 여름은 나하고 지내면서 가르쳐 주시오.”

생각해 보고 대답하겠소. 내가 가르쳐 준다면 제1호 제자를 얻는 것인데 하하하하.”

오선생, 이제부터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리다.”

하하하하 같은 또래끼리 선생 제자라니.”

주인아저씨가 담배연기를 뿜어대면서 제비집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제비야, 어떠냐? 이 아저씨가 오늘 네 덕에 아주 훌륭한 선생님을 모셨다. 고맙다 고마워, 네 새끼 두 마리도 어찌 그리 예쁘냐?”

이때 거짓말쟁이 아저씨도 바싹 다가와 담배를 피워대며 지껄였습니다.

난 언제나 너 같은 녀석들 덕으로 산다. 넌 알지? 내가 너희들 말을 척척 알아듣는다는 거 말이다.”

어미 제비는 담배냄새도 싫었지만 그 아저씨 거짓말이 더 싫었습니다.

새끼들은 담배냄새가 싫어서 주둥이를 어미 제비 날개 속 깊이 집어넣고 색색거렸습니다. 어미제비는 참기가 너무 힘들어 외쳤습니다.

거짓말쟁이 아저씨! 지지배배빼! 거짓말 그만 하세요. 지찌 빼빼! 찌리찌리 배배 쪼르빼배 지지배배!”

주인아저씨가 물었습니다.

선생님, 이 녀석이 지금 무어라고 했습니까?”

6. 제비 이름도 지어주고

하하하, 당신 참 너무 하셨소.”

?”

한 집에 살면서 제비한테 이름도 안 지어 주셨단 말이오?”

?”

이 녀석이 뭐라고 하는고 하니 주인이 함께 살면서 이름도 안 지어 주었다고 불만하면서 나를 만났으니 내 이름과 새끼들 이름까지 지어 달라는구려.”

, 그렇습니까?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새들이 좋아하는 이름을 지어 주어야지요.”

선생님이 이름을 지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왕 부탁을 받았으니 지어 드려야지요.”

고맙습니다.”

어미 제비부터 이름을 지어 주지요. 작명 값은 내야 하오.”

, 드려야지요. 좋은 이름을 지어 주시오,”

어미 이름은 먹연, 눈이 더 큰 새끼는 노연, 그리고 눈이 게슴츠레한 놈은 졸연으로 하고 저 밖에서 지키는 아빠 제비는 날연으로 부르시오.”

주인아저씨는 감격해하면서 종이에다 이름을 받아 적었습니다.

갑자기 이름을 부르자니 정신이 없습니다. 먹연이 노연이 졸연이 날연이라 그건 다 무슨 뜻이 있습니까?”

물론이지요. 이름에 뜻이 없으면 이름이 아니지요.”

이름 풀이도 부탁합니다.”

모두가 연자 돌림입니다.”

그건 무슨 뜻인가요?”

연자야 제비연자지요. 그것도 모르시었소? 제비는 모두 연자 돌림이라는 것을 모르다니.”

그렇습니까. 저는 가방끈이 짧아서……

당신은 솔직해서 좋소. 공부는 좀 더 해야 되겠소. 연자는 제비연이라는 것이오. 그리고 제비가 새끼를 낳거든 단 연자를 붙여 이름을 지어주시오. 먹연이는 먹이를 잘 물어온다 하여 먹연이고, 노연이는 주둥이가 노랗다 하여 노연이, 졸연이는 조는 눈을 가져서 졸연이고 날연이는 먹이를 물을 때 날쌔다고 날연이오. 아시겠소?”

잘 알겠습니다. 또 더 낳으면 오연이라고 지어야겠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오선생이 가르쳐주셨으니 오연이라고 해야지요. 하하하하.”

담배를 너무 가까이서 두 사람이 피우기 때문에 거짓말쟁이가 지어준 졸연이가 할딱거리며 숨넘어가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 , , 담배 냄새 너무 싫어어.”

갑자기 졸연이가 목을 뚝 꺾고 늘어졌습니다. 어미 제비는 놀라 소리쳤습니다.

제발 담배 좀 피지 말아요, 우리 아기 죽어요. 지지배배찌배배!”

밖에서 지켜보던 아빠 제비가 날아들었습니다. 그리고 둥지 속에 머리를 박고 새끼를 흔들었습니다. 주인아저씨가 물었습니다.

