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소설

서랍속의 아이들. 29 / 우정⑨ 내가 네 하나님이다

웃는곰 2025. 6. 1. 08:44

 

서랍속의 아이들. 29 / 우정⑨ 내가 네 하나님이다

 

이 사람아, 그 따위 종이쪽지가 무엇이 그리 대단한가.

꾼 건 꾼 거고 갚을 건 갚아야지. 그게 신용 아닌가.”

 

자네는 그래서 큰 부자가 못 되는 거야. 겨우 밥술이나 먹게 되니까 별짓을 다 하는구먼.”

난 부자보다 남의 신세 안 지고 착하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일세.”

그 마음을 보고 하나님이 도우시는 거야.”

자네도 그런 말을 할 줄 아는가?”

?”

 

하나님이고 뭐고 다 소용없다 하지 않았던가.”

그랬지. 하나님 팔아 헌금 모아 제 맘대로 쓰는 부자 목사한테 불만이 있고

산속에 앉아 입만 가지고 신도들 시주받아 어디다 쓰는지도 알 수 없는

주지승한테 돈 바치는 것이 불만이니까.”

그분들은 다 자선에 쓰는 거라네.”

 

난 모르겠네. 자네 같은 사람은 하나님과 친하게 지내니까 그런 변명을 해 주고 있겠지만.”

이 사람아.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하나님하고 친하게 살아 보게.

그래야 나하고 같이 천국에 가서도 안 떨어지고 살지 않겠나.”

 

난 죽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 하늘나라고 극락이고 다 안 믿어.

믿을 수 있는 건 자네 같은 샌님하고 돈뿐이야.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돈하고 자네뿐이라니까, 하하하.”

거짓말 말게, 정말 친구라면 내가 가는 곳에 같이 가야지,

나도 친한 친구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면서 나만 천당 가서야 되겠는가?

지옥이라도 같이 가는 게 친구지.”

내가 지옥으로 가면 거기까지 따라오겠는가?”

 

지옥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데 거길 가겠나.

난 어떤 일이 있어도 자네하고 천국 갈 걸세.”

하하하, 고맙네. 하지만 어림없는 소리는 말게.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하나님도 부처님도 안 믿네.

다만 자네가 믿는 하나님이 정말 자네를 잘살게 해주는지 그것이나 두고 보려네.”

 

자네 입으로 지금 하나님이 나를 도우셔서 이렇게 잘살게 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준태는 속으로 웃었습니다.

그랬지, 그렇고말고. 내가 자네를 도와준 하나님이 아닌가.

내가 자네 하나님이라고. 흐흐흐…….’

친구 속을 모르는 덕구는 이왕 입을 연 김에 전도를 하려고 했습니다.

 

친구야, 세상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 은혜로 사는 거야.

그 은혜를 알고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능력으로 산다고 교만하게 사는

사람이 있어. 성경에 가장 큰 죄가 뭐라고 했는지 아는가?”

그런 건 유치원생도 아는 문제야. 말해 볼까?”

말해 보게.”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거짓말 하지 말라,

남의 아내나 여종이나 아무것이든 탐내지 마라.

이것이 내가 동의하는 인생 오계명이지.

어때 이만하면 백점 아닌가.”

어디서 그런 걸 배웠나?”

교인들이 하는 말이고 불자들이 하는 소리 아닌가.

다 좋은 말이지. 귀 두었다 무엇에 쓰나, 그럴 때 쓰는 거지.”

그 말 말고 다른 말은 없던가?”

 

글쎄,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고 용서하는 하나님이라네.

자네가 말한 모든 것이 세상 죄지만 하나님은 그런 죄를 지은 자가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 엎드리면 다 용서해 주신다고 했네.”

바람을 피우고 살인한 죄까지도 용서한다고?”

물론, 죄를 짓고 숨기고 살면 용서하지 않으시지만 하나님 앞에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면 용서한다는 말일세.”

 

하나님은 참 편리한 하나님이로군. 죄짓고 용서를 빌면 좋다, 좋다 용서하마 한단 말이지?”

그렇다니까. 그러나 그런 죄보다 큰 죄가 있다네. 그 죄만은 하나님이 용서하지 않는 죄라네.”

인색하고 무서운 하나님이로군.”

무서운 하나님이지, 자식 사랑하는 아버지 치고 무섭지 않은 아버지가 어디 있는가.

자식이 죄를 지으면 매를 들고 바로잡아 주는 것이 아버지가 아닌가.”

 

그건 사람 이야기고. 하나님과 사람은 다르지.”

하나님은 사람과 똑같이 질투도 하고 벌도 주신다네.

자식이 살인을 하고 도둑질을 하고 나서도 아버지한테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빌면

아버지는 어떻게 하는가. 아무리 죄가 밉고 자식이 미워도 끝내는 다시

그러지 말라고 용서하는 것이 아버지 아닌가?”

그렇지.”

 

그런데 아무리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도 아버지가 용서하지 못하는 죄가 하나 있네.”

아버지로서 용서 못할 죄가 무엇이 있는가?”

그게 바로 하나님과 아버지가 같은 점이라네.”

허허, 나를 데리고 말장난 하자는 건가?”

"다음말이 중요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