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5 / 반 미친 여자
너무 많은 사람이 한 칸에 실려 있어서 편하게 드러눕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앉는 것마저도 서로 교대하기로 결정한 다음에야 가능했다.
화차 칸은 공기도 모자랐다. 운 좋게 창문 가까이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회전하듯
스쳐 지나가는 시골 풍경과 꽃구경을 할 수 있었다.
이틀째가 되자 모두가 갈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푹푹 쪘다.
사회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젊은이들은 공공연히 본능적으로 굴었다. 그들은 세상에 자기들밖에는 없다는 듯이 다른 사람은 개의치 않고 컴컴한 속에서 여러 사람이 보거나말거나 성행위를 해댔다.
그래도 사람들은 모르는 척했다. 그런 따위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음식물이 조금 남기는 했지만 허기를 때울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내일을 위해 절약하는 것, 그것이 모두의 규칙이었다. 내일은 더 어려워질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열차는 체코슬로바키아의 국경지대인 작은 마을 카샤우에서 멈추어 섰다. 그제야 모두는 헝가리 국내에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화차 문이 미끄러지듯 열렸다. 독일군 장교가 헝가리인 통역관을 데리고 올라와 자기소개를 했다.
“이 순간부터 여러분은 독일군의 관할지역에 들어왔다. 첫째, 여러분 중에 아직도 금이나 은, 시계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지금 내놓아야 한다. 만일 나중에 그런 것이 발각될 때는 즉석에서 총살하겠다. 둘째, 환자가 있다면 누구나 병원 칸으로 옮겨도 좋다. 이상!”
헝가리인 통역관이 바구니를 하나 들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가혹한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마지막 소지품을 거두고 있었다.
“현재 이 화차에는 모두 80명이 타고 있다.”
독일군 장교가 다시 덧붙였다.
“만일 그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실종된다면 여러분은 모두 개처럼 총살당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사라졌다. 다시 문이 닫혔다. 빠져나갈 길은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다. 철저히 밀봉된 가축 싣는 화차 칸이 모두의 세계였다.
화물칸에는 쉐크터라는 부인이 타고 있었다. 그녀는 50세쯤 된 부인으로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열 살 난 아들과 동행하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과 위로 두 아들 형제는 잘못되어 제일 먼저 호송된 사람들과 함께 추방되었다. 그 생이별 때문에 그녀는 정신이 돈 상태였다.
엘리위젤은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격렬하게 타는 듯한 눈동자와 교양 있고 차분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으며 엘리위젤 집에 가끔 놀러 왔었다.
경건했던 그녀의 남편은 밤낮 공부에만 열중했으므로 부인이 가족의 부양을 위해 일을 했다. 그런 그녀 마담 쉐크터는 정신이상자가 되어 있었다.
여행 첫날부터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녀가 무엇 때문에 가족과 헤어져야 하느냐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계속 되물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녀의 울부짖음은 히스테리성 발작으로 진전되었다.
3일째 되는 날 밤, 우리가 서로 기대앉거나 선 채로 잠들어 있을 때 갑자기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불이야! 불이 보인다! 불이 보인다!”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고함을 친 사람은 마담 쉐크터였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받으며 화차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옥수수 밭에서 말라비틀어진 한 그루 줄기와 같았다. 그녀는 팔을 들어 창문 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봐요! 저길 봐요! 불! 무서운 불! 오, 저 불불!”
남자 몇 사람이 창문 쪽으로 밀치고 다가가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러나 밖에는 칠흑 같은 어둠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의 이 소름끼치는 고함소리가 준 충격은 모두에게 한동안 깊이 남아 있어서, 계속 떨어야만 했다. 레일 위를 굴러가는 차바퀴의 신음 같은 소리를 들을 때마다 미지의 깊은 바다가 발아래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모두 자신의 고뇌를 달랠 힘도 없으면서,
“저 여자는 미친 거야. 불쌍한 여자…….”
하고 애써 자위하려고 했다.
누군가 젖은 수건을 그녀의 이마에 얹어주고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래도 그녀는 외마디 비명을 계속 질러댔다.
“불! 불!”
그러나 그녀의 어린 아들이 어머니의 치마에 매달리며 그녀의 두 손을 붙잡아 진정시키려고 기를 쓰면서 울부짖었다.
“그만 됐어, 엄마! 거긴 아무것도 없어. 그만 앉아.”
부인의 울부짖음보다도, 어린 아들의 이런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훨씬 더 찢어 놓았다.
몇몇 부인들이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진정하세요. 남편과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며칠만 있으면 말예요.”