어미 제비가 무슨 소리를 했습니까?”

어미제비가 수놈한테 자기들 이름을 새로 지어 주었다고 들어와 보라고 하였소.”

그래서 저 녀석이 날아들었구려. 새끼 한 마리는 너무 졸려서 잠이 든 모양이오,”

오선생은 새들 말까지 알아들으니 귀신 말도 알아듣는 것 아니오?”

조금 알지요.”

귀신이 정말 있기는 있습니까?”

있지요, 가난귀신, 벼락부자귀신, 처녀귀신, 몽달귀신, 널널이귀신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소.”

부자 귀신도 있소?”

있다마다요, 그 귀신이 붙으면 거지도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다오.”

그렇습니까? 나도 그런 귀신이나 한번 만나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자 귀신은 조심해야 하오. 부자 귀신 뒤에는 가난귀신이 따라다니고 살인귀신이 따라오고 꽃뱀이 따라오고……

그건 또 무슨 말이오?”

가난귀신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는 것은 복권에 돈벼락을 맞는 사람인데 복권 벼락 맞고 잘 된 사람 없소.”

왜 그럴까요?”

돈이란 잘못 쓰면 악마보다 무서운 것이오. 그걸 제대로 가질 만한 사림이 가졌을 때는 착하게 쓰이지만 거지가 벼락부자가 되면 하루아침에 사람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고 끝에 가서는 돈 다 날리고 도로 먼저보다 더 비참한 거지가 되는 것이오,”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하나 더 물어봅시다. 우리는 오형제인데 내가 막내요. 어머니는 교회 권사님이고 큰형님은 교회 목사고, 둘째 셋째 형님들은 학교 선생이면서 교회 장로고, 넷째 형님은 교회 전도사로 있습니다. 그런데 나만은 교회도 싫고 하나님도 싫어서 나대로 산다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하나님을 믿을 수 없고 교회보다는 술이 좋고 술보다는 담배가 좋아요. 어머니나 형님들이 와서 하나님 어쩌고 하면 술을 더 마시고 주정을 하고 산다오. 저기 좀 보시오 우리 집에 술병과 담배가 얼마나 많소?”

하하, 듣던 중 반가운 소리요. 나도 하나님보다 술이 좋고 술보다 뭐, 그런 게 더 좋고 우리 참 잘 만났소. 오늘밤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시고 즐깁시다. 술 마시고 담배 피고, 담배 피고 술 마시고 하나님 약이나 올리면서 즐깁시다.”

우리 어머님은 혼자 몸으로 오형제를 잘 키우시고 지금은 호강을 하고 계시고 늘 나에게 하나님 믿으라고 하시면서 눈물까지 흘리신다오. 그래도 내가 싫은 하나님을 어떻게 믿겠소.”

하나님 이야기 그만 합시다. 술맛 떨어져요. 하나님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많소.”

그렇지요? 나도 그것은 좀 알고 있지요. 가기 싫은 교회를 꼭 가라고 하고, 조상 제사를 드리지 말라 하고, …… 그 중에 맘에 드는 것은 도둑질하지 말고 살인하지 말라는 것은 그럴 듯해요. 그렇지만 난 저기 있는 황금돼지한테 빕니다. 저 돼지는 순금 백 돈으로 만들었어요.”

이렇게 말하다가 텔레비전 옆에 있는 황금돼지를 향해 말했습니다.

황금돼지야, 나 많이 취했지? 안 보이는 하나님한테 비는 것보다 보이는 너한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좋으냐. 네가 내 하나님이고 내 복이야 하하하……

그 말이 맞소, 당신은 나하고 잘 어울리는 짝꿍이오.”

오늘 밤은 참 즐거운 밤입니다, 칵칵 음음음……

취하셨구려. 밤이 깊었으니 우리 그만 잡시다.”

거짓말쟁이 오선생은 할머니 권사가 오시면 주무시는 방에서 자고 식구들은 오선생 덕분에 시달리지 않고 편히 밤을 보냈습니다.

 

다음 날입니다.

7. 사라진 황금돼

거짓말쟁이는 급히 볼 일이 있다고 보름 후에 다시 오마 하고 가방을 들고 나섰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매우 서운해 하면서 문 밖까지 따라 나가 돈을 주었습니다.

