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를 타면 시간대에 따라 고정으로 타는 사람이 있다.
8시에 타면 얌전하게 생긴 젊은 아줌마, 8시 20분에는 작달막한 키에
교양 있게 보이는 숙녀, 내가 가장 궁금해 하는 분으로 40대 후반.
책을 들고 독서를 하는 단정한 여자다.
8시 30분에 타면 키가 해바라기만큼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여자가 탄다.
언제나 핸드백 큰 백에, 쇼핑백 등 주렁주렁 달고 타는데 입술이 너무 빨갛다.
아무리 잘 보려 해도 바람 부는 날 흔들리는 허수아비 같은
그런 45세 정도의 여자다.
그 중에도 8시 40분에 타는 여자가 나를 가장 자극한다.
언제나 헐레벌떡 달려와 차를 타고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폰을 꺼낸다.
누가 듣든 말든 큰소리로 지껄여댄다.
....나 아침에 김치하고 밥 먹었어. 어제 한 건도 못했어.
아이들 학교 보내고 걸어서 나오는 길이야. 호호호 그랬니?
아침은 먹었어? 너 김치 좋아하니?.....
이런 이야기로 5분 동안 계속한다.
그 이야기를 자주 듣기 때문에 그녀가 보험설계사라는 것을 알았다.
화장을 빨갛게 하고 향수까지 뿌리고
요란하게 옷을 차려 입었지만
개그맨이 웃기려고 입은 옷처럼 언밸런스.
난 그녀가 타면 ‘아이고 오늘도 내 귀가 고역을 치러야 하는구나’
하고 눈을 창밖으로 던지고 귀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그러나 신경을 건드리는 그녀의 시답잖은 내용의 수다는 정말 참기 힘들다.
그녀의 전화 소리가 싫은 건 나뿐이 아닌 것 같았다.
참고 듣던 한 아주머니가 견디다 못해 한 마디 했다.
“다른 사람도 생각하여 긴한 전화가 아니면 간단히 해주세요.”
“아줌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세요?”
“젊은 댁, 다른 사람도 생각해 주어야지요.”
“다른 사람들은 다 가만히 있는데 왜 아주머니가 설쳐요?”
“내가 설친다고 생각해요?”
“그럼 조용히 계신 건가요?”
“그만 둡시다. 아침부터 기분 상하고 싶지 않아요.”
점잖은 부인은 바로 다음 정거장에 내렸다.
그러나 수다쟁이 설계사-- 저쪽에다 대고 톤을 더 높여 지껄여댔다.
“별꼴이야, 내가 너하고 전화하는 것을 하지 말라는 할망구가 있어 호호호호.
남이야 전화를 하던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던 무슨 상관이야,
안 그러니 호호호호.”
한 대 갈겨주고 싶은 이 여자,
남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시끄러운 소리로 지껄여댔다.
나도 속이 끓었지만 아침부터 감정상하고 싶지 않아
내릴 때까지 참고 다짐했다.
‘다음에는 8시 40분 차를 타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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