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속의 아이들. 30 / 우정⑩ 친구 이름으로 바치는 십일조
“만약 자네 아들이 죄를 지어 용서를 다 해 주었더니 그 자식이 고맙다는 말은 안 하고 ‘난 당신과 모르는 사이요, 난 당신을 아버지로 인정할 수 없소. 난 아버지 없는 사람이오.’한다면 자네는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 자식이 내 자식이라면 아무리 잘나고 재주가 뛰어나도 집에서 내쫓을 것일세.”
“그럴 때도 내 자식이네 하고 안아주고 용서해야 하지 않을까?”
“자식이 제 아비를 부정하는 놈을 가만 둘 수 있나. 당장에 나가서 거지가 되어 길바닥에서 죽더라도 난 용서하지 않을 걸세.”
“바로 그거야.”
“그거라니?”
“하나님 맘을 그래도 모르겠나?”
“허허, 이 사람 나한테 전도하려고 최면 거나?”
“그런 최면에 걸리는 사람은 행운아야.”
“그만 두고 다른 이야기나 함세.”
“그러지, 한 마디만 더 하고…….”
“무슨 말을 하려고? 예수쟁이는 언제나 말이 많아서 탈이야.”
“아무리 말이 많아도 허튼 소리는 안 하지. 하나님이 모든 죄는 다 용서할 수 있는데 나를 부인하는 사람은 내 자식이 아니므로 죄 지은 자나 안 지은 자나 아무리 선한 일을 했다고 자랑해도 지옥 불에 던져 버리리라 하였네. 즉 죄 중에 하나님을 믿지 않는 죄가 가장 크다고 하였네.”
준태는 속으로 비웃었습니다.
‘그렇게 잘 믿는 너를 하나님은 어째서 그 꼴로 버려두었단 말이냐. 내가 안 도와주었으면 지금도 좁쌀 노랭이 영감한테 이자를 바치고 근근이 살고 있을걸. 내가 도와준 것도 하나님이 도와준 거라고?
인생은 다 태어났다가 죽어서 없어지는 거야. 살았을 때 즐기고 신나게 살다 가는 거다, 이 친구야. 하나님이 어디 있어? 너의 하나님은 바로 나라니까, 흐흐흐.’
순진한 덕구는 친구가 이제 제대로 알아들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친구 준태는 엉뚱한 소리를 했습니다.
“친구 덕에 좋은 설교 잘 들었네.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는 안 먹혀들지. 내가 누군가. 돈과 자네 같은 샌님 외는 아무것도 안 믿는다니까. 설교는 오늘로 족하니 다음부터는 설교할 생각은 말고 세상 이야기나 함세.”
“내가 벽에다 대고 말했나 귀에다 대고 말했나?”
“벽은 아니야. 재미있는 말만 듣는 귀인데 재미없는 나팔을 분 자네가 바보짓을 한 것이지.”
“아무튼 난 자네가 고마울 뿐이니까.”
“고맙다고, 무엇이?”
“내가 할 말을 다 할 때까지 들어주었고 자네 백화점에 찐빵코너가 생겨도 눈감아 주었으니까.”
“그건 자네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백화점에 찐빵 사러 오는 손님이 많아져서 그런 것뿐이야.”
“아무튼 고마워. 난 돌아가겠네. 좋은 소식 있으면 불러주게.”
“알았어, 좋은 소식 전할 때까지 사업 잘하고 잘 지내게.”
친구와 헤어져 덕구는 이런 결심을 했습니다.
‘저 친구 고집은 꺾을 사람도 없지만 전도도 안 통하는 사람이다. 제 멋대로 사는 사람이니 하나님한테 맡길 수밖에 없다. 그의 구원을 위해 백화점에서 들어오는 수입의 십일조를 이준태라는 이름으로 바치리라. 그러면 하나님도 도우시겠지.’
이런 결심을 하고 백화점에서 들어오는 한 달 수입의 십일조를 이준태 이름으로 하나님께 바치기 시작했습니다. 남의 이름으로 십일조 하는 것을 안 아내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별일 다 보네요. 십일조는 자기 믿음으로 자기가 해야지 남이 해 주는 법이 어디 있어요?”
“별일이라고?”
“별일이지요.”
“하나님은 별일이라도 이해하여 주실 거야.”
“호호호, 세상에 남의 이름으로 십일조 바치는 사람이 있다니, 하나님도 웃으실 거예요.”
“내게 가장 친한 친구인데 천당까지 데리고 가려면 어쩔 수 없잖소?”
“글쎄요. 하나님이 인정해 주실까요?”
“인정해 주실 줄 믿소.”
“그 친구한테 무슨 덕을 그렇게 많이 보셨수?”
“그 백화점에서 우리 찐빵을 팔게 하는 것만도 굉장한 혜택이오. 백화점에서 고급 빵 파는 것은 보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일리가 있긴 한데 아이들 소꿉장난 같지 않아요?”
“믿음은 어린 아이 같아야 한다고 하였소.”
“말로는 당신을 당할 수 없어요. 잘해 보시우.”
이렇게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덕구는 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문학방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랍 속의 아이들. 32 / 우정⑫ 저승사자 출현 (0) | 2025.06.07 |
---|---|
서랍속의 아이들. 31 / 우정⑪ 친구야 죽지 마 (0) | 2025.06.05 |
서랍속의 아이들. 29 / 우정⑨ 내가 네 하나님이다 (0) | 2025.06.01 |
서랍속의 아이들. 28 / 우정⑧ 닫힌 입엔 열쇠도 없다 (2) | 2025.06.01 |
서랍속의 아이들. 27 / ⑦ 차용증보다 신용이 먼저 (0) | 2025.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