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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15 / 교수대 소년의 죽음

웃는곰 2026. 6. 24. 08:41

홀로코스트 15 / 교수대 소년의 죽음

 

수용소 정문이 열렸다. 그리고 반() 소대 병력의 친위대가 들어와 모두를 에워쌌다.

그들은 각각 3보의 간격을 유지하고 망대 초소의 기관총들은 일제히 집합장 쪽을 겨냥했다.

저들은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는 거야.”

줄리에크가 속삭였다.

친위대원 두 명이 감방으로 가더니 사형수 한 사람을 사이에 끼고 돌아왔다.

그는 바르샤바 태생의 소년으로 수용소 생활을 3년이나 한 사람이었다.

그는 썩 체격이 좋은 편으로 나와 비교하면 거인이었다.

 

소년은 등을 교수대에 기대고 얼굴을 재판장인 수용소 소장을 향한 채 세워졌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러나 두려워한다기보다는 들떠 있는 것 같았다.

수갑이 채워진 그의 두 손은 떨리지도 않았다. 소년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수백 명의 친위대원들과 수천 명의 재소자들을 싸늘한 눈길로 응시하고 있었다.

소장이 그에 대한 판결문을 한 구절씩 또박또박 읽어갔다.

 

히믈러의 이름으로……. 수감 번호……. 공습경보 중 절도행위…….

법에 따라……. ()……. 수감번호……. 사형을 선고함.

이 판결이 모든 재소자들에게 하나의 경고와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엘리위젤은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다.

아우슈비츠와 비르케나우의 화장장에서 매일매일 죽어간 수천수만 명의 죽음에 대해서

엘리위젤은 이 괴로움 따위는 느끼지 않고 있었다.

러나 교수대에 등을 기대고 있는 이 사람 그는 사뭇 엘리위젤은 압도하고 있었다.

 

줄리에크가 속삭였다.

이 사형집행식이 곧 끝나리라고 생각하니? 난 배고파 죽겠다.”

소장의 명령에 따라 간수가 사형수에게 다가갔다.

재소자 두 사람이 사형수에게 주어지는 수프 두 그릇을 비우도록 도왔다.

간수가 사형수의 눈을 붕대로 가리려고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한참 동안 기다린 후에 사형집행관이 사형수의 목에 밧줄을 걸었다.

집행관이 죄수의 발밑에 있는 의자를 끌어내라고 조수들에게 막 신호를 보내려는 찰나였다.

사형수가 돌연 침착하면서도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자유 만세! 독일에 저주 있으라! 저주 있으라! 저주…….”

사형 집행관들의 임무는 끝났다.

한 마디 명령이 칼날처럼 허공을 갈랐다.

탈모!”

만 명의 재소자들이 마지막 경의를 표했다.

착모!”

 

모든 재소자들은 막사별로 행군해 돌아가는 길에, 방금 교수형을 당한 소년의 앞을 지나면서

그의 흐릿한 두 눈과 축 늘어진 혀를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간수들과 내무반장들이 죽은 소년의 얼굴을 똑바로 지켜보도록 모든 재소자에게 강요했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강요된 그 날의 행군이 끝난 후에야 모두는 막사로 돌아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교수형 장면도 여러 번 목격했지만 그들 가운데 우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오랜 세월 지치고 말라비틀어진 육신들은 쓰라린 눈물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예외가 한 번 있었다. 52전선(電線) 작업반의 간수장은 네덜란드 사람이었는데 거인으로 키가 6피트를 넘었다. 그가 감독하는 재소자는 7백 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들 재소자들은 모두 그를 형제처럼 좋아했다. 누구 한 사람 그에게서 구타를 당한 사람이 없었으며 그에게서 모욕적인 말 한 마디 들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도 수용소에서 흔히 아기라고 부르는 어린 소년을 하나 데리고 있었다. 그 소년은 이 수용소에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우아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부나에서는 재소자들이 아기들을 아주 싫어했다. ‘아기들은 흔히 어린이들보다 더 잔인했다. 언젠가 열세 살 먹은 아기를 침대를 단정하게 정돈하지 않았다고 자기 아버지를 구타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늙은 아버지가 말없이 울고 있는 동안 아기는 이렇게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당장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이제부턴 빵을 갖다 주지 않겠어요. 알겠어요?”

그러나 그 네덜란드인의 어린 몸종은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얼굴은 슬픈 천사의 얼굴 같았다.

어느 날, 부나에 있는 발전소가 폭파되었다. 비밀경찰이 소집되어 조사한 결과, 사보타지의 협의가 드러나고 단서가 잡혔다. 경찰은 네덜란드인 간수장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현장을 수색한 끝에 다량의 무기도 적발됐다.

간수장은 즉각 체포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고문을 받았다. 그러나 허사였다. 관련자 이름을 한 사람도 대지 않았다. 그는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었다. 그 후 모두는 그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어린 몸종은 수용소에 남아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다. 소년도 고문을 받았으나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친위대는 무기 소지죄로 체포된 다른 두 사람의 재소자와 함께 소년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어느 날, 모두가 작업장에서 돌아왔을 때, 모두는 집합장에 세 마리의 까마귀처럼 세워져 있는 세 개의 교수대를 보았다. 언제나처럼 점호가 있은 다음, 친위대원들이 재소자들을 에워싸고 기관총을 겨누는 가운데판에 박힌 사형집행의 격식이 벌어졌다. 쇠사슬에 묶인 세 사람의 희생자­그 가운데 어린 몸종인 그 소년은 슬픈 눈을 가진 천사였다.

 

친위대원들은 여느 때에 비해 더 다급하고 불안해 보였다. 수천 명의 목격자 앞에서 어린 소년의 목을 매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장이 판결문을 읽었다. 모든 사람의 눈길이 소년에 쏠렸다. 소년의 얼굴은 납처럼 창백했으나 입술을 꼭 깨문 채 침착성을 잃지 않고 있었다. 교수대의 그림자가 소년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이번에는 수용소의 간수장이 사형집행인이 되기를 거부했으므로 세 명의 친위대원이 대신 집행했다.

세 사람은 동시에 의자 위로 올라갔다.

세 사람의 목은 동시에 올가미에 끼워졌다.

어른 두 사람이 외쳤다.

자유 만세!”

 

그러나 소년은 침묵했다.

이때 누군가 뒤에서 묻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어디 있는가? 그분은 어디에 계시지?”

소장의 신호에 따라 세 개의 의자가 쓰러졌다.

수용소 전역이 정적으로 감싸였다.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탈모!”

소장이 고함을 쳤다.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모두는 울고 있었다.

착모!”

그러고는 세 희생자의 앞을 지나는 분열식이 시작되었다.

두 어른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그들의 길게 늘어진 혀는 팅팅 부었고 색깔도 변해 있었다.

그러나 세 번째 밧줄은 아직도 움직이고 있었다. 몸이 가벼웠으므로 소년은 아직 살아 있었던 것이다…….

 

소년은 눈앞에서 반시간 이상이나 그대로 매달린 채 삶과 죽음의 길에서 몸부림치며 단말마의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갔다.

모두는 소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아야만 했다.

엘리위젤이 그 앞을 지날 때도 아이는 살아 있었다.

는 빨갛고 눈도 아직 흐리지 않았다.

등 뒤에서 아까 그 사람이 다시 묻는 소리를 들었다.

하나님은 지금 어디 있는가?”

그 순간 엘리위젤은 내부에서 이렇게 대답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어디 있느냐고? 그는 여기에 있어. 그는 여기 교수대 위에 목이 매달려 있는 거야…….”

그 날 밤의 수프 맛은 송장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