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억시니의 꿈
두억시니에게는 초상도 쌍초상 나는 날은 잔칫날이다.
무덤과 무덤 사이를 누비며 쓰지 않는 상여 집에 우거하는 두억시니. 하도 그 꼴이 너절하고 너저분하여 도깨비 같기도 하고 보진 못했지만 귀신 같다 하여 이름 대신에 붙여 준 이름이 두억시니다.
오늘 아랫마을 큰 부자가 죽어 두억시니에게 사망 신고를 했고 오후에는 물 건너 마을에 사는 교회 집사라는 가난한 과부가 공동 묘지에 집을 지었다.
덕분에 두억시니는 배가 터지도록 얻어먹고 잠이 들었다. 깜빡 잠든 사이 두억시니의 눈앞이 환하게 밝아왔다.
그 빛은 해도 아니고 달도 아닌데 어찌나 밝은지 세상 모든 것의 속들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빛이었다.
이렇게 밝은 빛이 어디서 비쳐올까?
두억시니는 두리번거렸지만 빛은 어디서 비쳐왔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 빛이 얼마나 밝은지 그것은 마치 깜깜한 밤에 작은 별빛이 비치면 커다란 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그러다가 달이 뜨면 산과 들과 길바닥의 바위나 큰 돌이 보이다가 등불이라도 비쳐들면 땅에 기어가는 웬산큼큰 벌레가 보이지만 더는 안 보이다가 해가 뜨면 작은 풀 숲 속에 기어 다니는 개미까지 보이는 것과 같이 세미한 빛이 알 수 없는 밝은 빛에는 태양의 밝은 빛으로도 발견할 수 없었던 신기한 것들이 보이는 것이었다.
두억시니는 자기 몸뚱이가 벌레들이 새까맣게 들끓는 아주 더러운 것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뱃속도 마음 속도 더럽기가 말로 할 수 업었다. 하지만 그는 더욱 놀라운 것을 보게 되었다.
공동묘지 여기저기에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더러운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는데 모두가 자기 무덤 앞에서 발이 땅에 붙은 채 이를 갈고 있었다.
오전에 영구차에 실려 온 아랫마을 부잣집 영감의 무덤이 사람들의 손길에 그 모양이 웅장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덤 안에 크고 좋은 관에 갇힌 죽은 영감의 시신은 똥보다도 더럽고 뒤엄 썩은 풀보다도 더러운 몰골로 누워 있었고 그 영혼은 무덤 밖에서 거지꼴로 떨고 있었다.
무덤 주변에 수백 명이 모여 술을 마시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흙을 나르기도 하는 무리들이 모두 더럽기가 말이 아니었다.
어떤 자는 전신이 다 썩었는데 눈만 살아 있고 어떤 자는 눈이 썩었는데 손만 살아 있으며 어떤 자는 사타구니가 썩어서 시커먼 꼴인데도 그걸 모르고 큰 소리를 치며 술을 떠 마시고 있었다.
두억시니는 햇빛 아래서 사람의 겉모양만 볼 수 있었는데 이 밝은 빛에서는 영혼까지 보이고 그 영혼이 얼마나 더럽혀져 있는 것까지도 볼 수 있었다.
무덤 앞에는 부자 늙은이의 아들딸들이 울며 절하고 있었지만 그중에 때 안 묻고 사람의 모양 그대로 깨끗한 사람은 아직 장가 안간 막내 동이 총각 하나뿐이었다.
큰아들은 배가 툭 튀어나왔는데 머릿속으로 “이젠 됐다. 아버지가 죽었으니 내 맘대로 해도 된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두억시니는 눈을 씻었다. 사람이 돌아서서 하는 일도 보기 힘든 일인데 그 마음으로 궁리하는 것까지 보이기 때문이었다.
둘째며느리는 “흥, 이제 두고 보라지. 재산이 누구 것이 되나 보자.”하고 생각하면서 더러운 눈물을 억지로 짜고 있었고 시집간 딸은 “여자들에게도 응당히 재산 분배를 해줘야 해. 우리도 당당한 자식이고 유산을 물려받을 권리가 보장되었단 말이야”하고 더러운 손으로 돼지고기를 뜯고 있었다.
