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동화

단행본 동화집 / 등 붙이고 코 뽀뽀

웃는곰 2006. 8. 12. 12:02

 

등붙이고 코 뽀뽀

웃는곰 심혁창 지음 / 신국판 214쪽 / 정가 8,000원

* 전국 대형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직접 구매를 바라는 분은 02-363-0301 도서출판 한글로 전화주시면 택배 배달이 가능합니다.

 

13개의 동화(여기 동화 코너에 올려 있는 글들)가 실려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동화작가가 있느냐? 이렇게 묻는 7세 아이가 안델센은 잘 알고 있었다.

한국 어린이가 한국 동화작가를 알고 사랑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올린 책입니다.

 


작고 예쁜 토끼들이 노는 풀밭에 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가 느릿느릿 다가왔습니다. 토끼들은 겁을 먹고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숲 속에 숨어서 코끼리를 지켜보았습니다.
코끼리는 풀밭에 벌러덩 누워 졸았습니다. 그것을 본 장난꾸러기 토끼가 살살 다가가 코끼리 발바닥을 간질였습니다. 발바닥이 간지러운 코끼리는 실눈을 뜨고 토끼를 훔쳐보며 싱그레 웃었습니다.


겁을 먹고 달아났던 다른 토끼 하나가 또 다가가 코끼리 꼬리를 잡아당겨 보았습니다. 코끼리는 가느다란 꼬리를 살살 저으며 즐겁다는 얼굴로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것을 본 다른 토끼가 다가가 넓적한 배 위로 올라갔습니다. 커다란 바위처럼 펀펀하고 단단한 배는 토끼가 콩콩 뛰어 놀기에 좋았습니다. 그 때 다른 토끼가 올라와 함께 배에서 씨름을 했습니다. 그래도 코끼리는 벙긋이 웃으며 그대로 누워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겁 많은 토끼가 올라와 부채같이 넓적하고 부드러운 코끼리 귀를 잡아당겨 보았습니다. 코끼리는 재미있다는 듯이 눈을 꿈벅거리며 웃어주었습니다.
맨 먼저 올라온 장난꾸러기 토끼가 코끼리 눈을 가리키며 까불어댔습니다.
"얘들아. 이 눈 좀 봐. 이렇게 큰 몸집에 눈이 이게 뭐냐? 우리들 눈보다 더 작은 것 같아. 그렇지 히히히히."


꼬리를 만지고 있던 아이가 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눈보다 더 작은 것이 있어. 이 꼬리 좀 봐. 몸뚱이는 이렇게 큰데 꼬리는 이게 뭐야. 꼬리가 우리들 꼬리보다 더 작은 것 같아 헤헤헤헤."
배 위에 타고 있는 토끼들이 말했습니다.


"그래도 이 배가 얼마나 넓은지 너희들은 모르지. 모두 이리 올라와 봐."
토끼들은 모두 배 위로 올라가 마음껏 뛰놀며 놀았습니다. 그래도 코끼리는 무겁지 않은 듯 좋아서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이 이 이야기는 내가 어린이 놀이터를 찾아가 아이들을 접근하면서 생각한 것입니다.
금붕어만큼 작은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 내가 다가가자 아이들이 겁을 먹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나는 아이들이 타던 시소로 다가가 올라앉았습니다.


겁먹은 아이들이 저만큼 물러나서 나를 바라보다가 그 중 가장 큰 아이가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내 맞은편에 올라타더니 엉덩이를 쿵하고 눌러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 몸무게로는 나를 들어올릴 수 없었습니다. 이때 바라보던 아이 하나가 조르르 달려와 그 아이 앞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힘을 주어 눌러 보았습니다.


그래도 시소는 꿈쩍 않았습니다. 이때 또 다른 아이 둘이 궁둥이를 씰룩거리며 달려와 그 앞에 올랐습니다. 네 아이가 올라타도 나를 끌어올리지 못하자 가장 큰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몇 킬로예요?"
"팔십 킬로……"
 아이는 모래 바닥에다 아이들 이름을 쓰고 '넌 몇 킬로냐?' 하면서 아이들 무게를 모두 합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세 아이의 몸무게는 모두 합하여 육십 킬로였습니다.
나는 그 아이가 계산하는 것을 보며 물어보았습니다.
"너 몇 학년이지?"

