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수필

버릴 것만 남았으니 마음 참 홀가분하다

웃는곰 2008. 5. 9. 11:08

박경리 선생의 장례 행사를 보면서 화려한 죽음이 부러웠다.

그렇게 죽을 수만 있다면 한번 죽어 볼 만한 일이 아닌가!

그렇게 축복받는 죽음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그렇게 못 사는 자의 부러움이 얼마나 수치스런 생각인가.

 

그만한  삶이 있었기에 그렇게 행복한 죽음을 누릴 권리도 있었던 것

일생 호미를 들고 땀 흘리며 땅을 파다 가는 사람

일생 돈놀이를 하며 억만금을 쌓아 놓고 못다 쓰고  가는 사람

부동산이다 사업이다 재산 모기를 인생 목표로 살다 가는 사람

 

그 많은 직업 중에 달랑 펜 한 자루에 종이 한 장에 마음으로 채우고

그러기를 한 평생, 그분은 원고지 위에다 인생 사업을 한 것 아닌가.

같은 원고지를 채우면서도 불쏘시개감밖에 안 되는 글을 써 놓고

저도 작가라고 술잔을 기울이며 너스레를 떠는 인간이 얼마나 많은가.

 

그 분이 남긴 마지막 한 마디가 얼마나 진솔한 고별사인가

티브이에 자막으로 흘러가며 내 마음에 남은 말

버릴 것만 남았으니 마음이 참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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