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90노인이 70노인 아들을 불렀다.
"얘야, 가게에 가서 요구르트하고 빵 좀 사오너라."
"예."
아들은 골목 몇을 돌아 가게로 갔다. 가게에 들어서니 갑자기 뭘 사오라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하니 우유하고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돌아왔다.
"아버님 여기 사 왔습니다."
"음. 사왔군."
아버지가 우유를 마시고 나서 하시는 말씀.
"내가 우유를 사오라고 한 것은 맞는데 이 얼음 죽은 사오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먹고 싶은 건 빵이었는데……"
그제야 아버지가 사오라고 하신 것들이 생각난 아들.
"예, 알겠습니다. 당장 가서 사오겠습니다."
"또 가게에 가게? 그럼 한 가지 더 사와라. 활명수도 하나 더 사와."
아들은 가게로 가면서 요구르트, 빵, 활명수 하고 외며 가다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손자를 만났다.
"할아버지 어디 가세요?"
"음? 가게에 간다."
대답을 하다가 뭘 사오라고 했는지 잊어버려서 이렇게 말했다.
"사이다하고 센베하고 콜라를 사러 간다."
"제가 사올게요. 할아버지 돈주세요."
"그래라, 그럼 네가 사오너라. 뭐뭐 사는지 알았지?"
"네 알았어요."
사이다 센베 콜라하고 중얼거리며 가게로 뛰어가다가 친구를 만났다.
"야. 찬우야 어디 가니?"
"응, 할아버지 심부름."
"무슨 심부름?"
"응?"
손자 찬우, 뭘 사오라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땅콩하고 오징어하고 뭘 사오라고 하셨는데……"
머리를 갸웃거리다가 집으로 달려갔다.
"할아버지 뭘 사오라고 하셨지요?"
"인석아, 그걸 벌써 잊었어?"
"네, 다시 말씀해 주세요."
그러나 할아버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증보부님한테 가서 여쭈어 보거라."
손자 찬우 증조부 앞으로 갔다.
"증조부님 뭘 사오라고 하셨지요?"
"내가 언제 너한테 사오라고 했더냐?"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난 다 잊었다. 그럼 할아버지한테 물어보거라."
찬우는 다시 할아버지한테 갔다.
"증조할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지 않아요. 할아버지한테 알아 가지고 사 오라시는데요."
생각이 안 나서 답답한 할아버지 늙은 아버지한테 다시 갔다.
"아버님, 뭘 사오라고 하셨지요?"
"잊었다. 아무거나 사오너라."
손자 찬우를 불러 세운 할아버지,
"네 맘대로 사오너라."
"알았어요."
찬우는 가게로 가서 갖고 싶었던 강아지 장난감을 사왔다.
"할아버지, 장난감 사왔는데요."
"이리 내거라."
할아버지는 장난감을 들고 늙은 아버지 앞으로 갔다.
"아버님, 사왔습니다."
장난감 강아지를 들여다보시던 증조할아버지, 아들에게 내밀면서 하시는 말씀.
"난 이빨이 없어서 못 먹겠다. 너나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