두억시니는 또 다른 쪽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걸레처럼 더러운 꼴에 좋은 옷을 걸친 사람 곁으로 갔다. 그 사람은 “이 늙은이 그렇게 욕심 많더니 잘 죽었지. 저 자식들만 지켜보지 않으면 내가 여기까지 따라올 필요도 없었어. 돼지 같은 놈. 고리채 놓고 이자 내놓으라고 그렇게 지랄을 하여 모아놓은 돈이 이젠 후환이 될게다. 이 늙은아 자식들 싸우는 꼴을 어찌하겠니. 히히히……”하고 욕을 했다.
또 무덤에 흙을 퍼 넣은 후 꽝꽝 밟는 뼈다귀들 중에 앙상한 볼품없는 것들 중에 한 사람이 유독 꽝꽝 밟으면서 “뒈져라 이 늙은이, 잘 죽었다. 이 늙은이, 내 돈 먹고 잘 살더니 내 앞에서 뒈졌구나. 잘 뒈녔다. 이 늙은이, 고리채로 살찌더니 억울해서 어떻게 죽었니. 이 늙은아, 이젠 네 남은 돈은 안 갚는다. 자식들 모르게 숨겨둔 돈이 내 주먹에 있겠다. 잘 뒈져라 꽝꽝 밟아 같이 묻자.”하고 속으로 되씹고 있었다.
많이 모인 무리가 다 장례식에 정중히 참례했지만 죽은 늙은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슬퍼하는 사람이 막내아들 빼놓고는 아무도 없었다.
무덤이 번듯하게 이루어졌다. 아들딸들이 모두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덤에 묻힌 부자영감은 살았을 때 그 모습으로 무덤 앞을 떠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가는 조객 중에 무덤을 보고 저주하며 침을 뱉는 이가 있었다. 그가 침을 뱉자 그것은 펄펄 끓는 쇳물이 되어 영이 나와 서 있는 부자 영감 밭에 떨어져 흙에다 발을 붙여놓고 말았다. 영감은 발이 굳은 채 그 사람을 향해.
“이놈 개 같은 놈, 네가 이럴 수 있어! 더러운 작자 같으니, 내 덕분에 살던 놈이 나를 저주해!”하고 외쳤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때 또 한 사람이 무덤을 돌아보며 저주의 눈빛으로 침을 탁 뱉었다. 그 침 또한 꿇는 쇳물이 되어 영감 발아래 찰싹 붙었다.
그 다음 또 다른 사람이 저주의 침을 뱉고 그 침을 또 굳히고……, 그렇게 하여 영감의 영혼은 무덤 앞에 굳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향하여 저주하고 악을 쓰며 이를 갈았다.
사람들이 다 돌아갔고 그 늙은이의 무덤가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때 하늘에서 검은 가운을 걸친 사자가 내려와 그 늙은이 앞에 섰다.
“너는 세상에 사는 동안 빚놀이를 많이 했구나. 네 사타구니를 봐라. 거 참 더럽다.”
부자 늙은이가 사자를 향해 애원했다.
“사자님, 제발 저를 좀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악한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젠 늦었다. 너는 세상에서 너무 많은 죄를 지고 왔다. 네 발에 저주의 피가 네 영혼의 자유를 결박했다.”
“사자님, 이 발을 좀 움직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안 된다. 너는 이제부터 3억 년 동안 거기 그대로 붙어 서서 봄, 가을, 겨울, 여름의 모진 비바람에 씻기고 닦여야 한다.”
“3억 년이나요?”
“그것도 네 할 나름이니라. 이제 너는 네 무덤 속에 네 육체가 어떻게 되는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세상에 살 동안 너는 오직 돈과 욕심과 탐색에만 뜻이 있었어. 하나도 좋은 일을 한 것이 없다. 누구 하나도 와서 네 발에 떨어진 저주의 침을 거두어 주고 덜어줄 사람이 없다. 네가 세 사람의 저주를 받고 네 사람의 도움만 받아도 좋겠지만 네 자식들까지도 네 발아래 침을 씻어줄만한 인물이 없다.”
사자는 그곳을 떠났다. 두억시니는 하도 재미가 있어서 그 영감 앞으로 다가갔다. 영감은 두억시니를 보더니
“여보게, 자네 날 알겠지?”
하고 반가워하는 것이었다.
“알고말고.”
“나를 여기서 풀어주게 응?”
“아니야, 이젠 안 그러겠네.”
“이젠 글렀어. 나는 거지로 살았지만 영감보다는 자유가 있어서 좋아.”
“뭐 이놈, 영감?”
“흥, 영감놈이라고 해 달라는 거냐?”
