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소설

남은 3시간 3 / 아름다운 유언

웃는곰 2026. 5. 31. 09:29

돈보다 비싼 세 시간 (3)

 

조회장은 병원을 나서자마자 사무실로 달려가면서 큰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큰아들은 술이 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버님, 내일 말씀하시면 안 됩니까?”

“안 된다. 시간이 없으니 동생들을 빨리 사무실로 모아라.”

“알겠습니다.”

 

 

큰아들이 20분 뒤 사무실로 나왔다.

“아버님, 이 시간에 어떻게 병원을 나오셨습니까?

병이 완전히 나으신 것입니까?”

“네가 본 대로 이렇게 건강하지 않으냐?”

 

큰아들은 건강한 아버지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동생들에게 전화를 했다.

잠시 후 둘째 아들한테 전화가 왔다. 조회장이 받았다. 술에 취한 목소리였다.

“아버지이 저 지금 못 가요오. 내일 뵙겠습니다아.”

“내일은 안 된다.”

 

“그러시면 내일 아침 해 뜨기 전에 찾아뵙겠습니다.”

“안 된다. 늦다.”

조회장은 큰아들에게 말했다.

“네 여동생들도 다 부르고 경비실의 정씨와 그 아들도 불러라.

그리고 우리 회사 담당변호사도 불러라.”

 

“아버님, 지금은 다 잘 때입니다. 박변호사까지 부르실 만큼 중요한 일입니까?

웬만하면 내일 일찍이 부르시면 안 되겠습니까?”

“안 된다. 그리고 시장 모퉁이 콩나물장수 아주머니를 알지?”

“네.”

“빨리 나가서 그분하고 그 옆집 생선장수 아주머니도 불러라.”

 

“그런 분들을 왜 이 밤중에 부르십니까?”

“시간 없다. 동생들에게 다 알렸으면 빨리 그 분들을 불러오너라.”

조회장이 부르라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도 술집에서 신나게 노는 둘째 아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밤중에 불려온 경비원 정씨 부자와 콩나물장수, 생선장수 아주머니는

자기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해서 불려온 것이 아닌가 하여 안절부절못했다.

그것을 눈치 챈 조회장이 나직이 말했습니다.

“마음 편히 가지고 잠깐만 자리에 앉아주시오. 밤중에 오시라고 하여 죄송합니다.”

 

조회장이 책상에 종이를 펴놓고 말했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시오. 그리고 박변호사는

내 곁에 앉아 문서 작성을 하시오.”

“회장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몇 시간 전에도

병석에서 거동이 어려운 것을 보고 왔는데……”

“시간이 없어요.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녹음하고 서류로 작성하시오.”

 

조회장은 한 마디씩 또박또박 말하면서 백지에 말의 요점을 적어내려 갔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