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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속의 아이들. 31 / 우정⑪ 친구야 죽지 마

웃는곰 2025. 6. 5. 20:39

서랍속의 아이들. 31 / 우정⑪ 친구야 죽지 마

 

 

덕구가 물었습니다.

누구라고요?”

전화 받으시는 분이 박덕구씨 맞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여기 청산시에 있는 청산병원입니다. 이준태씨를 아시지요?”

, 압니다. 댁은 누구십니까?”

 

저는 청산시 경찰서 조문수 경사입니다.”

이준태씨한테 무슨 일이 있습니까?”

매우 위독합니다. 빨리 좀 와 주시지요.”

위독하다고요? 무슨 일입니까? 알겠습니다.”

 

덕구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아무 것도 생각지 못하고 청산시로 달려갔습니다. 병원 응급실 병상에 준태가 누워 있고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사가 치료를 하고 있었습니다.

덕구가 허둥거리고 오자 경찰이 물었습니다.

 

박덕구 씨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어찌 된 일입니까?”

이 분이 등산하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쓰러져 있는 것을 시민이 신고하여 급히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피를 많이 흘려서 위험한 상태입니다.”

정신 상태는 어떤가요?”

 

의식이 없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정신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의사가 물었습니다.

친구분이신가요?”

그렇습니다.”

가족은 없습니까?”

 

있습니다만 가족과는 연락이 없어서…….”

가족한테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려야지요, 그런데 어떻게 저의 연락처를 아셨습니까?”

경찰이 친구의 가방을 보이면서 말했습니다.

이 가방 안에 책이 하나 있고 알 수 없는 차용증이 책갈피에 들어 있었습니다. 보시지요.”

 

덕구는 가방 안의 책을 꺼내어 펴보았습니다. 책갈피에 있는 낯익은 종이를 펴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건?’

그건 좁쌀영감한테 써주었던 차용증이었습니다. 그 차용증 뒤에는 준태의 글씨로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안 도와주면 내가 도우마. 덕구야, 힘내라.>

덕구는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차용증이 어떻게 네 손에 있는 거냐? 네가 나를 돕기 위해 이걸 가지고 있었구나.’

 

경찰은 차용증에 있는 주소와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이 물었습니다.

이 사람과 박덕구 씨는 어떤 관계이십니까?”

친구입니다.”

친구끼리 돈 거래가 있으셨습니까?”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 사람이 박덕구씨의 차용증을 가지고 있지요?”

 

경찰은 수상하여 물었습니다. 차용증 가진 사람이 위험한 처지에 있는데 박덕구라는 사람이 채무자라면 아무리 친구라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저도 확실히 모르겠습니다만 이 친구한테 돈을 빌리고 써 준 것은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이 사람은 저를 끔찍이 아껴주는 사람입니다. 짐작으로는 제가 돈 빌린 사람한테 시달리는 것을 알고 저 몰래 돈을 갚고 이것을 돌려받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좁쌀영감이 돈을 안 받겠다고 하는 것이나 차용증을 잃어버렸다고 한 것이 모두 그냥 한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 의사가 급히 말했습니다.

 

환자가 매우 위험합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떨어진 충격으로 갈비뼈가 부러졌는데 수술을 하자면 수혈을 해야 합니다.”

덕구가 물었습니다.

병원에 수혈할 피가 없습니까?”

있지만 이 환자의 혈액은 알에치 투라 수혈할 수가 없습니다.”

전에도 방송을 하여 같은 혈액 소유자를 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비용은 댈 테니 방송국에 연락해 보시면 안 되겠습니까?”

 

여기는 외진 곳이라 어디서 찾는다 해도 시간이 문제입니다. 앞으로 열 시간을 견디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