“이놈, 네가 감히 뉘 앞에서.”
“뉘 앞은 뉘 앞이냐, 더러운 사타구니에 때나 씻어라. 자, 내 사타구니 좀 봐라. 너보다는 깨끗하잖니?”
“이놈이, 아 이놈이 감히!”
“웃기지 마, 이 늙은아.”
부자 영감은 노발대발 했지만 꼼짝할 수가 없었다. 두억시니는 그 꼴의 영감이 재미있는 놀림감처럼 보여서 한참을 놀리다가 저쪽에 또 장사지내는 무덤으로 갔다.
거기는 집사라고 부르는 가난한 과부가 죽어서 묻히는 곳이었다. 두억시니는 그 장사지내는 자리 가까이 가려다가 겁에 질려 웅크리고 앉았다.
분명히 그 과부의 장례식은 초라한 것이었다. 죽은 과부의 자식들은 모두가 넉넉지 못하였고 장례에 참석한 사람들의 수도 적었다. 그러나 거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깨끗하고 마음이 맑았으며 무덤을 만드는 주변에는 하얀 옷차림의 천사들이 둘러서서 죽은 과부를 위하여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과부의 영혼은 살았을 때보다 더 밝고 거룩한 모습이 되어 주위에 둘러선 가족들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분명히 시체를 땅에 묻었는데 시체는 보이지 않고 땅속에서 환한 빛만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빛을 보지 못하고 주위를 돌아다니는 과부의 영혼도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두억시니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보지 못하고 오직 과부의 영혼만이 알아보고 가까이 와도 좋다고 손짓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꽝꽝 밟고 다지고 흙을 쌓고 정성들여 떼를 입힌 다음 그 앞에 꿇어 앉아 기도와 찬송을 부르다가 떠났다.
이제 무덤 앞에는 하얀 차림의 천사처럼 온화한 과부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에 둘러싸여 즐겁게 담소하고 있었다.
두억시니는 장사한 지 사흘 되던 날까지 그 과부의 무덤 곁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천사들이 모두 아름답고 그 즐기는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은지 사흘이 지나는 것도 모르고 거기 있었다.
3일이 되는 날 그 자식들이 무덤을 찾아와 둘러앉아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하여 예배를 드렸다,
무덤을 찾아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할렐루야 하고 노래를 하면 과부와 천사들도 함께 할렐루야 하고 맞받아 노래를 하는 것이었다.
두억시니는 그것이 무슨 소린지도 몰랐지만 거기서 얻은 것은 그 네 마디 소리 외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남은 가족들이 무덤을 떠나고 멀리 사라지자 무덤 안에서 환하게 빛나던 빛이 솟아오르고 그 가운데 과부가 덩실 타더니 천사들의 아름다운 할렐루야 할렐루야 노래를 들으며 하늘로 높이높이 들려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들이 모두 떠난 무덤엔 과부 집사가 들어 있지 않았다. 두억시니는 급히 부자 영감네 무덤으로 달려갔다. 거기에도 부자 영감의 자손들의 몰려와 있었다. 무덤 앞에 돌상을 해놓고 그 위에 온갖 음식을 차려놓았다.
사람들은 정성껏 차렸지만 음식이고 과일이고 모두가 때가 묻은 아주 더러운 것들로 가득했다. 죽은 영감의 혼은 무덤 앞에 굳은 채 서 있는데 자식들이 그 위에 다 자리를 펴고 거기서 절을 하고 울고 치고 법석들을 떨었다. 영감은 그것이 모두 괴로운 일이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 놈들아 이 애비 꼴을 모르느냐. 다 부질없다. 치워라. 내 살아서는 그렇게 불효하더니 이제 먹지도 못할 음식 왜 차려놓고 지랄들이냐. 막내야, 너만이라도 이 애비처럼 죄 짓지 말고 살아라. 저 더러운 자식들을 어쩌면 좋을꼬. 모두가 씻을 수 없는 죄로 더러워졌으니 내가 살아서 지은 죄가 너희들을 더럽혔다.”
영감은 이렇게 한탄을 하다가 자기 며느리를 보더니 눈이 뚱그래졌다.
“아니! 저 더러운 것이 있나. 시집오기 전에도 이상하다 했더니 제 남편을 두고 또 샛서방질을 하다니. 이년, 이 더러운 년, 썩 물러가거라. 우리 문중에 발도 들여놓지 마라 이년.”
