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시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웃는곰 2008. 5. 4. 16:59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해와 달과 별과

지구와 구름과 바람


바람은 하늘에서 구름을 몰고

강물은 온 종일 바다를 밀고 흐른다


세월은 나무 어깨에 매달려

껍질을 벗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처럼 태어나

부지런히 살다

갈 때는 벗도 둔 채 혼자만 간다


덩굴은 나무를 감고 살고

나무는 지구를 파먹고 산다

먹히기가 두려워 피하면서도

잡아먹을 것을 찾는 짐승


해도 떠나고 달도 오지 않고

구름마저 빈 하늘

들꽃으로 돋아

길 없는 모퉁이에 모로 앉은 나


세월은 가죽을 말리고

인심은 속병으로 들고

빛 잃은 눈빛 멀리 추억만 멀어간다


갈 때는 소용 없는

소유를 위하여

상실해야 했던 세월


누가 건져내어

이 끝에서 저 세월 너머로

날 데려갈 건가


세월이 버린 고아

욕심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가슴

슬픈 눈으로

세월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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