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한 나무는
놀이터에
지팡이도 없이 여름내 서 있는
늙은 느티나무
남쪽은 술집들
북쪽은 초등학교
나무는 가지를 남으로 뻗고 산다는데
느티나무는
학교 담 너머 북쪽에 팔을 벌리고
고개마저 돌렸다
"나무야, 너는 왜
남쪽을 외면하고
북쪽으로 팔을 뻗었지?"
"나는 학교가 좋아요
예쁜 아이들이 있고요
선생님이 계시고요
노래 시간에는
노래도 배우는 걸요."
나무는 긴 가지로
4분의 3박자 지휘를 하고
허리를 돌리며 자랑해요
"이렇게
무용도 하는 걸요"
그리고 잎새 끝에 노래를 발라
구름 위에 색칠을 하며
생긋
"지금은 미술 시간이에요."
나무가 남쪽에다
눈 흘기며 하는 말
"밤에 잠 좀 자게 해 주세요
술꾼들이 싫어요
숨좀 쉬게 해주세요
담배 냄새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