그러나 아무도 그 말을 듣지 못했고 영감만 악을 쓰고 있었다. 영감의 눈에는 또 자식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비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만 영감은 가슴을 치며 이를 갈았다.
“네 놈이, 바로 네 놈이 내가 죽기를 기다렸구나. 재물에 눈이 어두워서 네놈이 이제 내가 죽은 걸 좋아해!”
아들의 속을 들여다보고 이렇게 말하다가
“아! 내 죄다. 내 죄다. 내가 살아 있을 때 너희들을 바르게 길렀어야 하는데 내 죄다 내 죄다.”
하지만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갔다. 다시 무덤은 조용했다. 영감은 자기 육신이 묻힌 무덤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두억시니도 곁에서 들여다보았다. 그것을 안 영감이 외쳤다.
“이 나쁜 놈, 네가 어디라고 예서 남의 시체를 들여다보느냐? 썩 물러가라.”
“히히히, 꼴좋다. 저 피둥피둥하게 살이 쪄가지고 세상이 좁다하고 휘젓던 꼴이 저렇다니.”
“이놈 물러가지 못할까.”
“이보다 더 좋은 구경이 어디 있다고 물러가라는 거냐. 이 수전노 더러운 놈아.”
“뭐 이놈이?”
영감의 영혼은 무덤 속에서 썩어가고 있는 자기 시체의 비밀을 들키는 것이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영감의 시체에는 황금으로 만든 틀니가 번쩍이고 팔목에는 황금 손목시계가 번쩍이는데 주인이 죽은 것도 모르고 시계는 똑똑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손가락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두툼한 금반지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귀한 체하고 제 몸 이외에는 없는 것처럼 아끼고 가꾸고 늙지 않게 하려고 약을 바르고 먹고 하던 육신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눈이 썩고 코가 문드러지고 배가 푹 꺼지고 그 속에서는 온갖 더러운 벌레들이 기어 나오고 팔에 붙은 살이 땅속에 갑자기 나타난 벌레들의 먹이가 되어 뜯기기 시작했다. 다리에도 허리에도 온통 벌레가 모여 요리를 시작했고 먼 곳에 서 있는 나무들도 뿌리를 틀어 무덤 속으로 뿌리를 박고 영감을 빨아먹기 시작했다.
얼마만큼 세월이 흘렀을까. 무덤 속에는 어느새 부자 영감의 형체는 사라졌다. 딱딱한 뼈다귀마저도 가루가 되어 나무뿌리에 삼켜졌고 이젠 흙만 채워졌다.
영감의 영혼은 그것을 다 들여다보다가 거기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자 눈길을 돌리고 말았다. 무덤도 이젠 다 허물어졌다. 어느덧 몇 대째 자식인지도 알 수 없는 후손이 찾아와 아무것도 없는 흙더미에다 대고 절을 하고는 영감이 뻣뻣이 서 있는 발을 밟고 지나갔다. 불효막심한 놈 같으니라고 영감은 소리쳤지만 그것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영감은 매우 추운 겨울을 이기지 못하여 이를 갈며 삭풍한설을 맞았고 여름이면 그 더운 햇볕에 뜨거운 찜질로 고통을 받았다.
검은 사자가 나타났다. 부자 영감은 그 사자를 향하여 애원했다.
“사자님, 저 좀 도와주십시오. 저를 아주 죽여주십시오. 저는 더 이상 이런 고통을 받을 수 없습니다. 육신이 죽었으면 다 죽일 것이지 어찌하여 영혼은 살려놓고 이 고통을 주십니까? 제발 저를 죽여주십시오.”
“죽이다니. 여기는 더 이상 죽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너는 저 세상에서 지은 죄가 많아서 그 악업의 고통을 받아야 한다. 시간이 찰 때까지 기다려라.”
두억시니는 벌써 몇 년을 두고 영감이 치르는 고통을 보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하늘나라로 살아서 올라간 과부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그 후손이 사는 집에 찾아가 보았다.
과부의 후손이 살고 있는 집은 사랑과 화기가 넘치고 모든 사람이 칭찬할 만큼 성실히 살고 있었다.
두억시니가 찾아간 날은 마침 과부가 죽은 제삿날이었다. 후손 중에는 목사가 된 사람이 일곱에 대학 교수가 2명, 학교 교장이 1명, 국회의원이 1명, 장로가 열둘이나 되었다. 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추도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좋은 음식을 차려놓고 둥그렇게 둘러앉은 후손 중에 연장자로 보이는 목사가 추도 예배를 주재하고 있었다.