 

"삼 학년이에요. 이 애는 일 학년이고 저 애들은 아직 멀었어요. 할아버지 가만히 계셔요."
그 아이는 저쪽으로 가더니 저보다 큰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 아이가 올라타자 내가 번쩍 들려 올랐습니다. 아이들은 좋아서 와아! 하고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습니다.
내가 아무리 눌러도 아이들을 들어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그 아이가 "잠깐만요" 하고 내 등뒤로 와 등을 맞대고 올랐습니다.


그제야 시소가 스르르 무게를 맞추며 올랐습니다, 그렇게 하여 시소는 오르락내리락 즐겁게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등뒤의 아이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뭐 하는 분이에요?"
"왜 무섭냐?"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이젠 안 무서워요."


이때 앞쪽에 탄 꼬마가 예쁜 입을 딱 벌리고 재촉했습니다.
"아자씨는 뭘 하느냐고 물었잖아요?"
"너도 그게 굼금하냐?"
"네, 아자씨.'
이때 내 등뒤에 앉은 아이가 꾸짖듯이 말했습니다.
"아저씨가 아니라 할아버지야."
"아니야, 아자씨야."


등뒤의 아이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지지요?"
"할아버지도 되고 아자씨도 된다. 아자씨가 더 좋은걸."
"난 할아버지 할래요. 할아버지는 뭐하느냐고요."
"난 동화 쓰기를 좋아한단다."
"그럼 동화 작가예요? 할아버지는 안델센이에요?"
"아니."


"안델센이 아니면서 동화를 써요?"
"넌 안델센 말고 다른 동화 작가는 모르니?"
"안델센 말고는 몰라요."
"우리나라 동화 작가 중에서 아는 이름이 없어?"
"우리나라에도 동화작가가 있어요?"


나는 그만 말문이 꽉 막혔습니다. 외국 사람 그것도 먼 옛날 사람 안델센은 알면서 우리나라 동화작가를 단 한 사람도 모르다니…….
동화가 좋아서 동화를 쓰면서 우리나라 아이들이 결국은 외국 동화에만 길들여지고 우리 동화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을 생각하니 어른 된 나의 책임이 얼마나 크고 동화 작가들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누가 이렇게 아이들을 외국 작가 작품에만 길들여지게 만들었을까요. 좋은 작품을 쓰지 못하는 국내 작가와 국내 작품을 아껴 읽도록 해 주지 못한 교육계와 어른들에게 '이렇게 더는 살지 말자'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시무룩해 있으니 아이가 고개를 돌려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이름을 몰라주어서 섭섭하신 거예요? 할아버지 고개를 더 돌리셔요, 자요, 코 뽀뽀."


아이는 내 맘을 읽은 것인지 나를 위로하기라도 하듯 코 뽀뽀를 청했습니다. 그 예쁜 얼굴의 곱고 뾰족한 코끝이 내 코끝에 닿을 때 아이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나 오줌마려워요, 집에 가서 쉬하고 엄마한테 우리나라 동화 작가 이름 알아 가지고 올게요. 기다리세요. 먼저 가면 안 돼요."


아이가 내려서자 저쪽 아이들도 우르르 내려 어디론가 흐트러졌습니다.
아이는 자기 집을 향해 급히 달려갔습니다. 나는 그 아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아이는 해가 지도록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실망한 채 돌아오며 중얼거렸습니다.


"그 아이가 못 오는 것은 엄마도 우리나라 동화 작가를 모르기 때문일 게다. 아이는 동화 작가 이름을 알아 가지모 오려고 늦는 것이야."

 

 


* 이번에 내는 동화집을 이 작품 제목으로 하려 합니다
[등 붙이고 코뽀뽀]
정답고 귀엽지 않아요?
어떻습니까? 아이들한테 사주고 싶은 제목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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