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일어나 교회 가야지."
주일 아침마다 똑같은 엄마의 이 소리가 나는 아주 싫습니다. 늦잠을 자고 싶은데 주일날도 빼지 않고
엄마는 우리를 깨우십니다.
오늘도 엄마를 따라 교회에 나왔습니다. 엄마가 가운데 앉고 형아는 저쪽에 나는 이쪽에 앉았습니다.
예배가 시작되면 나는 하품이 나오고
어깨가 근질거리고 궁둥이가 뒤틀려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몸을 튀틀기도 하고 발바닥을 긁기도 하고 콧구멍을 파다가 옆으로 누워 다리를 의자
등받이에 올려놓고 발가락 장난도 칩니다.
지난 주일입니다. 기도 시간에 내가 고개를 쑥 빼고 둘러보고 있을 때 저쪽에 나보다 훨씬 어린 아기가 고개를 번쩍 들고 두리번거리다가 나를
발견하고 "끼악!" 하고 놀란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아이 엄마는 기도하다가 놀라 아이를 쥐어박았습니다. 아이는 아팠을 텐데 울지도 못하고 고개를 쏙 집어넣었습니다. 나는 그 아이가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다가 긴 의자 밑으로 들어가 뒤에 앉은 아줌마 발을 간질였습니다.
아줌마는 깜짝 놀라 '어마!' 하고 발을 뿌리쳤습니다. 나는 아줌마보다 더 놀라 뒤로 넘어졌다가 엄마한테 까분다는 꾸중을 듣고 눈물을 찔끔
흘렸습니다.
목사님 말씀은 왜 그렇게 끝이 나지 않는지 예배 시간은 견디어 내기가 아주 괴로운 시간입니다. 언제나 목사님 말씀은 내가
지칠 때쯤 끝이 납니다.
그러는 동안 형아는 고개를 꺾고 앉았다가 엄마 무릎을 베고 잡니다. 그런데 나는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도 알아듣지 못하면서 졸음도
오지 않습니다.
나는 주일마다 어른들이 기도할 때는 고개를 높이 쳐들고 무슨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두리번거리며 찾습니다. 그러나 모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내가 도둑이 된 것 같아 얼른 고개를 수그리고 발바닥을 긁다가 무릎을 접었다 폈다 합니다.
오늘도 기도 시간에 고개를 쳐들고 둘러보다가 바로 내 뒤에 낯선 얼굴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의자 위에 올라서서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하는 얼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이마에는 주름이 많고 머리는 대머리에 눈썹은 올라갔다가 툭 꺾여 처지고 얼굴에는 점도
많고, 나이가 아주 많아 보였습니다.
'몇 살일까? 왜 이렇게 늙었을까? 이름도 있을까? 꽃도 좋아할까? 왜 오늘은 여기로 왔을까?'
나는 갑자기 물어 보고 싶은 게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할아버지의 팔에 난 기다란 솜털을 하나 잡아 살짝 당겨 보았습니다.
대머리 할아버지는 기도하시다가 눈을 살짝 뜨고 빙긋이 웃더니 내 손을 잡아 손안에 모으고 다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손을 살짝 빼고 할아버지의 기다란 눈썹을 잡아당겨 보았습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화도 안 내고 내 손을 잡아 커다란 자기 손 안에
가두시고 얼굴 가득 웃으셨습니다.
기도가 끝났을 때 나는 할아버지 귀에다 대고 물어보았습니다.
"할아버지 몇
살이야?"
할아버지는 웃는 얼굴로 입을 다문 채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다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백 살이야?"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만히 옆으로 저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백 살도 넘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천
살이야?"
할아버지는 소리 없이 더 활짝 웃으시었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쫙 펴 보이셨습니다.
"열 살?"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직이 물었습니다.
"넌 몇 살?"
"여덟 살. 1학년이에요."
나는 일 학년이라고 말할 때 아주 얌전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바라보니 할아버지는 백살로 보이지 않고 아주 멋진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보다 더 높은 사람 같아서 할아버지 귀에다 대고 가만히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교장선생님보다 멋져요. 아주 멋져요."
이렇게 말하고 다시 보니 정말 할아버지는 아주 멋진 얼굴이었습니다. 나는
할아버지한테 매달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할아버지 팔에 난 긴 털을 잡아당기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도 꽃
좋아해요?"
할아버지는 옆 사람이 모르게 개미소리 만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래."
"무슨 꽃?"
"장미."
"장미가 뭐야?"
할아버지는 빙긋이 웃으며 손가락으로 입을 꼭 눌렀습니다.
나도 그건 압니다. 쉿! 입 다물고
조용히! 하는 것이거든요.
나는 더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내 입에다 손가락을 하나 세워 가리고 할아버지를 발라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기도할 때처럼 빙긋이
웃으며 바라보셨습니다.
나도 예쁘게 웃으며 할아버지 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눈에는 목사님이 말씀하신 예수님 얼굴이 들어 있었습니다.
(2006.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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