그들이 모두 돌아가신 할머니(과부) 영혼의 구원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자기들과 이웃과 나라의 안위를 위해 기도드린 다음 음식을 들면서 돌아가신 할머니가 살았을 때의 선행과 가르침을 되새기고 어린 자녀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한 사람이 말했다.
“너희들의 할머니께서는 일찍이 홀로 되시었지만 하나님을 열심히 믿고 사셨느니라. 지금 할머니께서는 천당에 가셔서 천사들과 어울려 즐겁게 지내실 게다.”
또 한 사람은 이렇게 되새겼다.
“우리가 어려울 때는 참으로 가난했다. 언젠가는 옆집 영순이 엄마가 애를 낳고 미역을 못 사서 애를 태웠단다. 우리 집에도 뭐가 있어야 도와주지. 그러나 할머니께서는 시집오실 때 가지고 온 금반지가 있었는데 애지중지하시던 것을 팔아서 미역과 쌀을 사다가 준 일도 있었다. 참으로 인자하시고 고마운 어른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예전엔 우리 집 아랫마을에 늙은 거지가 있었는데 아무도 거지를 돌보아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할머니께서는 그 거지를 우리 집 사랑채에 모셔다가 그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돌보아 주셨고 그러다가 죽어서 장사까지도 치르어준 적이 있었다. 정말 인근에 널리 알려진 훌륭한 어른이었다.”
이렇게 기억을 되새기고 할머니가 평소에 가르치시던 가풍의 내력과 교훈을 자세히 들려주는 것이었다.
두억시니는 그 소리를 다 듣다가 갑자기 부자 영감네 집에도 오늘 제사를 지내겠구나 싶어서 그리로 달려갔다.
집은 옛집이라 담도 다 무너졌고 지붕의 기와도 다 낡고 추했다. 마당에는 풀이 여기저기 멋대로 돋았고 뜨락도 무너져 내린 것을 그대로 밟고 다니고 있었으며 대문도 일그러진 채 고치질 않아서 열고 닫히지 않았다.
부자 영감이 살 때는 그렇게 잘 가꾸었던 집이 이제는 아주 보기 흉한 꼴이 되어 있었다.
그 집에도 조상 모시는 풍속은 있어서 제삿날이라고 몇몇이 모여 있었다. 벽에다 지방을 써 붙이고 정결하지 않게 보이는 음식들을 몇 그릇 받쳐놓고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그 집에는 큰아들은 노름꾼이 되어 있었고 둘째 아들은 사기죄로 감옥에, 막내손자는 깡패가 되어 얼굴이 온통 상처투성이가 된 채 할아버지 제사라고 찾아와 술을 마시고 취해서 미친놈처럼 주절주절 씨부렁거리고 있었고 조상을 모시는 정성은 하나도 없이 불만과 원망과 저주의 눈빛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제사를 치르고 둘러앉아 술을 마신 그 후손들은 아버지 재산분배가 고르게 되지 못했다는 이유와 그래서 자기는 이 꼴로 못 살고 있다는 불평을 털어놓는 것이었다. 큰아들은 막내아들의 불만에 눈을 부릅뜨고 술잔을 끼얹었고 막내는 상을 차고 일어나 다시는 안 온다며 마당으로 뛰쳐나가는 것이었다.
이에 화가 더 치오른 맏이가 달려나가며 “이놈 다시는 오지 말고 나가 뒤져라 이놈”하며 마당에 있는 작대기를 들어 휘둘렀다. 그에 맞서서 막내아들은 한쪽 귀퉁이에 있던 낫을 집어들고 대어들다가 낫을 형을 향해 홱 던졌다.
번쩍 하는 순간 낫은 그 맏이의 어깨를 넘어 날아와 정신없이 바라보는 두억시니의 목을 찔렀다.
두억시니는 그만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그것은 꿈이었다. 두억시니는 일어나 공동묘지를 둘러보았다.
다들 떠난 산에는 부자영감의 묘가 커다랗게 웅크리고 있고 또 저쪽으로는 착한 과부가 묻힌 묘가 자그마하게 엎드려 햇볕을 받고 있었다.
두억시니는 분명히 머릿속에 남아 있는 노래 소리가 있었고 할렐루야~ 하는 소리가 똑똑히 떠올랐다. 그래서 그는 그 뜻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할렐루야를 연발했다.
