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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2 / 알려주어도 믿지 않는 사람들

웃는곰 2026. 6. 10. 19:41

홀로코스트 2 / 알려주어도 믿지 않는 사람들

 

모두는 어떻게 될까? 전쟁밖에는…….”

추방당한 이웃 사람들은 뇌리에서 곧 사라졌다.

그들이 떠난 며칠 후에 들려온 소문에 의하면, 이제는 자기들의 운명에 만족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몇 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또 몇 달이 지난 후, 그 마을의 일상생활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집집마다 평온과 안정을 찾았다. 상인들은 장사가 잘 되어갔고, 학생들은 열심히 책 속에 파묻혔으며 아이들은 예전과 같이 거리에서 즐겁게 뛰놀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위젤이 회당 안으로 들어섰을 때 문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회당 관리인 모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엘리위젤이 나타나자 그 동안에 자기와 자기 동료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추방자들을 싣고 떠난 화물열차는 헝가리 국경을 지나 폴란드 영토에 들어가서 나치 독일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에 인계되었다고. 그리고 유대인들은 열차 밖으로 나와 이번에는 화물자동차에 옮겨 타야만 했다.

그들을 실은 화물자동차는 열을 지어 어떤 숲속으로 달렸고 유대인들은 숲속에 이르러 모두 차에서 내렸다. 게슈타포는 여기저기 커다란 구덩이를 파라고 했다.

 

유대인들이 작업을 마치자 게슈타포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들의 일을 시작했다. 그들은 전혀 흥분하거나 서두르지도 않고 유대인 포로들을 학살했다. 유대인들은 자기들이 판 구덩이로 들어가 목만을 내놓아야 했다.

젖먹이 아이들은 공중으로 휙휙 던져 띄운 다음 기관총으로 쏘아 죽였다. 이런 일이 벌어진 곳은 클로마예 근교 갈리치아의 숲속이었다.

그런데 회당 관리인 모세는 어떻게 그곳에서 탈출할 수 있었을까? 정말 기적적인 일이었다. 그는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그 때문에 죽은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그 후 그는 밤과 낮을 가라지 않고 유대인 집을 이곳저곳 찾아다녔다. 그리고 만나는 유대인 모두에게 죽는 데 3일이나 걸린 어린 소녀 말카의 최후에 대해서, 자식들 앞에서 어서 죽여 달라고 간청했던 재봉사 토비아스의 죽음에 대해서……. 비참한 목격담을 들려주었다.

그렇게 말하는 모세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어떤 기쁨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더 이상 노래도 부르지 않았다.

그는 엘리위젤을 만나서도 하나님이나 밀교에 대해서도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목격했던 사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귀를 기울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저 친구, 우리한테서 동정을 사려고 저러는 거야. 정말 상상력이 보통이 아니야!”

불쌍한 친구, 저건 미친 거야.”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말했다. 그럴 때마다 모세는 슬피 울기만 했다.

유대인 나의 동족 여러분! 내 말을 들어주십시오. 내가 여러분에게 바라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나는 돈이나 동정을 바라지 않아요. 오직, 내 말을 믿어 달라는 것뿐입니다.”

 

그는 저녁 기도 시간에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엘리위젤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면서 가끔 예배가 끝난 저녁에 그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슬픔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그에게 겨우 동정심만을 들 뿐이었다. 모세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사람들은 나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어!”

이렇게 말하는 그의 눈에서는 촛농 같은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엘리위젤이 그에게 물었다.

왜 모세는 사람들이 당신 말을 믿어야 한다고 그토록 애를 쓰지요? 내가 당신이라면 나는 그들이 믿거나 말거나 내버려 두겠어요…….”

그러자 그는 시간을 잊고 싶다는 듯 지그시 두 눈을 감았다.

너는 이해하지 못해.”

 

그는 절망적인 얼굴로 말했다.

너는 이해할 수 없을 거야. 나는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이야. 그리고 여기로 돌아온 거야. 내가 그런 힘을 어디서 얻었겠니? 나는 내 죽음의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이 시게트로 돌아오기를 원했던 거야. 그래서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사람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야. 내가 살기 위해서 이곳에 돌아왔다고? 천만에! 내게 이제 내 인생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나는 혼자 몸이야. 하지만 돌아오고 싶었어. 그래서 모두에게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누구 하나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으니……!”

 

1942년이 저물어 갈 무렵 마을의 일상생활은 정상을 되찾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매일 저녁 귀를 기울이고 있던 런던의 라디오 방송은 모두를 고무해 주는 뉴스를 전해 주었다.

독일군에 대한 매일 매일의 폭격이며 스탈린그라드, 2전선의 준비 등등.

그래서 시게트의 유대인들은 멀지 않은 장래에 다가올 보다 좋은 내일을 꿈꾸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식구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오셨으므로, 엘리위젤은 보르셰의 유명한 랍비가 집전하는 예배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큰누나 힐다를 위해 적당한 신랑감을 골라야 할 때가 되었다고 했다.

1943년은 무사히 지나갔다.

1944년 봄. 러시아 전선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 왔다.

 

이제 독일의 패배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오직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몇 달, 아니 몇 주의 시간문제일 뿐이다.’

봄 날씨에 나무들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하늘은 맑고 화창했다. 약혼식과 결혼식, 그리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 등으로 그 봄도 여느 해처럼 평화로웠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군대가 맹렬하게 전진하고 있다는군……. 히틀러가 아무리 우리를 해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거야.”

사실 히틀러가 유대인을 멸종시키려 했다는 자체를 믿을 수가 없었다. 한 민족 전체를 어떤 이유로 전멸시킬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많은 나라에 흩어져 사는 민족을 멸종시킨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가 무슨 방법을 쓸 수 있겠는가? 20세기의 중엽인 이 시대에!

그 이외에도, 사람들은 모든 일(전략에, 외교에, 정치에, 그리고 시오니즘) 관심을 쏟고 있었을 뿐, 그들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게 강하게 주장하던 회당 관리인 모세마저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기에 진력이 나 있었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등을 구부린 채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며 회당이나 길거리를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었다.

 

그 무렵에는 팔레스티나로 떠나는 이주 허가가 아직 가능했다.

엘리위젤은 아버지에게 모든 재산을 팔고 사업을 정리하여 떠나자고 졸랐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얘야, 나는 너무 늙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늙었어.

그렇게 먼 나라에 가서 인생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늙었단 말이다.”

 

부다페스트의 방송은 파시스트당이 정권을 잡은 사실을 보도했다.

그리하여 호르티(Horthey)는 나일라스(Nyilas)당의 지도자 중 한 사람에게

새로운 정부의 구성을 강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도 아직 근심거리가 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모두들 파시스트들에 대하여 대강은 듣고 있었지만,

아직도 그들에 대하여 추상적인 개념만을 갖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그래서 그저 행정부가 바뀌는 것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좀 더 불안한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은

독일군이 헝가리 영토에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곳곳에서 불안감이 일기 시작했다. 유대 친구인 베르코비츠가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돌아와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