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게시판/출판인생 40년

誤字의 공포

웃는곰 2007. 10. 13. 20:21
 

출판 40년 (1) / 誤字의 공포 *





나는 책을 만들 때는 눈을 부릅뜨고 글자들을 노려보지만 책이 나오고 나면 책장을 열지 못한다.


자기가 만든 책을 자기가 무서워하는 것은 나만 느끼는 공포일까?


책을 펴내고 난 다음 곧바로 저자한테 걸려오는 전화도 공포의 대상이다.


교정을 똑같이 보고도 책에 오자가 나오면 자기 책임은 생각지 않고 출판사의 실수로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정지 오케이를 날인까지 하게 해 놓아도 오자가 나오면 자기 책임을 느끼는 저자는 없었다.


출판사와 오자는 만나서는 안 될 기구한 운명의 동반자다.


군대 제대하고 1966년부터 책에 관여했으니 40년이 넘는 세월을 오직 출판 일에만 매달려 청춘을 보내고 인생을 다 보낸 것이다. 갑오경장 후에 고무신이 나와 판을 치는 마당에 짚신을 고집하고 삼던 노인들의 애환이 남의 이야기 같았는데 내가 그 꼴 아닌가 싶다. 독자는 전파 매체에 다 빼앗기고 책은 서가에 폼으로 서서 진열장 장식품이 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도 원고를 보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오자에 온 자존심을 걸고 씨름을 하다니!


답답하고 가련한 인생이 내가 아닌가 한다.


책과 더불어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적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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