오선생님, 곧 다녀오시오. 그리고 작지만 제비 이름을 지어주셨으니 작명 값으로 받으시오.”

거짓말쟁이 오선생은 웃으면서 받았습니다.

작명 값이오? 고맙소 하하하.”

약소합니다.”

거짓말쟁이는 집을 나서자 바람같이 동네를 떠났습니다.

주인아저씨는 안으로 들어와 제비 새끼가 죽은 채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아니! 제비새끼가……

이때 어미제비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주인님, 우리 아기가 담배 연기를 이기지 못하여 죽고 말았어요.”

제비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는 주인아저씨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이럴 때 오선생이 계셔야 하는 건데……

아저씨, 그 거짓말쟁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은 도둑이라고요.”

허허, 무슨 말이 그리 많은 거냐? 새끼가 죽어서 많이 슬프다는 소리 같구나.”

아저씨, 술도 담배도 빨리 끊으셔야 해요.”

알았다. 네 새끼 떨어져 있는 거 빨리 치우라는 말이지?”

아이고 답답해. 지지배배.”

지지배배, 소리는 네가 날마다 하는 소리 아니냐.”

주인아저씨는 죽은 제비 새끼를 집어 들고 나갔습니다.

아저씨, 담배를 더 피우시면 남은 우리 아기도 죽어요. 그리고 아저씨도 죽어요.”

녀석 말이 많구나. 내가 빨리 치워주마.”

어미제비는 주인아저씨가 앞마당 끝에 묻은 새끼 무덤을 을 맴돌며 하루 종일 울며 소리쳤습니다.

사람들은 담배 때문에 우리도 죽고 사람도 죽는다는 걸 모르고 있어요. 지지배배.”

제비는 주인이 깜짝 놀랄 일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말을 못하기 때문에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대청으로 들어와 텔레비전 옆에 없어진 황금돼지 자리를 부리로 콕콕 쪼았습니다.

아저씨, 여기 좀 보세요.”

주인아저씨는 그제야 황금돼지가 없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아아니! 황금돼지가 어디로 간 거야!”

8. 새들의 작전

주인아저씨는 갑자기 허둥지둥하더니 벌렁 나자빠졌습니다. 제비는 급한 소리로 부엌에서 일하는 주인아주머니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아줌마, 빨리 와 보세요. 아저씨가, 아저씨가. 지지배배 지지배배.”

제비가 급한 소리를 지르자 온 가족이 나와서 쓰러진 주인아저씨를 보고 놀라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제비는 급히 참새들을 불렀습니다.

먹자, 날자야! 빨리 와 봐!”

먹자와 날자가 급히 날아왔습니다.

무슨 일이냐? 제비야.”

조금 전에 우리 집에서 나간 사람 알지? 그 거짓말쟁이.”

그래 그 아저씨 지금 저 산모롱이를 돌아갔어.”

제비가 말했습니다.

빨리 가서 그 아저씨가 어디로 가는지 보고 와.”

알았어.”

먹자와 날자가 바람보다 빠르게 날아 거짓말쟁이가 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거짓말쟁이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습니다. 먹자와 날자는 날개가 아프도록 버스를 따라 날았습니다. 차에서 내린 거짓말쟁이는 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먹자가 말했습니다.

저 아저씨 금방으로 들어갔다. 넌 빨리 제비한테 알려주고 와라.”

알았다.”

날자는 비행기보다 빠르게 날아 제비한테로 갔습니다.

제비야 짹짹짹, 그 아저씨 찾았다. 찾았어.”

어디냐?”

나를 따라와.”

이때 아빠제비가 나서면서 엄마 제비한테 말했습니다.

내가 갈 테니 아기나 잘 보고 있어.”

아빠제비와 참새는 날아가는 구름보다 빠르게 달려 금은방으로 갔습니다. 금은방에서 아저씨는 황금돼지를 팔려고 주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비가 말했습니다.

안 되겠다. 우리 저 안으로 들어가 황금돼지를 팔지 못하게 하자.”

제비와 참새가 문틈으로 화르르 몰려 들어가 주인아저씨와 거짓말쟁이 아저씨가 말을 못하게 짖어댔습니다.

금방 아저씨, 그 물건 사시면 안 돼요. 짹짹짹짹.”

이 나쁜 거짓말쟁이 아저씨, 그러시면 안 되어요, 지지배배 비비삐비!”

