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6 / 남자는 좌측, 여자는 우측으로!
“불! 용광로! 보세요, 저 너머를……!”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창문 쪽으로 몰려갔다.
순간적으로나마 다시 한 번 그녀의 말을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바깥에는 밤의 어둠뿐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녀가 계속 고함을 질러대자 젊은이들이 그녀를 다시 두들겨 팼지만 그녀를 조용하게 하기는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화차의 책임자가 플랫폼 주위를 거닐고 있는 독일군 장교를 불렀다.
그리고 마담 쉐크터를 병원 칸으로 옮겨갈 수 있는지의 여부를 물었다.
“참고 기다려 보시오. 그 여자는 곧 옮겨지게 될 테니까.”
독일군 장교는 간단히 대답했다.
밤 11시,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리위젤은 차창 곁으로 바짝 붙었다. 호송열차가 움직이다 말고 15분쯤 후에는 그 속도가 줄었다. 차창을 통해 철조망이 보였다. 그곳이 수용소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마담 쉐크터라는 존재를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공포에 찬 고함소리가 들렸다.
“여러분, 저길 보세요! 차창을 통해서 봐요! 불꽃! 보세요!”
열차가 멈추었을 때, 이번에는 정말 높은 굴뚝에서 검은 하늘로 뿜어 나오는 불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마담 쉐크터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벙어리가 되어 무관심하고 멍한 표정으로 구석자리로 되돌아가 쭈그리고 앉았다.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지켜보고 있었다. 창틈으로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파고들었다. 이때 갑자기 화차 칸의 문이 열렸다. 그와 함께 줄무늬 셔츠와 검정 바지 차림의 괴상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전등과 곤봉을 좌충우돌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
“모두 내려! 차 밖으로 나갓! 빨리 빨리!”
모두는 뛰어내렸다. 엘리위젤은 마지막으로 마담 쉐크터를 힐끗 보았다. 어린 그녀의 아들은 여전히 엄마 손을 잡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는 불꽃이 치솟고 있었다. 그리고 공중에서는 사람 타는 냄새가 가득했다. 짐작컨대 시간은 한밤중쯤 되었음에 틀림없었다. 아우슈비츠의 임시수용소인 비르케나우에 도착한 것이다.
모두는 소중하게 간직해 왔던 물건들을 모두 열차 안에 버려둔 채 내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모든 환상도 거기에 내버려야만 했다.
나치 독일의 친위대원들이 약 2야드의 간격으로 한 사람씩 늘어선 채 모두를 향해 경기관총을 겨냥하고 있었다. 모두가 손에 손을 맞잡고 동료들의 뒤를 따라 걸었다.
친위대의 하사관 한 사람이 곤봉을 들고 앞에 와서 마주섰다. 그리고 명령을 내렸다.
“남자는 좌측으로! 여자는 우측으로!”
이 네 마디 명령은 조용하고 무관심한 어조로 감정도 없이 내려졌고, 그 네 마디 말은 지극히 간결하고 짧았다. 그러나 그 말이 떨어지는 찰나가 남편과 아내가, 아들과 어머니가 영원히 헤어지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엘리위젤은 생각할 틈도 없었다. 이미 아버지의 손이 자기 손을 조이는 것을 느꼈다. 거기엔 부자만 남았다. 지극히 짧은 순간, 어머니와 누이들이 오른쪽으로 멀어져 가는 모습을 힐끔 보았다.
치포라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엘리위젤은 그들이 저만큼 사라져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버지와 다른 남자들과 걸어가고 있는 동안, 어머니는 치포라를 보호하려는 듯이 그녀의 금발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엘리위젤은 그 순간 그렇게 어머니와 치포라를 영원히 볼 수 없는 이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공포 속에 어른들을 따라 계속 걸어야 했다. 아버지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뒤에서 노인 한 사람이 땅바닥에 쓰러졌다. 노인 곁에는 권총을 찬 친위대원 한 명이 서 있었다.
엘리위젤은 아버지의 팔을 움켜잡았다. 아버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혼자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 했다. 친위대 장교들이 명령을 내렸다.
“5열로 정돈!”
소동이 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와 함께 있어야만 했다.
“이봐, 너 몇 살이야?”
수용소의 재소자 한 사람이 이렇게 물었다. 엘리위젤은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긴장되고 지쳐 있었다.
“아직 열다섯 살이 못 되었어요.”
“아니야, 열여덟 살이겠지?”
“아닙니다, 열다섯 살이에요.”
“바보 같으니라구. 내 말대로 해.”
그 사람은, 이번에는 아버지에게 나이를 물었다. 아버지가 대답했다.
“쉰입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날카로워졌다.
“아니야, 쉰이 아니고 마흔이야. 내 말 알아듣겠어? 열여덟과 마흔이라구!”
그는 밤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두 번째 사나이가 다가와 우리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여기엔 뭣 하러 왔어? 이 개새끼들아! 예서 뭘 하려고 왔는가 말야, 엉?”
그러자 무리 중에 누군가가 용감하게 대꾸를 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우리가 좋아서 여기에 온 걸로 생각하시오? 우리가 자진해서 온 줄로 아시오?”
그가 조금만 말을 더 했더라면 그 악담자는 그를 죽였을 것이다.
“주둥아리 닥쳐, 이 더러운 돼지야! 그렇지 않음 당장 짓뭉개 줄 테다! 네 놈은 여기에 오기보다 네가 살던 곳에서 스스로 목매달아 죽는 편이 나았다구. 이 아우슈비츠에 너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 두었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1944년의 소식도 못 들었나?”
그렇다. 모두는 아무 소문도 못 들었었다. 악담자는 자기의 귀가 의심스러운 모양이었다.
그의 말투는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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