인간은 과학이 입증하는 사실이 아니면 아무것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은 극도로 과학문명을 발전시켰다. 인간이 구축해 놓은 과학문명은 어느만큼 왔는가를 정리해 본다면 이러하다.
건축술이 발전하여 200층짜리 빌딩을 세워놓고 놀라운 듯 올려다보며 감탄한다. 그뿐 아니라 건축물에 정교한 손질을 하며 그 솜씨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하여 칭찬을 한다. 육지에는 큰 길을 내놓고 시속 200㎞씩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와 시속 3000㎞ 고속 전철을 설치하여 지구 이쪽에서 저편까지 순식간에 달리고 하늘에는 그보다 더 빠른 비행기가 등장하여 지구 둘레를 날아간다.
어떤 비행체는 너무 빠르게 날아 음속을 수십 배로 초월하여 아예 왱 소리가 아니라 쾅 소리를 내곤 없어지듯 날아간다. 그 초음속 비행기를 놓고 기적이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진공권에 진입하여 우주 속에 하나의 유성처럼 뛰어드는 비행물체까지 나타났다. 이제는 다른 별을 구경하고 정체를 알겠다고 도전하는 문명에 이르렀고 안방에 앉아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는 전파과학이 발달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자과학의 발달은 부도체를 발명, 머리카락 토막만한 작은 입자 속에다 인간의 두뇌와 수리학을 입력시켜 생활에 편리한 도구를 생산한다.
그리고 무서운 전쟁무기를 생산했다. 옛날엔 돌로 사람을 때려 죽여도 큰일 난 줄 알았는데 이젠 돈이 문제가 아니라 원자, 수소를 이용하여 만든 폭탄이 지구 위에 사실상 왕처럼 존재하게 되었다.
지구 껍데기에 기생하고 있는 인간의 무리가 나라를 가르고 그 구석구석에서 수소폭탄이다 화학전략 무기다 하며 만들어 놓고 부심하고 있다. 남을 죽이자니 저도 죽겠고 저만 살자니 남을 죽여야 하겠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폭탄을 터트리면 지구의 껍데기는 몽땅 불에 튀겨서 사람도 풀도 다 타죽고 아무것도 남지 못한다. 굉장한 문명 발전을 시킨 것이다. 의술의 발달은 또 어떤가. 눈이 안 보이면 다른 죽어가는 사람의 살아 있는 눈을 빼다가 갈아 끼우면 눈이 떠진다. 이젠 심장이 고장이 나면 다른 사람의 것으로 갈아 끼우고, 또 인간이 만든 인조 심장으로 바꾸어 끼는 데까지 발전했다. 육체의 어느 부위든 다른 피부를 떼어다 갈아대고, 인공 피부도 만들어 붙이게 되었다.
백발이 되면 염색을 하고 대머리는 가발을 만들어 씌우고 혈관이 터지면 파이프로 이어놓고 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뇌를 수술하고 이젠 사람이 늙지도 않고 병도 들지 않고 그 거죽이 영영 죽지 않고 존재하는 형태를 유지하기에 이르렀다. 늙어 뼈가 부서지면 인공 인골로 갈아 끼우고 조이면 몇 년이고 뻣뻣이 서서 살아 있을 수가 있다.
이젠 사람들이 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게 된 게 아닌가. 외모도 다 갈았고 내장도 눈도 귀, 코, 뼈를 갈아대면 언제고 그 사람 그 얼굴 그 기상이 존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이 해낼 수 없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것은 아무리 육신의 형체를 유지시켜도 그 안에 머물러야 할 영혼이 영원히 보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하나님) 부여해 준 영혼의 때가 차면 육신이야 어떤 모양으로 하고 있든 영혼은 육신을 떠나는 것이다. 과학이 그 돌아가는 영의 형체나 정체를 알 수가 없고 그것까지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의 두뇌의 문명발전의 종착역에 봉착한다.
인간이 얼마나 유치하고 원시적인 과학문명 앞에 있는지 그 유치성을 보자.
지구에 아이가 왔다고 하면 과학자들은 일단 고개를 젓는다. 왜냐? 분명히 물체가 우리 가까이에 나타난 것이라면 그 비형체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 비과학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환상을 보았다고 일소한다. 대기권에 물체가 날아갈 때 왱~ 혹은 꽝!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은 유치한 과학 단계에서나 통할 말이다.
