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엄마, 나도 학교 갈 거야."
"안 돼, 너는 아직 일러. 일 년만 있으면 너도 갈 수 있어."
"싫어 엄마, 난 형아
따라 학교 갈 거야."
엄마는 말렸지만 수민이는 고집을 부렸습니다. 엄마가 형 지민이 가슴에다 이름표를 달아주자 수민이는 더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 나도 이름표 달아 줘요."
"넌 아직 안 된다고 했잖아."
"싫어 나도 이름표 달 거야."
엄마는 할 수 없이
수민이 이름표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민이처럼 가슴에다 달아 주었습니다.
"야! 신난다. 나도 학교 간다아!"
다음날 지민이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는 날입니다. 지민이는 가만히 있는데 수민이는 밤잠을 설쳐가며 아침을 기다렸습니다.
엄마는 아침에
지민이를 데리고 학교로 갔습니다. 수민이도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신이 나서 따라나섰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지민이 곁에 수민이도 입학생처럼 나란히 섰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 이름을 한 사람씩
부르며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수민이 이름은 부르지 않았습니다. 수민이 선생님한테 다가갔습니다.
"선생님, 저도 이름
불러 주세요."
"넌 누구지?"
이때 엄마가 달려와 말했습니다.
"얘는 아직 더 있어야 입학학 수 있어요. 그런데 형을 따라와서 떨어지지를 않아요."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내년에 오는 거야, 알았지?"
"싫어요, 형아하고 같이 다닐 거예요."
"형아가
그렇게 좋으냐?"
"네."
"어쩌면 좋아. 학교 다니는 것이 그렇게 좋아?"
"네. 내일도 올 거예요. 내 이름도 불러 주세요. 네?"
"알았다."
이렇게 하여 선생님을 만난 수민은 집으로 오면서 아주 기뻐했습니다.
"나 내일도 형아 따라 학교
간다아!"
엄마도 선생님처럼 물으셨습니다.
"학교가 그렇게 가고 싶으냐."
"네, 엄마. 형아하고 같이 다닐 거예요."
다음 날
아침입니다. 수민이 형보다도 먼저 서둘러 학교 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형 지민이만 따라 다녔습니다. 선생님도 다른 아이들보다
수민이를 더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너 정말 오늘도 학교에 왔구나, 이름이 뭐지?"
"홍수민이에요."
"홍수민? 엄마는 안 오셨니?"
"안 오셨어요. 형아하고 저하고 다니면 엄마는 안 오셔도 되어요."
"오, 그래?"
선생님은 수민이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시더니 자리로 돌아가셨습니다. 처음에는 운동장에
서만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교실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 안 오겠지 생각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얼마가 지나 교실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민이 교실까지 따라 들어왔습니다. 다른 아이들 이름을 부를 때마다 수민이는 귀를 기울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수민이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저는 안 불렀어요."
선생님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시다가,
"알았다. 네 이름도 불러줄게. 홍수민!"
"네!"
이렇게 하여 수민이는 형을
따라 다니며 공부를 했습니다. 수학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물으셨습니다.
"열 다섯 더하기 일곱은 몇인지 아는 사람?"
수민이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
"저요."
선생님은 어이가 없어서 수민이를 바라보시다가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또 다른 사람?"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할 수없이 선생님이 수민이를 가리키셨습니다.
"홍수민."
"스물 둘입니다."
"맞았어요. 그럼 열 다섯 빼기 여섯은?"
"저요."
이번에도 수민이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
다른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아홉입니다."
수학 문제는 무엇이든지 수민이가 가장 먼저 맞혔습니다. 아이들은 저 꼬마가 까불어 하고 바라보았습니다.
국어도 배우고 사회생활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수민이는 자리가 없어서 처음 며칠은 지민이 앉은 옆 땅바닥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므로 선생님께서 의자 하나와 책상 하나를 구하여 따로 앉혔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자 지민이 자리를 옮겨 형제가 나란히
앉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무엇을 물으면 형에게 답을 말해 주곤 하였습니다.
몇 달이 지나 시험 시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은 시험지를 다 나누어주면서 수민에게는 주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저는
안 주셨어요."
선생님은 어떡하지? 하는 눈으로 수민이를 바라보시다가 옆 교실로 가서 같은 시험지 한 장을 구해 오시더니 수민에게
주셨습니다.
"너는 틀려도 괜찮아, 아는 대로 답을 달아 봐."
"네."
수민이는 신이 나서 답을 달았습니다. 형은 아주 쉬운 것도 답을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형아, 그건 이렇게 쓰는
거야."
아주 작은 소리로 답을 알려주었습니다. 선생님이 보시고 말씀하셨습니다.
"홍수민, 아무한테도 말해 주면 안
돼요."
"네."
수민은 답을 다 썼는데 다른 형아들은 아직도 낑낑거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그만."
선생님이
시험지를 다 거두시고 점수를 주시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이상우 50점."
"김인수 30점."
"홍지민
45점."
"이지연 60점."
"최연아 65점."
"유소영 80점."
이렇게 다 불러 주고 나서 선생님이 유소례를
바라보시면서 칭찬해 주셨습니다.
"유소영 1등!"
가만히 듣고 있던 수민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몇 점이에요?"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시다가 말씀하셨습니다.
"홍수민은 공부 끝나고 선생님 따라와요,"
"네."
공부가 끝나고 수민이는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갔습니다. 교무실에 들어선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한테 물었습니다.
"선생님 반에서 1등은 몇 점 짜리가 나왔나요?"
"문제가 어려웠는지 70점이 가장
높았어요. 선생님 반은요?"
"문제가 생겼어요, 만점이 나오긴 했는데 말하기가 그렇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점점 이상한 말씀을 하시네요?"
"글쎄 그렇다니까요."
그리고 선생님은 그 선생님 귀에다 대고 무슨 말인가를
속삭이셨습니다. 그 귓속말을 다 듣고 난 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민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중얼거렸습니다.
"만점은 만점인데 큰일이군요."
"어쩌지요?"
"머릴 좀 쓰셔야겠어요."
선생님은 수민이를 가만히 들여다보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수민이는 형아를 좋아하지?"
"네."
"수민이보다 형아가 점수가 더 많아야 좋겠지?"
"네."
"선생님하고 약속 하나 할래?"
"네."
"네 점수 불러주면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알았지?"
수민은
귀여운 입술을 오물오물하더니 고개를 까딱했습니다.
"넌 백점이야. 형아가 알면 싫어할지도 몰라 그렇지? 네가 높으니까 말야. 너는 형아만
따라 왔잖아? 그러니까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해, 알았지?"
"네, 선생님."
"약속!"
선생님은 수민이와 손가락을 걸고 도장도 찍고 복사도 했습니다.
"이건 비밀이야 알았지?"
수민이는 일년 동안 전체에서 일등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2학년으로 입학을 하고
선생님과 한 약속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켰습니다.
'문학방 > 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쁨을 담는 바구니 (0) | 2006.08.20 |
---|---|
반쪽 미인 (0) | 2006.08.19 |
천사 (0) | 2006.08.15 |
단행본 동화집 / 등 붙이고 코 뽀뽀 (0) | 2006.08.12 |
귀여운 장난꾸러기 (0) | 2006.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