도둑 잡아라, 도둑 짹짹짹짹.”

금방아저씨는 갑자기 소란스러운 새들 소리에 놀라 안경을 벗어들고 외쳤습니다.

이 놈들아 나가지 못해! 아침부터 새 새끼들이 몰려들어 시끄럽게 야단이야!”

거짓말쟁이 아저씨가 제비와 새들을 알아보고 놀라 황금돼지를 가방에 집어넣으며 말했습니다.

아침부터 재수 없게 새들이 지랄이야, 안 팔겠소.”

금방주인아저씨는 새들이 갑자기 나타나 소란을 피우자 이상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조금 떨어져 있는 다른 금방에 연락을 했습니다.

여보게, 혹시 자네네 집에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 황금돼지를 사라고 하거든 하려는 척하고 시간을 끌게, 내가 경찰에 신고하여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네.”

알았네, 그렇게 함세.”

새들에게 쫓겨 거짓말쟁이는 급히 다른 금방으로 갔습니다. 제비와 새들은 놓치지 않고 그 뒤를 따랐습니다.

그 사람은 아주 빠르게 달려갔지만 새들은 그 아저씨가 가고 있는 금방 지붕 위에 먼저 가서 기다렸습니다.

거짓말쟁이 아저씨가 금방으로 들어가면서 문을 꼭 닫았습니다. 새들은 밖에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리창에 달라붙어 소리쳤습니다.

도둑 잡아요, 짹짹짹!”

도둑이에요, 지지배배 비비배배!”

거짓말쟁이 도둑이에요 짹짹짹!”

지나가던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제비와 새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안으로 들어간 거짓말쟁이 아저씨는 금은방 주인 앞에다 황금돼지를 내놓고 말했습니다.

내가 좀 급해서 그러오, 이 황금돼지를 반값만 쳐 주시오.”

주인이 말했습니다.

, 예 그렇게 싸게 주신다면 사고말고요. 어제 밤 꿈이 좋더니 오늘 황금돼지가 제 발로 굴러들어오는구려.”

빨리 돈을 주시오.”

이렇게 큰돈을 벌게 해주시는 분한테 푸대접을 할 수는 없지요. 아무리 바빠도 차나 한 잔 하고 가시지요.”

갈 길이 아주 바쁜데요.”

아무리 바쁘셔도 큰돈이라 은행에 가서 찾아와야 합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돈을 찾아가지고 오겠습니다.”

금은방 주인은 은행으로 간다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웃 파출소로 갔습니다.

9. 겉은 멀쩡한 도둑

한편 주인아저씨가 쓰러진 제비네 집에서는 큰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급한 전화를 받은 의사가 오고 전도사 넷째 형님이 달려왔습니다.

의사가 한참 동안 진찰을 하고 말했습니다.

하마터면 큰일 치를 뻔했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한숨을 돌린 얼굴로 물었습니다.

선생님, 아무 일도 없을까요?”

두 시간 정도 있으면 정신이 들 것입니다. 이 분은 담배를 너무 피워서 폐가 망가졌습니다. 이대로 두면 일 년도 못 삽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술 담배를 끊어야 합니다. 어제 저녁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술과 담배를 하신데다 심한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깨어나면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 년도 못 삽니다. ”

아빠제비는 의사가 하는 말에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칭찬을 했습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의사가 돌아가고 난 다음 전도사 넷째 형과 가족들은 주인아저씨가 빨리 일어나기를 기도했습니다.

두 시간쯤 되자 죽은 듯 꼼짝 못하던 주인아저씨가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곁에 있는 형님을 보고 물었습니다.

형님은 어떻게 오셨소?”

이제 살아났구나. 다행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형님은 무엇이 감사하다는 것이오?”

네가 살아났으니 고맙다는 거야.”

제가 언제 죽기라도 했습니까?”

죽었다 살아난 거야.”

형님, 혹시 황금돼지 못 보셨소?”

황금돼지?”

, 저기 있던 황금돼지가 밤새에 어디로 갔단 말입니다.”

그래?”

형님, 황금돼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걸 어떻게 찾는다는 거야?”

, 그 오선생인가 뭔가 하는 자가 가져간 것 같아요.”

오선생이라니?”

그 사람이 그럴 것 같지는 않았는데…….”

