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시
가을이 가자 하네
가을은 낙엽을 밟고
외로운 길
쓸쓸히 돌아가고
불타던 태양은
잃어버린 추억을
가죽부대에 긁어 담는다
누가 세월을 잡고
뒷걸음질칠까
나는 한 자리에 머물어도
시간은 나를 싣고
추억으로 간다
가을은 여름에 숨어
땅에 묻어둔 것들과
가지에 걸어 두었던 것들을
해보다 강한 빛으로 잠시 자랑하다
떠날 채비에 바쁘다
가기 싫다고
몸부림쳐도
가을은 낙엽에
나를 담아 메고
겨울로 가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