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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11 / 거짓말에 행복해 하던 사람

웃는곰 2026. 6. 19. 09:50

홀로코스트 11 / 거짓말에 행복해 하던 사람

 

그들은 3주일간 아우슈비츠에 머물렀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낮이나 밤이나 실컷 잠만 잤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말고 거기에 계속

머물러 있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사실 그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숙련공이라는 사실을 밝히지만 않으면 되었다.

단순 노동자들은 끝까지 남아 있었으니까.

3주째가 시작되었을 때, 막사의 내무반장이 해임되었다.

그것은 너무 인간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새로 부임한 내무반장은 야만인이었고,

그의 조수들 역시 영락없는 괴물들이었다.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

그래서 다음 이동 때 뽑혀 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앤트워프에서 온 엘리위젤의 친척 슈타인은 계속 찾아왔다. 가끔 그는 빵을 반몫쯤 가져다주기도 했다.

받아, 엘리제르야. 이건 너에게 주는 거야.”

 

그는 찾아올 때마다 눈물을 줄줄 흘렸으므로 눈물자국이 얼굴에 엉겨 붙어 있었다.

그는 가끔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드님을 잘 보살펴 주세요. 그 앤 너무 허약하고 말랐어요. 그 애가 뽑혀가지 않도록 잘 보살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잘 잡수셔야 합니다! 무엇이든, 어느 때든, 잘 잡수셔야 합니다.

가능한 대로 무엇이든 잡수세요. 허약한 사람은 오래 견디지 못하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그 자신도 너무 마르고 허약해 있었다. 그가 또 말했다.

 

제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은 오직 라이젤과 아이들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저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을 겁니다.”

어느 날 저녁, 그가 아주 즐거운 얼굴로 찾아왔다.

앤트워프에서 호송된 사람들이 방금 도착했다고 합니다. 내일 그들에게 가보겠습니다. 틀림없이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돌아갔다. 그 후로 그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거짓이 아닌 소식을.

모두는 저녁이면 침대에 누워, 하시딤의 성가 가운데서 몇 곡을 부르곤 했다. 아키바 드루머의 깊고 경건한 음성에 심장이 터질 듯했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에 대해서, 하나님의 신비스러운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유대민족의 죄악과 그들의 장래의 구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엘리위젤은 기도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 역시 에 대하여 얼마나 감동했던가? 그는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절대적인 정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키바 드루머는 말했다.

하나님은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우리의 비천한 본능을 다스려 우리 안에 있는 악귀를 죽일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고 싶은 것이다. 우리에게는 절망할 권리가 없다. 그리고 만일 하나님이 우리를 가차 없이 벌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그만큼 사랑하는 징표인 것이다.”

 

그리고 밀경에 조예가 깊은 헤르쉬 게누드는 이 세상의 종말과 구세주의 왕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러한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에도 엘리위젤은 문득문득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그리고 치포라는……?’

언젠가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너의 어머니는 아직도 젊단다. 아마 틀림없이 어떤 노동자 수용소에 있을 게다. 그리고 치포라도 이젠 큰 처녀가 되었을 게고. 그렇지? 그 애도 역시 어떤 수용소에 있을 게다.”

어떻게 그리 믿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믿는 체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믿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숙련공들은 모두 다른 수용소로 옮겨졌다. 이제 거기에는 약 1백여 명의 단순노동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막사의 사무원이 말했다.

 

오늘은 당신들의 차례예요. 이번에는 당신들이 호송될 것이오.”

아침 10시에 그 날 하루 분의 빵을 배급받았다. 십여 명의 친위대원이 에워쌌다. 문에는 노동은 자유다!’라고 쓴 간판이 붙어 있었다. 인원 점검이 있은 다음, 곧바로 햇빛 쏟아지는 시골길로 나왔다. 하늘에는 흰 구름 몇 점이 떠 있었다.

모두는 천천히 걸었다. 간수들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것이 좋았다. 마을을 지날 때 많은 독일 사람들이 조금도 놀랄 것 없다는 표정으로 무리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아마 이런 행렬을 심심찮게 보아왔을 것이다.

 

도중에 독일 처녀 몇 사람을 만났다. 간수들이 처녀들에게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킬킬거리며 좋아했다. 사내들이 입을 맞추고 간질이자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녀들은 꽤 멀리까지 그들 곁을 거닐면서 사내들과 하나같이 웃고 농담하고 떠들어대며 알랑거렸다. 그들이 이렇게 수작을 벌이는 동안, 적어도 간수들의 고함소리를 듣거나 총대로 구타당하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다.

 

네 시간의 행진 끝에 새로운 수용소 부나에 당도했다. 철문이 등 뒤에서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