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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8 / 불에 탄 어린이가 똘똘 말린 연기로

웃는곰 2026. 6. 16. 10:56

홀로코스트 8 / 불에 탄 어린이가 똘똘 말린 연기로

 

그들이 수용된 막사는 아주 길었다. 지붕에는 푸른 빛깔의 채광창이 군데군데 나 있었다.

아마 틀림없이 지옥의 대기실이 그렇게 생겼을 것이다.

그 많은 미친 사람들, 그 많은 울부짖음, 그 많은 야만적인 만행!

유대인을 인수한 재소자들은 곤봉을 들고 아무 이유도 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나 마구 두들겨 팼다. 그들은 이렇게 명령했다.

벗어! 빨리! 홀랑 벗어! 허리띠와 신발만 손에 들고…….”

모두 옷을 훌훌 벗어 막사의 한쪽 끝에 던져야만 했다.

순식간에 거기에는 새 옷과 헌옷, 찢어진 코트와 누더기들로 커다란 옷더미가 생겼다.

 

마침내 모두는 벌거숭이가 되어 진실로 차별 없는 평등한 인간이 된 채 추위에 떨었다.

친위대 장교들이 힘이 센 사람들을 골라내기 위해 막사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이 힘센 사람을 찾고 있다면, 애써 힘이 센 체하는 것이 좋을까? 그러나 아버지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그들의 주의를 끌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결국 운명은 모두 똑같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나중에 아버지가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날 뽑힌 사람들은 화장장에서 일하는 작업부대인 특무대에 등록되었다. 한 마을 거상(巨商)의 아들인 벨라 카츠는 그들보다 일주일 앞서 떠난 첫 호송열차로 비르케나우에 도착해 있었다.

그는 고향 사람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용케 찾아와서, 자기가 특무대에 뽑혀가 자기 손으로

아버지 시체를 화장로 속에 넣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곤봉 세례는 계속되었다.

이발소로 가!”

 

엘리위젤은 허리띠와 신발을 들고 이발사들에게로 끌려 나갔다. 그들은 이발기로 머리를 깎고 몸에 난 털이란 털은 모두 깎아버렸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엘리위젤은 아버지와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한 가지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었다.

이발사들의 손에서 풀려난 모두는 군중 사이를 헤집으면서 친구들과 친지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런 곳에서 그렇게 만난다는 것은 여간한 기쁨이 아니었다그랬다, 그 기쁨!

야아, 아직 살아 있었구나!”

한편에서는 울부짖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남은 힘을 다해 목 놓아 울었다. 왜 그들이 여기까지 오도록 시키는 대로 했단 말인가? 왜 침대에 누워서 죽지 못하고 여기까지 끌려왔단 말인가? 그들은 복받치는 슬픔으로 목이 메었다.

그때 누군가 갑자기 엘리위젤의 목을 팔로 껴안는 사람이 있었다. 시게트 랍비의 동생인 예히엘이었다. 그는 서럽게 울었다. 아직 살아 있다는 기쁨에 그가 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울지 마, 예히엘. 눈물을 낭비하지 말라구.”

 

울지 말라고? 우린 지금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거야. 우린 곧 그 문턱을 넘어가게 된다고. 넌 이해하지 못하겠니? 어떻게 울지 않을 수 있니?”

엘리위젤은 파란 채광창을 통해 어둠이 서서 물러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다만 견딜 수 없는 것은 피로였다.

부재자(不在者)들은 이제 우리네 기억의 표면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껏해야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혹시 누구 아는 사람 없을까?”라고 지나가는 말을 했을 뿐, 사실 그들은 운명에 대해서 거의 관심이 없었다. 누구도 이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감각이 마비되어 모든 것이 안개 속에서처럼 몽롱할 뿐이었다. 어떤 것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자기 보존의 본능, 자기 방어의 본능, 자존심의 본능마저 없어졌기 때문이다.

 

 

엘리위젤이 마지막으로 제정신을 차리고 느낀 것은, 모두는 암흑세계를 떠도는 저주받은 영혼이라는 것, 모두는 인간의 세대가 끝날 때까지 얻을 희망도 없이 구원과 대사(大赦)를 갈망하면서 허공을 떠도는 죄 많은 영혼이라는 것이었다.

새벽 5시쯤 모두가 막사 밖으로 쫓겨났다. 그들은 다시 모두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엘리위젤은 그들의 구타에 조금도 아픔을 느끼지 않았다.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발가벗은 채 손에는 허리띠와 신발을 들고 있었다.

뛰어!”

 

칼 같은 명령이 떨어졌다. 모두는 뛰었다. 몇 분간의 줄달음 끝에 새 막사에 도착했다. 입구에 살균용 가솔린이 한 통 놓여 있었다. 차례로 그 속에 몸을 담갔다. 그 다음에는 빠른 동작으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물에서 나온 뒤 다시 막사 밖으로 쫓겨났다. 다시 한 차례 뜀박질을 하여 또 다른 막사에 이르렀다.

그곳은 창고였다. 기다란 탁자 위에 죄수복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모두는 계속 뛰어가면서 그들이 던져주는 바지, 겉옷, 속옷, 양말 등을 받았다.

 

단 몇 초 사이에 그들은 인간의 모습을 잃고 말았다. 이제 인간이 아니었다. 만일 그 상황이 비극적인 것이 아니었다면 모두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그 꼬락서니라니!

거인인 마이어 카츠는 어린이의 바지를 가지고 있었고 체구가 작고 가는 슈테른은 몸을 덮어씌우고도 남을 큰 겉옷을 들고 있었다. 모두는 즉시 각자의 몸에 맞는 것으로 바꿔 입기 시작했다. 엘리위젤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다니!’

아버지는 완전히 변해 있었다. 눈빛도 이미 흐려져 있었다. 아버지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그러나 기가 막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밤이 지나고 하늘에는 샛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엘리위젤 역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탈무드>의 제자이며 옛날의 소년이었던 엘리위젤은 이미 불길 속에서 소멸되고 없었다. 이제는 과거의 그를 닮은 형체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검붉은 불길이 그 영혼 속으로 들어와 그를 삼켜 버렸던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너무나 엄청난 일이 벌어졌으므로 그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

우리가 집을 떠난 건 언제였던가? 게토는? 열차는? 일주일 전이던가? 하룻밤, 단 하룻밤 전인가?’

분명, 그것은 하나의 꿈이었다.

 

그들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재소자 몇 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구덩이를 파고, 다른 사람은 모래를 나르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모두는 사막 한복판에 허다하게 서 있는 말라빠진 나무들에 불과했던 것이다.

뒤에서 몇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말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조금도 듣고 싶지 않았다. 가까이에서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누구도 큰소리로 말을 못하고 겨우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그것은 아마 공기를 지독하게 오염시켜 목을 조이는 짙은 연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두는 5열로 서서 집시들의 수용소안에 있는 새로운 막사로 들어갔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