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게시판/출판인생 40년

(4) 사랑의 5청원

웃는곰 2007. 10. 15. 11:05

출판인생 40년 (4) / 사랑의 5천원

 

나는  모르는 용어들을 확실히 알  때까지 끝을 보리라 생각했다.

그런 중  월급날이 왔다.

사장실 입구가 내 자리라 사장실에서 편집부장과 사장이 나직이 나누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

 

김부장이 사장한테 하는 말,

“저 미스터 심은 내보내야겠어요.”

“왜요?” 

“아주 엉터리예요. 도대체 아무것도 모른다니까요.”

“뭘 모르기에요?”

 

“무림이라는 말도 모르고 장풍이 뭔지, 지풍이 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사장이 정색을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걸 모르는 사람이 제대로 된 겁니다.”

“네?”

“학교 다닐 때 공부만 한 사람은 우리가 만드는 책은 읽지 않아요. 그러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렇지만 저는 저런 친구 데리고 일 못합니다.”

“알았어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심선생 들라고 해요.”

김부장은 나와서 말했다.

“심선생 사장님 면회. 들어가 보시오.”

 

나는 사장실로 들어가면서 이제 그만 나오라고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장은 빙긋이 웃으며 친절하게 말했다.

“심선생 수고 많았어요. 어느새 한 달이 되었네요.”

“……”

 

“모르는 게 많아서 힘드시지요? 처음에는 다 그런 겁니다. 나도 이런 출판사를 할 줄은 몰랐어요. 돈을 꾸어 주었다가 돈 대신 물려받은 게 이런 출판사입니다. 앞으로 배워가면서 해 보시면 별것 아닙니다.”

그러면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받아 넣으세요. 다른 사람은 안 주었습니다. 월급은 김부장과 주간이 퇴근할 때 드릴 것입니다.”

 

봉투 속에는 5천원이 들어 있었다. 당시는 5천 원이면 쌀이 한 가마니가 넘었으니 고맙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었고 사장이 인정하고 마음 주는 만큼 일하여 배우고 보답하기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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