이 지구 문명의 100배의 발전단계까지만 가도 지상의 비행체에서 나는 소리를 100분지 1을 줄여놓은 것이다. 그 정도만 발전시키면 하늘에 비행기 나는 소리가 모기 소리만할까? 그러나 지구 문명의 100억 배의 또 100억배가 넘는 문명을 이룬 별이 있든지 그 어떤 존재가 있다고 하자. 그들이 타고 다니는 비행체가 지구 대기 권에 날아들 때 그렇게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날 것 같은가? 분명 비행체는 지구 위를 무성으로 오고 그 속도가 지금 로케트나 초음속 비행체의 1000억 배의 100억의 속도일 테니 왔다 가고 난 뒤 소리가 따라온다면 100억 년 뒤에나 어마어마한 소리가 들어오지 않을까?
그러나 그럴 리도 없다. 지구 과학의 100억 배 반 전이면 소리 문제는 유치한 기우다. 인간은 X선을 발견하여 몸 속이나 물체 속을 투시하여 볼 수 있게 된 것을 신기해한다. 그러나 인간이 닫은 유리창이나 벽을 헐지 않고 통과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오지 못했다. 그러나 X선이 통과하듯 인간이 물체 그대로 어떤 물체를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면 누구나 미친 소리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 차원의 상식일 뿐 지구 과학의 100억 배만 앞서도 물체가 물체를 관철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구는 우주 속에 아주 보잘것없는 작은 별이다. 그리고 그 별에 사는 사람들의 과학수준은 그들끼리 만족하고 신기해 할 뿐 지구를 떠난 무서운 위치의 위대한 존재의 위력은 상상도 못하지만 그것은 거론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이런 이야기가 바로 인간에게는 미친 소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 과학의 100억 배의 또 100억 배나 발전된 과학문명 전의 별이 이 우주속에는 수억이 있고 그것들을 통제하고 다스린다면 어마어마한 지구인 두뇌의 1000억 배가 넘은 두뇌와 능력이 있는 존재가 분명히 있다고 단언한다면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인이 자기들의 두뇌와 자기들의 능력의 자로 우주를 재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자와 도량형은 인간에 국한된 것으로 우주 속에서는 보잘 것 없는 존재다.
지구촌 과학이 온 우주를 한바퀴 유람하자면 몇 세기가 필요할까? 그 수치는 인간이 만든 훌륭한 반도체로 계산해 낼 수나 있을까.
여기서 또 하나 헛소리라 할 말을 해보겠다. 지구촌 식구들이 집을 지어놓고 그 안방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자기들끼리 하는 비밀이야기를 한다. 인간의 판단으로는 어떤 인간도 듣지 못한다. 하지만 그 방 어딘가에 도청장치를 해두면 그 집의 밀담은 밀담이 되지 못한다. 전자과학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파보다 더 앞선 과학의 힘으로 실제 물체가 벽을 통과하여 방구석에 실제 물체가 벽을 통과하여 방구석에 들어오고 그 물체는 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 아무 소리도 없이 우리 곁에 다가들어 밀담을 듣고 돌아간다. 그러나 유치한 단계의 인간 과학은 그것을 알아낼 수가 없다. 또 그 위대한 통치자는 남의 집 안방까지 갈 필요도 사실은 없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 어떤 인물이 무슨 말과 행위를 하던 그 초과학적 존재는 다 녹음 녹화로 기록할 수 있는 정도의 개인 감시 사이클을 맞추어 놓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지. 그 위대하고 치밀하고 발전된 과학을 더 앞질러 통제하는 이는 분명 우리 인간의 능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존재가 바로 여호와 하나님이라고 믿는 나에게는 어디서 누구를 만나 어떤 행위나 말을 은밀히 하여도 절대 나 혼자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 간곡한 기도는 그가 듣고 있고 그것이 그분 보시기에 합당치 않고 간곡한 것이 아니면 외면당하고 마는 것이다.
인간이 영적인 대화라고 하는 그 차원이 하나님에게 과학적인 대화인 것이다. 인간 과학의 1배만 앞서도 신의 경지라고 감탄할 사람들이 지구 과학의 100억 배 문명 전자에게는 조금도 경탄도 순종도 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이 아주 위치한 과학문명권에 있기 때문이다.
'수필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나를 모르는 바보 (0) | 2007.06.02 |
---|---|
개미보다 작은 사람 (0) | 2007.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