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소설

남은 3시간 6 / 양의 얼굴을 하고 살다 간 개 죽음

웃는곰 2026. 6. 6. 19:46

김회장이 술집 앞에 죽은 채 엎어져 있었다.

9시에는 그 앞에서 굽실거리던 지배인이 빽빽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술값 안 주려고 달아나다가 천벌을 받아 급살을 맞았어. 잘 뒤졌지.”

조금 전만 해도 무릎을 타고 앉아 웃음으로 아양을 떨던 아가씨도 비웃었다.

 

“좋다 말았잖아. 이 영감태기 카드 사인이나 하고 죽지 이게 뭐야.

개만도 못한 늙은이, 아이 재수 없어.”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이 시체 위에 거적을 덮으면서

지배인에게 사고 경위를 물었다.

“술값 안 내려고 달아나다가 갑자기 죽어 넘어졌습니다.”

“술값이 얼마나 되지요?”

 

“술과 안주가 2억이고 저 아가씨에게 팁으로 5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어쩐지 약속을 쉽게 하더라니……”

“무슨 술값이 그렇게 비쌉니까?”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술과 안주와 여자를 주문했습니다.”

이때 지나가던 사람이 거적에 얼굴만 내놓고 누워 있는

김회장을 알아보고 까무러칠 듯 놀라 소리쳤다.

 

“당신들, 이 분이 뉘신지나 알고 이러시오?”

경찰이 물었다.

“이 분을 아시오?”

“알고말고요. 우리 교회 수석장로님이시며 재벌로 알려진 김석우 회장님이시십니다.”

 

“이 분 가족에게 연락해 주시오.”

그 사람이 전화로 김회장 가족에게 알리자 놀란 가족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큰아들이 김회장을 끌어안고 울며 소리쳤다.

“아버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술집 지배인이 다가가 말했다.

 

“이 분 아드님이시오? 이 분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술과 아가씨를 주문했습니다.”

“뭐요? 우리 아버지가 술을 주문했다고요? 우리 아버님은 술을 마실 줄 모르시고

이런 천한 곳은 쳐다보시지도 않는 어른이시오.

그 따위 모욕적인 소리 함부로 하지 마시오.”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오, 이 분은 비싼 술과 안주를 마시며

아가씨를 희롱하고 술값을 내지 않았소. 술값 먼저 내시오.”

 

“얼마요?”

“7억이오.”

“뭐? 7억? 이 사람이 미쳤나? 사람이 죽었다고 함부로 해도 되는 줄 아시오?”

“함부로 하다니오. 자, 이것 보시오. 여기 이 분이 카드 결제하라고

우리에게 내준 황금 카드와 전표가 있소.”

“카드 당장 이리 내시오.”

 

“어림도 없는 소리! 돈 가지고 와서 찾아가시오.”

“뭐야?”

이렇게 하여 싸움은 시작되었고 한편에서는 다른 아들딸들이

김회장의 유산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경찰은 장로가 술을 마셨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술집 지배인을 몰아세우며 시체를 부검해 보면 안다고 시체를

경찰차로 실어 가고 큰아들과 지배인은 술값

문제로 목이 터지게 언성을 높이고 싸웠다.

 

김회장이 다니던 교회 사람들은 김회장이 그럴 수 있느냐,

장로가 술을 마시고 술값을 안 내려고 달아나다 객사를 했다는 건

하나님 앞에 큰 죄이며 그 동안 존경하고 따랐던 사람들에 대한 배반이라고 욕들을 하면서 돌아갔다.

 

경찰 조사결과 김회장은 최고로 비싼 고급술을 마신 것이 사실이라고 발표했고

아들들은 술값 7억을 갚고 황금 카드를 찾아갔다.

그렇게 마무리 되어 장례를 치르는데 아들딸들은 수치스럽게

죽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장례도 엉망으로 치르고 교회에서는 아무도

나와 보지 않고 교회를 수치스럽게 한 가증스런 인간이라고 저주만 할 뿐이었다.

 

조회장은 넋을 잃고 그 장면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천사가 물었다.

“김장로가 어떻게 인생을 살았는지 알고 싶지 않소?”

“알고 싶지 않습니다. 일생을 그렇게 성실히 살아온

사람이 한 번 실수로 저런 수치를 당하다니 안타깝습니다.”

 

천사가 말했다.

“김장로는 거룩한 체 성결한 체 입으로는 사랑을 남의 귀에 발랐지만

마음으로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고 사랑을 베푼다고 하면서 그것을 통하여

더 큰 소득을 노리고 살았소.

양의 얼굴을 하고 개의 몸뚱어리를 장로라는 명함으로 가리고 다녔던 것이오.”

 

천사는 친절한 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자기 모습이 보고 싶을 것이오. 저기 당신을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