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수필

얏 너희들

웃는곰 2008. 5. 5. 22:39
 

얏! 무슨 짓이야?

언제나 과묵하며 점잖은 박사장.

갑자기 상품 견본이 필요하여 창고에 갈 일이 생겼다. 

창고 문 앞에 당도하여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는 순간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들어 보니 창고 관리과 정과장과 미스김의 목소리였다.

미스김 : 이렇게 대면 될까요?

정과장 : 좋아, 꼽는다. 들어갔어?

미스김 : 네. 앗! 구멍이 너무 작아서 안 들어가요.

정과장 : 그럼 큰 것으로.

미스김 : 이제 맞아요.

정과장 : 그럼 돌려.

미스김 : 알았어요. 됐지요?

정과장 : 좋아. 이번에는 여기서 하지.

박사장은 잔뜩 긴장해서 손잡이를 잡은 채 귀를 기울였다.

안에서는 잠깐 조용하더니 다시 말소리가 들렸다.


미스김 : 이렇게 하라고요?

정과장 : 응, 아주 제법인데, 알아서 할 줄도 알고.

미스김 : 이번에는 구멍이 딱 맞았어요.

정과장 : 그럼 돌려.

미스김 : 알았어요. 됐지요?

정과장 : 됐어. 저쪽으로 가지.

미스김 : 이번에는 제가 올라갈게요

박사장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아래춤이 뜨겁게 뻗치는 것을 누르고 무슨 소리가 또 들릴는지 기다렸다.


정과장 : 그래 미스김이 올라 봐.

미스김 : 이렇게 맞추고 꼽으면 되지요?

정과장 : 맞았어, 기다려 아래서 돌릴 테니까.

미스김 : 꽉꽉 조이세요.

정과장 : 알았어, 이얏!

미스김 : 아주 단단해요.

정과장 : 끝내도 되겠지?

미스김 : 네, 끝내세요.

박사장은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 젊은것들은 달라. 순식간에 세 번이나 자리를 바꾸면서 해?

참다 못한 박사장 벌겋게 흥분한 얼굴로 손잡이를 활짝 열어제치며

박사장 : 얏! 무슨 짓들이야?


사장의 돌격에 놀란 두 남녀 눈알을 뱅글 돌리며

정과장 : 아니, 사장님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미스김 : 어머, 놀랐어요. 사장님도 농담을 하실 줄 아시고!

정과장 : 책장이 필요해서 미스김과 앵글로 나사를 조이고 있었습니다.

박사장 자기 실수를 깨닫고 얼굴이 더 빨개졌다.

박사장 : 수고들 하는군. 

미스김 : 사장님, 그렇게 농담도 하시니 멋져요.

박사장 : 알았어. 그럼 난 이 상품만 가지고 간다. 

박사장 허둥지둥 문을 나서면서 속으로 한 번 더 해봤다.

"얏! 무슨 짓들이야?"

허허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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