그래도 그녀는 흐느낌 때문에 한풀 꺾인 채 숨 가빠하며 계속 소리를 질렀다.
“여러분, 내 말을 들어요! 불길이 보여요! 저기에 거대한 불꽃이 있어요! 용광로 같은 불길이!”
그녀는 마치 그녀 자신의 깊은 곳에서 말하는 어떤 악령에게 흘려버린 여자처럼 보였다. 모두는 그녀를 위로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평정을 되찾고 자신의 막혀오는 숨결을 회복하기 위하여, 그녀를 엉뚱하게 해석하기에 더욱 애를 쓰고 있었다.
“저 여자는 갈증으로 목이 타기 때문에 저러는 거야. 불쌍한 여자! 그 때문에 자기를 삼키려는 불길에 대해 계속 지껄이고 있는 거야.”
그러나 그렇게 변명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공포심은 열차의 옆구리를 박차고 뛰쳐나갈 정도였다. 모두의 신경은 파열 직전에 있었으며 몸은 떨고 있었다. 마치 광기가 모두를 사로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젊은이 몇 사람이 강제로 그녀를 앉히고 몸을 묶은 후에 입에 재갈을 물렸다.
다시 조용해졌다. 어린 아들은 어머니의 곁에 앉아 울고 있었다. 다들 다시 정상적으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밤의 어둠을 뚫으며 달리고 있는 열차의 단조로운 쇠바퀴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모두는 졸기 시작했고 휴식하기 시작했으며 꿈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 아니면 두 시간이 지나간 후였다. 그때 또 다른 고함소리가 고른 숨결을 앗아가 버렸다. 예의 부인이 묶인 줄에서 풀려나와 전보다 더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저기를 보세요! 불꽃, 불꽃, 곳곳에 불꽃 천지예요…….”
다시 한 번 젊은이들이 그녀를 꽁꽁 묶고 재갈을 물렸다. 그들은 그녀를 구타하기까지 했다. 어른들도 젊은이들 편이었다.
“조용히 하게 만들라구! 그 여잔 미쳤어! 입을 막아버려! 그 여자 혼자만 이 차에 타고 있는 게 아니란 말야. 그 여자는 입을 다물어야 해…….”
젊은이들은 그녀의 머리를 여러 차례 쥐어박았다. 그녀를 죽일지도 모르는 강한 주먹 세례였다. 그 어린 아들은 어머니에게 달라붙은 채 울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끝없는 밤이 지나고 새벽이 다가왔다. 마담 쉐크터는 조용해졌다. 그녀는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황당한 눈길로 허공을 바삐 더듬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녀는 그날 낮에는 종일토록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채 멍한 표정으로 사람들에게서 격리된 상태로 지냈다. 그러나 밤이 되자마자 그녀의 울부짖음이 다시 시작되었다.
“저기, 저 너머에 불길이 있어요!”
그녀는 허공 한 지점, 언제나 똑같은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구타하는 데에도 이젠 지쳐 있었다. 무더위, 갈증, 고약한 악취, 숨 막힐 듯한 공기의 부족이 모든 것들을 갈가리 찢어놓을 듯했다. 그것은 그녀의 비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며칠만 더 계속되었다면 모두가 그녀처럼 고함을 지르고 미칠 것이다.
그러나 기차는 마침내 어느 역에 도착했다. 차창 곁에 있던 사람들이 그곳의 역 이름을 말했다.
“아우슈비츠!”
그런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열차는 다시 떠나지 않았다. 오후가 서서히 지나갔다.
이윽고 화차의 문이 미끄러지듯 열렸다. 물을 가져오기 위해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려갔다.
그들이 돌아와서 들려준 바에 의하면, 이곳이 종착역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금시계 한 개를 주고 그런 정보를 입수했다고 했다. 여기에서 내리게 될 것이며, 여기에는 노동자 캠프도 있고 노동조건도 좋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이제는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다만 젊은이들만은 공장으로 가서 일하게 될 것이며, 노인들과 환자들은 들일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확신에 찬 자신감이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서 치솟았다. 지난 며칠 밤의 공포로부터 갑작스레 해방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모두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마담 쉐크터는 자신감에 들뜬 사람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풀이 죽은 채 구석자리에서 꼼짝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어린 아들이 어머니의 손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황혼녘이 되자 화차 안에 어둠이 깔렸다. 모두는 마지막 남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밤 열 시가 되어, 모든 사람이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하여 편안한 자리를 찾았다. 얼마 후에는 모두들 잠에 떨어졌다. 그때 돌연 고함소리가 들렸다.(계속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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