도둑이 표시하고 다니는 줄 아느냐? 도둑일수록 겉은 더 멀쩡하다.”

형님, 그 사람을 잡아야 합니다. 경찰에 연락해 주시오.”

그렇지 않아도 식구들이 경찰에 알려 놓았다.”

형님도 아시잖습니까. 그 돼지는 제가 하나님보다 더 귀하게 모시는 신이 아닙니까. 그게 얼마나 비싼 건데……

네 말대로 황금돼지가 널 돕는 신이라면 그것이 왜 달아나겠니? 그게 바로 네 우상이야.”

형님, 황금돼지만 찾아주신다면 당장 하나님을 믿겠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여 찾게 해 주십시오,”

황금돼지뿐 아니라 너도 살려달라고 기도했고 그 물건도 돌아오게 해 다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그럼 됐습니다. 뭐 또 기도한 것이 있습니까?”

황금돼지보다 귀한 네가 황금돼지를 신으로 모시는 어리석은 눈을 뜨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온 가족이 섬기는 하나님을 외면할 뿐만 아니라 너의 집안사람들마저 하나님을 못 믿게 하고 그 앞에서 복을 비는 너를 불쌍히 보시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돌려달라고 했다.”

형님, 고맙습니다. 황금돼지만 찾아주신다면 당장에 하나님을 믿겠습니다.”

네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찾게 될 것이다. 네 입으로 하나님한테 기도해 보거라.”

주인아저씨는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하나님 부탁입니다. 그 황금돼지를 돌려주시면 돼지를 팔아 하나님께 반은 바치고 반은 어머님께 드리겠습니다.”

 

10. 거짓말쟁이 감옥 가다

은행에 간다고 주인이 나가자 금은방에 혼자 남은 거짓말쟁이 아저씨는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아주 비싼 금목걸이를 가방에 슬쩍 집어넣고 문을 열고 나섰습니다.

그것을 본 제비가 날쌔게 날아들어 거짓말쟁이 눈을 찌르고 달아났습니다. 깜작 놀란 아저씨는 눈을 감싸고 주저앉았습니다. 참새 먹자와 날자가 날아들어 머리를 쪼고 짹짹거리며 뱅뱅 돌았습니다.

이때 금은방 주인이 경찰관을 앞세우고 달려왔습니다. 금방 주인이 놀라 물었습니다.

손님, 어찌 된 일입니까?”

거짓말쟁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습니다.

참새와 제비가 가게 문을 쪼고 유리창을 깰 듯이 난리를 쳐서 쫓아버리려고 하다가 제비한테 눈을 찔려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큰일 날 뻔하셨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거짓말쟁이는 경찰관이 온 것을 알고 벌떡 일어나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날랜 경찰관이 따라가 가방을 낚아채고 덜미를 잡았습니다.

왜 달아나십니까?”

달아나는 게 아니고……

그게 아니면 파출소로 갑시다.”

금은방 아저씨와 경찰관이 거짓말쟁이를 파출소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가방을 열어 보시오.”

거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 것도 없다고요?”

경찰관이 가방에서 황금돼지와 금목걸이를 꺼내들었습니다.

이건 뭐요?”

이때 금은방 주인이 놀라 달려들었습니다.

이 금목걸이는 우리 가게 것인데 어째서 거기서 나오는 거요?”

……

경찰관이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아침에 황금돼지를 잃어버렸다고 신고하셨지요? 그 황금돼지를 찾았습니다. 빨리 파출소로 오시기 바랍니다.”

경찰관은 거짓말쟁이를 한쪽으로 가두어 놓고 기다렸습니다. 잠깐 사이에 제비네집 주인아주머니와 전도사가 달려왔습니다. 경찰관이 물었습니다.

이 황금돼지가 맞지요?”

, 맞습니다.”

경찰관은 거짓말쟁이를 유치장에 가두었습니다. 그리고 마당가 나무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참새와 제비를 보고 말했습니다.

오늘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너희들이었다. 귀여운 것들 하하하.”

그 말에 주인아주머니도 부리를 다친 채 피를 흘리고 있는 제비와 참새를 발견하고 고마운 눈길을 보냈습니다.

제비야, 참새야 고맙다. 너희들이 사람보다 낫구나.”

제비와 참새가 기뻐서 대답했습니다.

우리들이 더 기뻐요, 지지배배. 짹짹짹 짹짹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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